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슨대 감독 처음엔 부정적 반응 보이다 결국 허락…도전의 길 대견하면서도 안 쓰러워”
이현중은 올시즌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34경기에서 평균 32.1분을 뛰는 동안 15.8득점, 6리바운드, 1.9어시스트에 야투 성공률 47.4%, 3점슛 성공률 38.1%를 기록하며 NCAA 남자농구 애틀랜틱10 콘퍼런스 퍼스트팀(톱 6명)에 뽑혔고, 줄리어스 어빙 어워드 최종 5인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이현중 기사가 나올 때마다 뒤따르는 가족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아버지 이윤환 씨는 고려대-삼성전자를 거친 삼일상고 농구부장이고, 어머니 성정아 씨는 19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로 은퇴 후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얼마 전 퇴임했다.
현재 어머니 성정아 씨는 미국에 머물며 아들의 프로 진출을 돕고 있다. 성정아 씨와 28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언제부터 미국으로 가 있었던 건가.
“지난 3월 (이)현중이가 ‘3월의 광란’에서 뛰는 모습을 보려고 미국에 왔다가 지금까지 여기 있는 중이다. 그 경기 후 현중이가 중요한 결정을 앞둔 터라 아들 혼자 두고 오기가 어려웠다. 현중이는 동부 쪽인 데이비슨 대학에서, 나는 딸이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물렀지만 한국에 있는 것보다는 거리에 대한 부담이 덜해 미국에 남아 있기로 했다.”
―최근 이현중이 NBA 드래프트에 참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데이비슨 대학의 밥 맥킬롭 감독님이 현중이와 면담을 가졌는데 처음에는 현중이의 NBA 도전을 응원해주시기 보단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셨다. 그런 상황이 현중이로선 당황스럽고 힘들 수 있었을 텐데 현중이가 감독님과 계속 면담을 갖고 대화하면서 마침내 감독님의 허락을 받아냈다. NCAA 선수가 NBA 드래프트 신청을 하려면 학교와의 인연을 이어가기 어렵다. 그런 점들이 현중이한테는 고민이 됐을 텐에 현명하게 잘 풀어갔다.”
―밥 맥킬롭 감독 입장에서는 팀의 핵심 선수가 나가는 게 팀 전력을 꾸리는 데 어려움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현중이가 다음 시즌부터 데이비슨대에서 뛰지 못하는 게 감독님으로선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현중이가 NBA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에 처음에는 반대하셨던 게 아닌가 싶다. 나중에는 현중이를 꼭 안아주시며 행운을 빌어주셨다고 하더라. 현중이가 인복이 많은 편인데 데이비슨대에서 맥킬롭 감독님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지금도 종종 감독님과 통화하는 걸로 알고 있다.”
―고교 시절 이현중의 선택으로 호주 NBA 아카데미에 들어갔던 게 NCAA로, 그리고 현재 NBA 드래프트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들의 이런 도전의 길이 엄마 입장에선 어떻게 다가오나.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뿐이다. 현중이는 어렸을 때부터 안정된 길 보다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도전의 길을 선택했다. 한편으론 대견하고 기특하면서도 내 아들만 너무 힘든 길을 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현중이는 아빠한테도 도전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문자를 보내는 아이다. 아빠도 현중이의 결정을 존중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현중이가 지금 프로 진출을 선언한 건 그만큼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만약 자신이 준비가 안됐다면 아무리 주위에서 프로 진출을 권유했더라도 현중이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건 현중이의 결정이다.”
성정아 씨는 한국프로농구(KBL) 신인 드래프트가 열릴 때 TV로 지켜보면서 남의 아들이고, 관련이 없는 선수임에도 마치 자신의 일인 것 마냥 감정이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의 상황, 상처 받은 마음 등을 고려하면 마음이 아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만약 이현중이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더라면 프로 진출을 앞두고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겠지만 지금 이현중은 프로팀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어머니 성 씨는 아들의 프로 진출 선언과 맞물려 이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선수들의 낙담한 표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현중이 NBA 드래프트 신청을 앞두고 NBA 사무국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그 내용을 설명해줄 수 있겠나.
