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9명·삼성 6명 베스트 멤버 배출…‘드림팀’ 역대 올스타전 MVP 4명 보유 눈길
지난 2년은 코로나19 여파로 이 잔치를 건너 뛰었다. 올스타전 없이 올스타 베스트 12만 선정한 뒤 '언택트(비대면) 이벤트'를 진행해야 했다. 올해는 다르다. 팬 앞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이 3년 만에 부활했다. KBO는 팬들의 오랜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선수와 팬이 대면하는 이벤트를 대거 마련했다. 사인회와 포토타임 시간을 예년보다 늘렸고, 올스타 대표 선수 4명과 팬이 함께 5 대 5 길거리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그라운드에서는 선수와 팬이 함께 장애물 코스를 달리는 릴레이 게임도 열린다.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야구팬 곁으로 돌아온다.
#11년 만에 잠실에서 열린다
KBO리그 사상 첫 올스타전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7월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열렸다. 부산 구덕구장과 광주 무등구장, 서울 동대문구장이 그 무대였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 선수였던 김용희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이 '야구의 꽃' 만루 홈런을 터트리면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초대 '미스터 올스타'도 김용희의 차지였다.
올스타전은 그 후 각 팀 연고지를 순회하며 야구 팬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많은 팀이 야구장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한 2010년 이후로는 개장 첫 시즌 올스타전을 통한 '전국구 신고식'이 통과 의례로 굳어졌다. 2014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2015년 수원 KT 위즈파크, 2016년 고척스카이돔, 2017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2019년 창원 NC파크가 모두 그랬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올해는 '한국 야구의 메카' 잠실구장에서 11년 만에 다시 올스타전이 열려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KBO는 프로야구 40년 역사를 빛낸 '레전드 40인' 중 최다 득표자 4명을 이번 올스타전에서 먼저 공개하기로 했는데, 잠실구장은 그들의 발자취를 되짚어 볼 만한 상징적인 장소다. 레전드 40인은 각 구단 단장, 감독, 선수, 야구 관계자, 미디어 관계자 등 162명의 전문 투표인단과 야구팬들의 투표 결과를 종합해 선정했다. 올스타전에서 1~4위를 최초 공개한 뒤 일주일 간격으로 4명씩 10주에 걸쳐 발표할 예정이다.
올스타전은 10개 구단 선수들을 드림 올스타와 나눔 올스타로 나눈다. 드림 올스타는 두산 베어스, 롯데, SSG,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가 포함된다. 나눔 올스타는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로 구성된다. 올스타전 개최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둘 중 어느 쪽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그해의 홈팀도 결정된다. 올해 장소인 잠실구장은 두산과 LG가 함께 쓰는데, 이번엔 LG가 속한 나눔 올스타가 1루 쪽 홈팀 더그아웃을 사용할 차례다.
과거에는 동군과 서군 또는 이스턴 올스타과 웨스턴 올스타라는 이름으로 올스타 팀을 구분했다. 드림과 나눔이라는 명칭은 2015년 팬 공모를 통해 KBO리그 올스타의 새로운 '이름표'로 선정됐다. '팬과 함께 나눈다(나눔)'는 의미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한다(드림)'는 뜻의 순수 한글 단어다. 올해로 8년째 사용 중이다.
#KIA 양현종 올스타 최다 득표
각 팀 올스타 베스트 12는 팬 투표(70%)와 선수단 투표(30%) 결과를 합산해 뽑는다. 투수 부문은 선발, 중간, 마무리로 세분화된다. 과거에는 투수도 팀 당 한 명씩 후보 추천을 받은 뒤 투표에 따라 최종 한 명을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선정했다. 그러나 그 결과 에이스급 선발 투수에게만 표가 몰리고,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들은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 벌어졌다. 결국 KBO는 2013년부터 투수 부문을 선발과 구원으로 구분했고, 2016년에는 구원 부문을 중간 투수와 마무리 투수로 다시 나눠 더 많은 투수에게 올스타 기회가 돌아가도록 했다.
