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화 버리고 강압적인 조치만 취해…서욱 전 장관 청와대 지시 따라 움직이는 사람 아냐”
1970년생인 부승찬 전 대변인은 공군사관학교 43기로 임관, 15년간 군 생활을 한 뒤 소령으로 예편했다. 전역 후에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그의 지도교수가 문정인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였다. 19대와 20대 국회 때 보좌관을 지냈고,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재임 시절엔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겸임교수로 일하다 2020년 12월 국방부 대변인을 맡았다.
―북한이 10월 14일 동서해 완충구역 안으로 560여 발의 포 사격을 하며 9·19 군사 합의를 위반한 뒤 18, 19일 또다시 해상 완충구역으로 포 사격을 감행했다.
“대외적 명분은 10월 17~28일 진행되는 호국훈련, 10월 13일 주한미국이 다연장로켓(MLRS)을 투입해 실시한 사격훈련 등이다. 하지만 북한의 무력 도발을 보면 더 이상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는 느낌이 강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대화라는 수단을 버리고 강압적인 조치만을 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비핵화하면 지원해주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명분과 자존심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보면 지원을 못 받더라도 자존심을 버리는 사례가 없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도 처음에 엄청 반대할 정도였다.”
―북한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중국 공산당 당대회 기간인 16~22일에는 무력 시위를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무색해졌다.
“명분만 있다면 중국 눈치를 보지 않고 계속 도발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을 외세로 보고 있다.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훈련하는 것처럼 중국이 북한에 들어가서 훈련하는 경우가 없다. 북한은 내부 원칙에 따라서 대외전략을 수립한다. 북한 입장에서 거스를 만한 표현들이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국방장관 등 정책 결정권자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곧 군사 도발 명분이다.”
―최근 북한이 전술핵 운용 부대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제7차 핵실험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차 핵실험에 앞서 전술핵 운용부대의 훈련을 실시하며 탄두 능력을 테스트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무력 도발 이후 핵실험으로 이어지거나, 핵실험 이후 도발을 하는 연쇄적 패턴을 보였다. 최근 북한이 북한판 이스칸데르, 에이태킴스,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이어 장거리순항미사일에까지 전술핵을 장착했다고 밝힌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이번 전술핵은 한국에 맞춰졌다. 이례적이다. 이전에는 미국에 초점을 맞췄었다. 그만큼 남북이 대화가 단절된 채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미국이 전략폭격기 B-1B를 괌에 전개했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다. B-1B가 전략무기이긴 하지만, 핵 폭격기는 아니다. 괌에 훈련을 하기 위해서 수시로 간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때도 괌 앤더슨 기지에 있다. 지난해 직접 앤더슨 기지를 방문해서 B-1B를 보기도 했다. 한반도용이라고 보는 건 확대해석이고, 그렇게 해선 안 된다.”
―9·19 군사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북한의 포 사격은 한국이 군사합의를 파기하게끔 유도하는 전략적 의도로 보인다. (폐기 주장은) 북한 의도대로 움직이자는 것이다. 군사합의는 우발적 충동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으로서 한반도에 기여하고 있다. 여당이 군사합의 작성 취지 자체를 모르는 것 같다. 군사합의는 남북간의 운용적 군비통제이자 국내 문제다. 반면 핵은 국제 규범으로 이뤄지는 국제 문제다. 국제 문제 때문에 국내 군사합의를 깨는 건 말도 안 되고 상당히 위험하다. 남북 간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갈 수 있고, 핵 사용 가능성도 높아진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북한 핵 위협 대응책으로 자체 핵 개발, 전술핵 재배치, 미국 전략 자산 상시 배치 등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전술핵 재배치는 사실상 현실 가능성 제로다. 미국의 전략 보고서에 전술핵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폐기됐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이 나서서 전술핵 재배치, 전략자산 상시배치 등에 대해서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술력을 고려하면 핵무장을 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이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핵 무장 한다고 하면 좋아할 것이다. 국제 사회가 경제 제재로 한국을 말려 죽일 수 있어서다. 함대가 한국 항구에 입항하는 등의 상시 순환 전개는 가능하지만, 전략 자산 상시 배치는 군사전략에 대한 개념적 이해도가 제로인 주장이다.”
―한·미 모두 비공식 경로로 북한과 물밑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도 있었지만, 계속 시도를 했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남북이 비밀리에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화의 한 축을 끊어버렸다. 대화 의지 시그널을 보내기는커녕 원천적으로 봉쇄해서 너희 곧 죽는다고 협박하고 있다. 국가 안보는 대화와 강압이란 축이 동시에 굴러가는 수레바퀴다. 지금은 정부는 한 축을 무너뜨린 채 강압에 의해서만 수레바퀴를 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하면서 북한에 공세적인 발언을 하면, 작은 트리거가 돼서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국 정부는 중국, 러시아를 통해 우회적으로라도 접촉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안보 정책과 북한 군사 도발에 대한 대응을 평가한다면.
“이번 북한 도발에도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이거에 일일이 대응하면 군에 대한 피로도가 올라가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북한에서 재채기만 해도 대응하다 보면, 독감에 대응하지 못하는 위험한 순간이 오게 된다. 도발과 위협 개념 명확히 해서 대응해야 한다. 위협은 대응태세를 유지하는 것이고, 도발엔 강력히 군사적 조치를 하는 것이다. 미국 안보 전략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울 것이라는 몰이해가 강하다. 한미 동맹에 대한 맹신이 강한 것 같다. 비핵화 시 지원해준다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이명박 정부 ‘비핵개방 3000’과 똑같다. ‘우리가 잘 사니까 먹여 살려줄게’인데, 북한 정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만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이다.”
―최근 여야가 한미일 3국의 동해 합동훈련을 두고 맞붙었다.
“이번 훈련을 통해 일본은 동아시아에 진출할 명분을 얻었다. 미국은 러시아, 중국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한미일이 합동으로 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익을 얻었다. 반면 한국은 한미일 훈련을 통해서 얻은 것이 없다. 특히 국제법상 우리나라의 허가 없이 일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다. 북한도 헌법상 우리 영토다. 그런데 앞으로 일본이 이번 훈련을 근거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서 북한을 공격한다고 할 수도 있다. 여당에서 동해에서 한미일 훈련했다는 것은 탐색, 구조훈련이다. 군사력 투사 훈련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처음이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국방부 대변인으로 일할 때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1년 5개월 지켜봤다. 청와대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고, 어떤 사건이 터질 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직접 서 전 장관과 통화했다. 서 전 장관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북한이 누군가를 불태워 죽이고 있다는 SI(특별취급 기밀 정보)를 받았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이라 관련 부대를 제외한 부대에서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 올라온 SI를 못 보게 했다고 한다. 이후 영상 정보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육군 기준 사단급 이상은 밈스를 다 볼 수 있다. 원본 SI도 그대로 있다. 감사원은 이런 상황을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