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플랫폼사에 책임 미뤄 환불 처리도 ‘질질’…전문가 “공정위 나서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날개를 달았다. 음식배달부터 택시, 숙박, 여행·관광도 이제는 플랫폼으로 통한다. 특히 숙박, 여행·관광 등의 예약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전문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숙박 여행객 중 ‘여행상품 전문 플랫폼에서 숙소를 예약한 비율’은 4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숙박업체 직접 예약’ 38% ‘소셜커머스∙오픈마켓’ 12% ‘종합여행사’ 4% ‘TV홈쇼핑’ 1% 순이었다. 숙박, 여행·관광 등의 예약 플랫폼은 2017년만 해도 점유율 23%로 ‘숙박업체 직접 예약’(53%)의 절반도 안 됐지만 가파른 성장을 거듭, 4년 만에 거의 2배가 됐다고 이 기관을 전했다.
예약 플랫폼 비즈니스의 활성화는 미쉐린가이드 레스토랑, 오마카세(주방장 특선요리), 파인다이닝 등 고급 식당뿐 아니라 마사지숍까지 전화 및 방문 없이 플랫폼으로 예약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는 소비자들의 편리한 생활과 직결됐다. 하지만 최근 예약 시스템상 문제가 발생하면서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 업체 측에선 예약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플랫폼상에선 ‘예약 가능’으로 명시돼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플랫폼 내에서 소비자가 선입금·결제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 씨(29·남)는 최근 ‘데일리호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파인다이닝을 '당일 예약'했다. 그러나 예약했던 시간 직전에 데일리호텔로부터 “레스토랑이 휴무여서 이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시간에 맞춰 예약했던 장소에 당도할 때쯤 통보를 받아 황당했다”며 “왜 레스토랑이 휴무인데 예약 창구를 열어둬 혼란을 주는지 모르겠다. 업체는 휴무니까 당연히 연락이 안 되고, 데일리호텔 측은 별 말이 없다”고 분개했다.
데일리호텔은 종합 레저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가 2019년 인수한 국내 최대 특급호텔 및 파인다이닝 예약 플랫폼이다.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 명을 넘긴 상황이며 마켓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의 사례처럼 소비자가 이용하는 시스템은 성장세에 걸맞지 않게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약이 이미 다 찬 업체에 대해서도 플랫폼 내 예약 창구가 열려 있는 경우도 있다. B 씨(34·여)는 트래블테크 기업 ‘와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마사지숍을 선결제 후 다음 날 오후 시간대로 예약했다. 1시간 뒤 B 씨는 해당 마사지숍으로부터 “예약하신 날은 영업시간 모두 예약이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B 씨는 “그러면 왜 예약 창구를 열어놨냐. 환불해달라”고 요구했고, 마사지숍 측은 “환불 문의는 와그에 해야 한다. 우리는 예약이 들어오면 불가능하다고 전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B 씨는 “이틀이 지나도 환불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3일째 되는 날 와그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뒤늦게 선결제한 금액을 돌려받았지만 예약이 이미 다 찬 곳인데 예약 창구를 열어 둔 것, 환불 처리를 빨리 해주지 않는 것 등 때문에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예약 시스템 불편에 대해 데일리호텔을 인수한 야놀자는 이틀간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와그 측에도 자사 연락처로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이 없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예약 불가한 날이면 소비자가 예약 창구에 클릭을 못하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플랫폼 내에서 이러한 제어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약 플랫폼뿐 아니라 업체 측도 예약 서비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물론 플랫폼사가 예약을 담당하는 만큼 정확한 정보 전달, 즉 가능한 예약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며 “업체 측도 방관하지 말고 수시로 예약 및 선입금 과정 등에서 소비자의 불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예약 플랫폼 측에 소비자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돈을 지불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예약 플랫폼들에 협조공문을 보내야 한다”며 “예약 과정에서 오류를 자주 범하는 플랫폼들에 대해서는 적발 횟수를 파악해 (공정위에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