각 구단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를 올스타전에서 보기 위해 기꺼이 치열한 투표 전쟁에 뛰어든다.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를 모두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가친척의 아이디까지 총동원해 지원 사격한다는 후문이다. 6월 8일부터 7월 3일까지 총 26일간 진행된 올해 올스타 투표에도 전국 야구팬의 뜨거운 관심이 몰렸다. 유효표가 264만 8888표로 집계돼 종전 최다였던 2015년의 223만 7036표를 30만표 이상 넘어섰다.
올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는 나눔 올스타 투수 양현종(KIA)이다. 팬 투표 최종 집계에서 53.37%에 달하는 141만 3722표를 쓸어 담았다. 선발 투수가 올스타 투표 최다 득표자로 이름을 올린 건, 투수 부문을 선발과 구원으로 나눈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양현종과 국가대표 왼손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동갑내기 투수 김광현(SSG) 역시 야구팬 133만 6768명의 폭발적 지지를 받아 드림 올스타를 대표할 선발 투수로 인정 받았다. 양현종과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은 많은 야구팬이 기다려왔던 빅 매치다. 그동안 둘의 등판 일정이 어긋나 정규시즌엔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올스타전은 KBO리그 대표 왼손 투수들의 정면승부를 '맛보기'로 체험할 기회다.
#베스트 멤버 누구?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를 따로 진행하는 특성상, 양쪽이 꼽은 베스트 멤버가 다른 사례도 많이 나온다. 동료 선수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팬 투표에서 밀려 베스트12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올해는 홍건희(두산), 안치홍(롯데), 안우진, 김혜성(이상 키움), 고우석(LG), 양의지(NC), 노시환(한화)이 선수들의 올스타 '원 픽'이었지만, 팬 투표의 벽을 넘지 못해 베스트 멤버에서 탈락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오재일, 이원석(이상 삼성)과 전상현(KIA)은 팬들로부터 100만 표가 넘는 지지를 받았지만, 선수단 투표에서 많은 표를 얻지 못해 박병호(키움), 최정(SSG), 정우영(LG)에게 올스타전 1순위 초청장을 넘겨줬다.
올해 가장 많은 올스타 베스트 멤버를 배출한 구단은 KIA다. 나눔 올스타 베스트 12 중 9명이 KIA 선수다. 팬 투표가 진행된 기간에 팀 성적이 유독 좋았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 1루수 황대인, 3루수 류지혁,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 출장 기회를 잡았다. 선발 투수 양현종(4회), 포수 박동원(2회), 2루수 김선빈(4회), 외야수 나성범(4회)과 지명타자 최형우(5회)는 올스타전 유경험자다. 중간 투수 정우영과 유격수 오지환(이상 LG), 외야수 이정후(키움)가 'KIA 군단'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다.
다만 소크라테스는 팬들의 부름에 응답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2일 SSG전에서 상대 선발 김광현의 헤드샷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베스트 멤버에 결원이 생기면, 해당 팀 감독은 KBO 리그 규정에 따라 같은 포지션 차점자를 대체 선수로 선발하게 된다.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4위는 김현수(LG)다.
드림 올스타는 삼성 선수가 6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왼손 이승현이 중간 투수 부문에서 첫 올스타로 뽑히는 감격을 누렸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3회), 포수 김태군(3회), 2루수 김지찬(2회), 외야수 호세 피렐라(2회)와 구자욱(6회)이 함께 나간다. 선두 SSG 선수도 4명 포함됐다. 유격수 박성한과 외야수 한유섬은 생애 처음 올스타 베스트 멤버로 선정된 반면 김광현(5회)과 최정(6회)은 올스타전 베테랑이다. 이들 외에는 1루수 박병호(KT)와 지명타자 이대호(롯데)가 삼성과 SSG 선수들 사이에서 소속팀의 자존심을 세우게 된다.
베스트12에 뽑히지 않아도 올스타전에 출전할 길은 열려 있다. 양 팀 감독이 추천하는 감독 추천 선수를 26명(팀 당 13명) 추가 선정하기 때문이다.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가 부상, 사고, 질병과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경기 출장을 거부하면 KBO 규약에 따라 1군 등록이 자동으로 말소된다. 이후 소속팀의 정규시즌 10경기가 끝날 때까지 재등록이 불가능하다.