“데이비슨대 감독님의 사인이 담긴 문서를 NBA 사무국으로 보내면 사무국에서 NBA 팀에 선수와 관련된 피드백을 요청한다. 즉 이 선수를 몇 라운드 몇 순위에 뽑을 것인지, 아니면 안 뽑을 것인지에 대한 피드백인데 현중이는 예상대로 2라운드에서 뽑겠다는 반응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이런 피드백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앞으로 드래프트 콤바인과 구단별 워크아웃 등을 통해 얼마든지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NBA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현중이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살리면서 찬스 날 때 과감히 슛을 쏘는 스타일이라 그런 유형의 선수를 좋아하는 팀에선 관심을 보내는 편이다. 현중이는 NCAA에서 활약하며 항상 좋은 인연을 만났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현중이 그동안 대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젠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프로 세계에 뛰어들기로 했다. 기대도 크겠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가슴이 뛴다. 아들이 잘 풀려서 꽃길만 걷는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겠나. 설령 NBA에 지명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 경기에서 몇 분을 뛸 수 있을지, 날고 기는 선수들 사이에서 매일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을 받게 되진 않을지, 만약 지명을 받지 못한다면 가시밭길을 걸으며 다시 NBA 코트를 밟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지 등등 다양한 생각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현중이가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는 이유는 자신의 꿈도 있겠지만 자신의 도전을 통해 한국 농구의 수준이 높아지길 바라고, 후배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아 더 큰 꿈을 꾸길 바라는 부분도 있다. 엄마로서 대견하고 자랑스럽지만 왜 굳이 내 아들이 그런 힘든 길을 걸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곧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사를 결정해 발표한다고 알렸는데 발표 일정이 궁금하다.
“다음 주 정도에 에이전시 측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인 걸로 알고 있다. 누구보다 오랫동안 현중이를 지켜봤고, 현중이를 잘 지원해주고 성장시켜줄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NBA 드래프트까지 2개월도 안 되는 부족한 시간 속에서 에이전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졌다. 현중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곳이라 우린 믿고 지켜보며 기다릴 예정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시카고에서 드래프트 콤바인이 열리는데 거기 초청받을 경우 다른 선수들과 일주일가량 함께 훈련하는 걸로 알고 있다. 각 NBA 팀에서 보고 싶은 선수들 60명을 뽑아 드래프트 콤바인을 연다고 하더라. 거기 합류하지 못하면 에이전시 측에서 각 팀을 상대로 워크아웃을 연다. 즉 스카우트를 초청해 소속 선수의 기량을 평가해달라고 쇼 케이스를 여는 것이다. 중요한 일정은 각 팀에서 여는 트라이아웃 참가 여부다. 6월 24일 드래프트 발표 전까지 NBA 사무국에 드래프트 신청서를 낸 선수들은 마치 보따리 장사마냥 여기저기 다니며 자신의 기량을 평가받는 과정을 거듭하게 된다고 들었다.”
성정아 씨는 아들이 앞으로의 과정을 감당하며 부담을 갖는 대신 도전 자체를 즐기길 바랐다.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이현중의 성향이라면 괜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의 입장은 모든 게 조심스럽기만 하다.
성 씨는 인터뷰를 통해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코트의 치열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그 메시지에 담겨 있었다.
‘현중아, 엄마는 네가 지금까지도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부담 갖지 말고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어. 그러다 보면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뒤따르지 않을까? 엄마는 네가 스스로의 농구 인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이 정말 크다. 엄마도 못해본 일이었으니까. 우리 이렇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데에 감사하자. 엄마한테 또 다른 농구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너에게 엄마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 현중아, 정말 고마워! 그리고 가슴 깊이 응원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