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대신 자신의 피로 그림 그려…내년엔 100m 너비 ‘혈화’ 작업 계획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작품들은 바로 나에게서 즉, 내 피에서 나온 것이다. 내 DNA가 내 작품의 일부가 된다. 때문에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의 인생 철학은 인생은 돌고 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순환한다. 때문에 (혈액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상기시키는 도구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피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미술 도구를 살 여유가 없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하는 수 없이 자두와 토마토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재료를 발견했다. 바로 자신의 피였다.
몸이 긁혀서 나온 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림을 그려본 결과, 꽤 쓸 만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로 그린 그림은 캔버스에서 잘 지워지지 않아서 더 오래 유지됐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그는 그때부터 몸의 일부를 살짝 베어서 나오는 피를 물감처럼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피의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물감, 즉 피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중요했다. 이에 현재 그는 마닐라의 한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채혈을 받고 있으며, 채혈 주기는 3개월에 한 번 정도다. 이렇게 뽑은 피는 작업실 냉동고에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작업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작품을 통해 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그는 “사람들은 피를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무의식 속에서 피는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믿음을 깨뜨리고 싶다. 사람들이 피를 죽음이 아니라 사랑과 삶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그가 작업실에 얼마나 많은 양의 혈액을 저장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는 내년에 100m 너비의 캔버스에 ‘혈화’를 그리겠노라고 발표한 상태다. 만일 이 작업이 성공할 경우 그는 세계 최고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출처 ‘로이터’.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