#롯데 '별 중의 별' 최다 배출
'별 중의 별'인 올스타전 MVP는 KBO 출입기자단 투표로 선정하는데, 대부분 타자들이 받는다. 투구 이닝이 1~2이닝으로 제한된 투수의 경우, 아무리 인상적인 피칭을 한다고 해도 홈런이나 결정적인 적시타를 터트린 타자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역대 투수 수상자는 1985년 김시진(당시 삼성)과 1994년 정명원(당시 태평양 돌핀스)밖에 없다.
올스타전 MVP는 롯데가 무려 15명을 배출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KIA(전신 해태 포함)가 절반도 안 되는 6차례 MVP를 수상했으니, 올스타전은 그야말로 '거인의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용희가 1982년과 1984년, 박정태가 1998년과 1999년, 정수근이 2004년과 2007년, 이대호가 2005년과 2008년에 두 차례씩 수상하기도 했다. 또 허규옥이 1989년, 김민호가 1990년, 김응국이 1991년, 홍성흔이 2010년, 황재균이 2012년, 전준우가 2013년, 강민호가 2015년에 각각 MVP로 뽑혔다.
특히 전준우는 역대 유일하게 1·2군 올스타전 MVP를 모두 받은 받은 진기록의 주인공이다. 신인이던 2008년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만루 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1홈런)를 기록해 MVP에 올랐다. 당시 "1군 올스타전에도 나가 MVP를 받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던 전준우는 5년 뒤 그 꿈을 이뤘다. 2013년 올스타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도루로 맹활약해 '만장일치급' 올스타 MVP에 올랐다.
올해 드림 올스타 베스트 12에는 올스타전 MVP 출신 선수가 4명이나 모여 있어 눈길을 끈다. 국가대표 4번타자와 홈런왕을 경험했던 선수들이 모여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2회 수상자인 이대호 외에도 박병호가 2014년, 최정이 2017년에 각각 올스타 MVP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한유섬도 개명 전인 2019년 한동민이라는 이름으로 올스타전 감독 추천 선수로 출전했다가 MVP로 뽑힌 경력이 있다.
MVP를 제외한 우수 투수상과 타자상, 감투상은 올스타전 기록과 활약상에 따라 KBO가 결정한다. 승리팀 감독에게는 감독상이 돌아간다. 양 팀 사령탑은 직전 시즌 팀 순위가 가장 높았던 팀의 감독이 맡고, 다른 감독 네 명은 코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올해 드림 올스타는 지난해 통합 우승팀 KT의 이강철 감독, 나눔 올스타는 지난해 정규시즌 4위 팀 LG의 류지현 감독이 각각 지휘한다. 올스타전 사령탑을 배출(?)한 팀의 프런트는 다른 구단 직원보다 할 일이 많다. 올스타 팀 공식 매니저와 트레이너, 더그아웃 기록원을 해당 구단에서 파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에서 사용하는 경기구는 KBO에서 준비하지만, 선수들이 훈련할 때 사용하는 연습구는 두 구단이 제공해야 한다.
#이대호 은퇴 투어의 시작
KBO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적 스타들은 올스타전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기회를 얻기도 한다. 10개 구단 대표 선수와 팬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인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특히 2014년 광주 올스타전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당시 한화)가 시구와 함께 은퇴 행사를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외환 위기가 극심하던 시절,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를 뿌리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던 박찬호의 위상에 걸맞은 행사였다.
올해도 또 한 명의 스타가 팬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빅 보이' 이대호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2004년 팀의 주전으로 도약한 뒤 줄곧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타자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1위)을 두 차례 해냈고, 특히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을 석권해 전무후무한 7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부터 5년간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뒤 2017년 다시 롯데로 돌아왔고, 은퇴 직전인 올 시즌에도 타격왕 싸움을 펼칠 만큼 여전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 SSG전에서는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 달성했다. 이대호보다 오래 100안타·10홈런를 친 타자는 삼성에서 은퇴한 양준혁(15년)밖에 없다.
그 결과 이대호는 올해 팬들과 선수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으면서 개인 통산 10번째 올스타 베스트 멤버로 뽑혔다. 또 2017년 이승엽(당시 삼성)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올스타전을 통해 공식 은퇴 투어의 막을 올리게 됐다. 이대호는 올스타전 클리닝타임 종료 후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감사 인사와 은퇴 소감을 전할 예정이다. KBO는 이대호를 위해 의미 있는 은퇴 기념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