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옥션배 최종국서 숙녀팀 최정에 반집승…신사팀 3년 만에 우승 탈환, 세대교체 통했다

몇 년째 거듭되는 패배에 올해 신사팀은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유일한 50대 유창혁 9단을 제외하곤 이창호 9단을 비롯해 전원 40대 기사로 중무장했다.
신사팀은 선봉 박병규 9단의 3연승과 서중휘 6단의 4연승으로 초반 앞서갔지만 숙녀팀의 반격도 매서웠다. 조승아 5단의 3연승과 김채영 7단의 5연승으로 11승 10패 역전에 성공한 숙녀팀은 대회 3연패 및 통산 열 번째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신사팀에게는 올해 첫 주장 완장을 찬 조한승이 있었다.
1982년생으로 불혹을 넘긴 조한승은 1995년 이세돌 9단과 같이 입단(入段)했다. 강렬한 기풍의 이세돌과는 달리 유연하면서도 부드러운 행마로 형세를 마무리하는 데 능했던 그는, 그래서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이란 휘호를 즐겨 쓴 일본의 명예 본인방 다카가와 가쿠 9단과 자주 비견된다.
조한승은 원래 이번 대회 출전할 뜻이 없었다. 나이 제한(만 40세)을 두고 있는 신사팀에 올해 처음으로 자격이 주어졌지만 출전을 고사했었다. 그러나 숙녀팀에 비해 전력이 기운다고 본 주최 측에서 신사팀 최고 랭킹 조한승의 출전을 강력히 권유했고, 결국 와일드카드를 받게 됐다.
입단 동기 이세돌 9단이 워낙 위명이 쟁쟁하고 웬만한 업적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든 한국 바둑의 천재 계보지만, 사실 조한승도 기사들이 인정하는 대표적인 천재과 기사 중 하나다.

여자랭킹 1~3위 김채영, 오유진, 최정과의 대국은 쉽지 않았다. 지지옥션배 데뷔전이었던 김채영과의 대국을 승리로 이끈 조한승은 “김채영 7단을 포함해 오유진 9단, 최정 9단이 저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별로 부담은 없었다. 출전 전 신사 팀원들이 모여 있는 메신저 단톡방에서 ‘기대는 하지 마시라’고 팀 선배들에게 말씀드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오유진, 최정과의 대국은 2연속 반집 승부였을 정도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오유진에게는 시종 리드를 유지했지만 막판 크게 수를 내줘 위기를 맞았다. “하변에서 워낙 크게 수를 내주는 바람에 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운 좋게 이겼다”는 소감.

첫 출전에 3연승으로 신사팀 우승을 확정지은 조한승은 “처음부터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내용도 어려웠지만 운이 따라 우승까지 하게 돼 얼떨떨하다”면서 “우리 팀원들이 두 번 연속 반집 승부를 마음 졸이면서 보셨을 텐데 좋은 결과로 끝나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겸손한 소감을 남겼다.
마지막 대국을 유튜브 ‘이현욱TV'를 통해 생중계 한 신사팀 이현욱 9단은 “이 대국은 박진감이 넘친다거나 스릴이 있는 바둑은 아니었다. 피차 딸린 식구(?)가 무려 11명이나 되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대국이었기에 엄청난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반집승을 거둬준 조한승 9단에게 평균연령 49세의 동료들이 모두 고마움을 표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남자기사(만 40세 이상)와 여자기사가 12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우승팀을 가린 지지옥션배의 우승상금은 1억 2000만 원. 패자는 상금이 없다. 신사팀 우승은 3년 만이며 통산 전적은 신사팀 기준 7승 9패로 차이가 좁혀졌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한 제15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제한시간은 각자 20분에 1분 초읽기 5회씩 주어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