‘노무사 아닌 직원이 노무 서비스 제공 정황’ 고발장 접수…삼성생명 “정확한 내용 파악 안돼”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지난달 23일 삼성생명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A 씨와 B 씨, 삼성생명 등이 공인노무사법과 보험업법을 위반했다며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노무사회는 노무사 자격증이 없는 A, B 씨가 고객 사업장에 노무사의 고유 업무인 고용지원금 상담·신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노무사회는 “삼성생명 소속으로 보이는 A, B 씨의 사업장에서 우편을 발송해 노무사의 전속적 업무에 대한 표시·광고 행위를 했다”며 해당 우편을 제공했다. 주소지가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자금 지원사업 안내 OOO법인사업부’로 돼 있는 해당 우편에는 노무사법상 고유 직무인 ‘고용창출장려금, 고용안정장려금’ 신청업무를 대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후반부에는 상담사로 A 씨의 이름을 명시하고 그의 전화번호를 게재했다. 고용지원금 전문위원으로는 B 씨가 이름을 올렸다. 노무사회에서는 이들이 보험 영업을 위해 노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광고성 우편을 보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우편은 ‘2022년 고용창출장려금, 고용안정장려금 공모사업에 대한 안내’라는 제목으로 내용이 시작한다. 이어 직원을 채용하는 사업장을 상대로 △고용창출장려금 및 고용안정장려금 지원 대상자 파악 △지원조건·충족요건을 확인 △장려금 신청 업무 등 ‘대표님 손에 입금되기까지 모든 업무를 대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발장에 명시된 A 씨는 “고용노동부에 그런 내용(고용지원금 관련)이 있다는 걸 안내한 것”이라며 노무사 업무를 진행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관련 내용은 삼성생명 측과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행위를 일개 직원의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는 너무 조직적이다. 삼성생명의 다른 지역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C 씨도 고객에게 이메일을 보내 고용지원금을 안내했다. C 씨는 “우리 지역단에 협업을 하는 노무법인이 있다. 고객에게 고용지원금을 안내한 것”이라며 “다만 다른 노무사에게 이의제기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 해당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단순 안내도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노무사법 제27조의 2(공인노무사 업무의 소개·알선 등 제한) 1항에 따르면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고 관계인을 특정한 공인노무사나 그 직무보조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공인노무사나 그 직무보조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한 후 이익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 등을 하면 안 된다.
동시에 보험업법 위반 가능성도 상존한다. 보험업법 98조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모집과 관련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특별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해서는 안 된다. 직접적으로 수수료 등을 받지 않더라도 노무 서비스를 대가로 고객에게 영업을 진행하는 것도 관련법상 위법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무사회 관계자는 “보험사 직원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노무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들에게 노무법인을 소개해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보험사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노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알선하는 것을 빌미로 보험 영업을 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지휘의 권한이 있는 삼성생명 본사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노무사회 측은 “삼성생명은 소속 직원이 위법·불법한 일을 수행하지 않도록 지휘·지시·관리·감독할 권한·책임이 있다”며 “특히 그 과정에서 고용보험부정 수급 또는 정부보조금부정수급 등이 있는 경우에는 양벌규정에 따라 삼성생명에 벌칙 적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고발장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 정확한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