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장려금 계약 과정 ‘대기업도 퇴출’ 언급…쿠팡 “판매장려금 계약 미체결 불이익 없어”
쿠팡이 최저가 매칭 시스템으로 금전적 손해를 보면 입점업체 측에 광고비로 책임을 물게 했다는 내용도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쿠팡 의존도가 높은 입점업체가 많아지면서 쿠팡의 갑질 행위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출범하고 국내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해왔다. 지난해 로켓배송 도입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달성하며 이커머스업계 선두 입지를 공고히 했다. 쿠팡이 지난해 1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6조 8383억 원으로 전년(5조 3850억 원) 동기 대비 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37억 원으로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쿠팡의 앞날을 밝게 보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쿠팡 중심의 이커머스 시장 재편을 예상한다”며 “쿠팡의 풀필먼트(종합물류) 경쟁력 강화에 따라 오픈마켓 거래액 성장이 양호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팡 고객 수도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쿠팡 자체 분석에 따르면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상품을 구매한 적 있는 활성 고객 수는 같은 해 3분기 기준 1799만 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다. 같은 기간 1인당 고객 매출은 38만 원으로 19% 증가했다. 애플리케이션(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지난해 7월 기준 쿠팡 앱 사용자는 2766만 명으로 SSG닷컴 990만 명, 11번가 942만 명, 롯데온 168만 명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쿠팡 입점업체들은 쿠팡 입점이 브랜드 인지도 상승 및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 BM이 일부 입점업체들에 판매장려금과 관련해 압박을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판매장려금은 직매입 거래 시 상품 판매 촉진을 위해 납품업체가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수수료’ 개념이다. 쿠팡 입점업체는 쿠팡 내 자사 상품 판매 금액에 따라 일정 기준 쿠팡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판매장려금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쿠팡과 입점계약 과정에서 쿠팡과 입점업체 측이 합의한 목표 매출 금액 도달 시 판매장려금을 지급한다. 쿠팡 관계자는 “판매장려금은 업체별로 다르고 쿠팡과 입점업체 간 합의하에 목표 매출액, 비율 등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쿠팡의 판매장려금 비율은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6대 유통업체 주요 브랜드 34개의 판매수수료 등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의 거래금액 대비 판매장려금 비율은 2.0%, 직매입 대상 업체의 거래금액 대비 추가 비용 부담액 비율은 8.1%로 다른 업체들보다 높았다. 마켓컬리의 판매장려금과 추가 비용 비율은 각각 0.7%와 1.2%, SSG닷컴은 0.1%와 2.5%였다.
쿠팡의 판매장려금과 관련해 크고 작은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쿠팡의 BM이 입점업체에 압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쿠팡 BM이 입점업체에 CJ제일제당 발주 중단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쿠팡)는 CJ(제일제당)도 내보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쿠팡에 입점 중인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쿠팡 측과 맺은 판매장려금 계약서를 보여주며 “담당 BM이 미팅 중 구두상으로 판매장려금 지급을 요청했다. 제조원가가 오르고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닿고 있어 판매가는 올리지 못 하는 상황인데 높은 판매장려금 기준이 중소업체 측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마진 때문에 처음 판매장려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바로 동의하지 못했다”며 “이후 유선으로 장려금 계약서 서명을 촉구했고 이때 CJ(제일제당) 햇반을 몰아냈다는 것까지 강조해 계약(판매장려금 지급 관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쿠팡 관계자는 “판매장려금은 쿠팡과 입점업체 간 충분한 협의와 자발적인 결정으로 진행되며 계약 미체결로 인한 불이익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판매장려금이 타 이커머스에 비해 높은 건 사실”이라며 “관행이어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비율이)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입점업체들 사이에선 광고비 부담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쿠팡 입점업체들은 쿠팡의 직납 채널(로켓배송, 로켓프레시배송) 담당 BM들이 판매장려금 계약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면 배너광고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마진율 때문에 판매장려금 계약을 하지 못한 업체들은 매출을 위해 쿠팡 입점을 포기할 수 없어 배너광고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앞의 식품업체 관계자는 “판매장려금 계약에 동의하지 않자 판매장려금을 대체해 배너 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에 입점 중인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사 관계자들이 모인 한 메신저 단체방에서 “쿠팡과 미팅했는데 이전엔 나스닥 상장 위해 적자 보면서 매출 늘리고 몸집을 키웠지만 이제는 주주들 눈치 보느라 수익구조를 많이 바꾸고 있다(했다)”며 “수익화하겠다고 업체(판매자)들 돈 뜯는다. 판매장려금, 펀딩, 광고 등 전부 다 하라고 압박한다”고 털어놨다.
쿠팡이 마진 손해를 보고 있다며 광고비 지급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의 식품업체 관계자는 “BM이 ‘타 채널(이커머스)에서 최저가 상품을 팔고 있다. ‘(쿠팡) 최저가를 (입점업체에서) 지켜주지 않아 우리가 마진 손해를 봤으니 이달 배너 광고 400만 원짜리를 진행해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며 “우리(입점업체)가 쿠팡의 손해액이 얼마인지, 마진 손해를 봤다는 부분에 대한 문서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 아무것도 밝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법률사무소 현명의 권호현 변호사는 “쿠팡이 자신들의 손해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판매자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이 최저가 판매 시스템으로 발생하는 마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점업체를 상대로 광고 요구 등의 행위를 이어왔다는 이유로 쿠팡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32억 97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입점업체에 광고비를 요구하는 것은 대규모유통업법상 위반 행위다. 하지만 쿠팡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공정위 조치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행정소송은) 4차 변론까지 끝났고 5차 변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쿠팡 BM이 성과 달성을 위해 입점업체에 판매장려금 지급 압박 및 광고비 요구 등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쿠팡의 BM은 식품·패션 등 분야별로 존재하며, 자신이 맡은 분야의 입점업체와 판매장려금 및 광고 계약 체결 등을 진행한다. 쿠팡 내 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던 변호사 A 씨는 쿠팡 BM에 대해 “과거 간접적으로 ‘나는 그렇게 판매업자들 압박하는 게 싫어서 (BM 업무를) 관뒀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고 전했다.
쿠팡이 자사 BM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임직원들에게 공정거래 관련 법규 준수를 위한 명확한 행동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지속적인 교육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법 위반을 예방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업체가 주유통망으로 성장한 만큼 불공정 행위 여부가 있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유통 흐름에서 대부분 제조업체는 이커머스업체의 하청으로 종속된다”며 “하지만 이 같은 사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결국 쿠팡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