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디퓨저 사용도 경고음…“가습기 물에 무엇이든 넣는 건 수명단축 행위”
환경부는 지난 3월 30일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2만 1121개 제품을 조사하고 관련 법률을 위반한 693개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제조 및 수입 금지 등 유통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들 위반 제품은 △시장 유통 전에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신고‧승인 등 절차를 위반한 626개 제품 △신고 당시에는 안전기준에 적합했으나 실제 유통된 제품에서 유해물질 함유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된 62개 제품 △신고번호 등의 표시기준을 위반한 5개 제품 등이다.
특히 이 중 ‘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으로 불법 판매된 6개 제품이 있어서 방향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은 시장 유통 전에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안전성과 효능‧효과를 사전 승인받아야 하나, 현재까지 적법하게 승인받은 제품은 전혀 없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따라서 방향제로 신고된 제품이라도 ‘가습기에 사용 가능한 아로마 오일’, ‘가습기에 사용 가능하다’는 등으로 표시‧광고한 제품은 모두 불법이라는 것이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환경부가 이번에 적발한 6개 제품 외에도 방향제로 신고하고 가습기용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인 것처럼 홍보‧판매하는 제품이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제품은 포털사이트 쇼핑 카테고리나 유명 온라인 오픈 마켓 등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다. 제품명에 ‘가습기’, ‘아로마 오일 가습기’, ‘가습기 오일’ 등이 포함돼 있어 소비자들이 가습기에 사용 가능한 제품인 것으로 오인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방향제’로 신고된 제품이다. 사용 방법에 ‘디퓨저 가습기에 오일을 떨어뜨려 사용하라’고 돼 있지만 국내에서 신고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없는 제품도 있다. ‘디퓨저 가습기’라는 이름의 제품과 함께 묶어 판매되는 아로마 오일 역시 ‘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으로 승인받은 제품이 아닌 ‘방향제’로 신고된 제품이었다.
소비자들은 가습기에 사용 가능한 아로마 오일이라는 판매‧제조업체의 말만 믿고 방향제로 신고된 제품을 가습기용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불법 제품을) 차단하기 위해 감시단 등을 가동하고 있지만 온라인 유통 형태가 워낙 다양하고 차단하면 다른 데서 또 팔고 한다”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복적‧악의적으로 유통하면 회수‧판매금지‧제조수입 금지‧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체가 방향제로 허가받은 제품을 가습기에 사용 가능한 제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데는 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 승인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습기에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승인받으려면 판매 업체가 흡입독성실험을 의뢰하고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사는 “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 승인은 단순 허가‧신고 제품과 달리 심사와 승인을 받으려면 절차상 오래 걸리고 까다롭다”며 “그러나 신고 제품은 제출 서류가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받는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쉽다”고 전했다.
물에 아로마 오일을 풀어 초음파 진동으로 미스트를 확산시키는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도 초음파 가습기처럼 진동으로 수증기를 뿜어낸다. 그러나 디퓨저기 때문에 분사형 방향제로 신고된 아로마 오일이면 함께 사용 가능하다.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를 판매하는 생활용품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는 초음파 가습기만큼의 시간당 배출량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소비자들이 가습기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만큼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를 선물 받아 약 1년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소비자 최 아무개 씨는 “일반 디퓨저와 달리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는 아로마 오일을 물에 떨어뜨려 미스트로 분출되는 방식이라 가습 효과가 있다고 들었다”며 “그렇다면 가습기(에 사용하는) 화학제품처럼 초음파 디퓨저에 사용하는 제품도 관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의 환경부 관계자는 “비분사형 방향제로 신고해놓고 분사형 방향제로 판매한다면 불법 제품으로 보지만 분사형 방향제로 신고해 판매하고 있고, 가습 효과를 홍보하고 있지 않다면 관리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가 오인해 가습기처럼 사용하는 것까지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초음파 가습기에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려 사용하는 것과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를 사용하는 것 모두 동일하게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초음파 가습기에 아로마 오일을 풀어 쓰는 것과 초음파 아로마 디퓨저를 사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몸에 해롭냐고 묻는다면 비교할 필요도 없이 둘 다 바보 같은 짓”이라며 “가습기에는 물 이외에는 절대로 어떤 것도 넣으면 안 되며 가습기 물에 무엇이든 첨가하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행위”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덕환 교수는 또 “방향제를 밀폐된 실내에서 반복적‧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바로 그런 이유로 발생한 것”이라며 “아로마 오일같이 향기가 나는 물질은 생리활성 물질로 폐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암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고 잠깐 사용했더라도 반드시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