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기술력 확보 긍정적이지만 변수 적잖아…최주선 사장 “내년부터 레도스 일부 제품 양산 가능”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분주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로 OLED 기업 이매진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인수합병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900억 원에 이매진을 인수한다. 마이크로 OLED는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라고도 불린다. 이매진은 RGB(적녹청) 올레도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에 OLED를 증착시킨 기술로, XR(확장현실) 기기 구현에 유리하다. 올레도스 기술은 화이트(W)-OLED에 컬러필터(CF)를 형성하는 ‘W OLED+CF’ 방식과, RGB 화소를 같은 층에 인접 증착하는 ‘RGB’ 방식으로 나뉜다.
XR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일본 소니, LG디스플레이 등 대다수 업체는 W OLED에 CF를 붙이는 방식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빛이 컬러필터를 통과하며 빛의 밝기가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RGB 방식 올레도스 기술은 W OLED 방식 대비 화질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이매진에서 보유한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전력을 적게 쓰면서 밝은 휘도(밝기)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이매진은 올레도스를 연구한 지 20년이 넘은 회사로 관련 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다. 올레도스는 해상도와 휘도가 중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력에서 일단 앞서간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 LED는 레도스(LEDoS·LED on Silicon)라고도 불린다. 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발광다이오드를 올린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R(증강현실) 글라스 등 AR 기기에는 올레도스보다 레도스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MID(국제 정보 디스플레이 학술대회)에서 “시장 요구에 맞춰 마이크로 OLED와 마이크로 LED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2024년부터 디스플레이 일부 제품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초격차를 위해 남은 과제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력하기로 한 RGB 올레도스 방식은 아직 양산 여부가 불투명하다. 개발된다 해도 W OLED에 컬러필터를 붙이는 방식을 얼마나 대체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RGB 올레도스 방식으로 성공한다면 성능 면에서 확실한 차별화가 될 것이다. 다만 RGB 올레도스는 W OLED보다 양산이 좀 더 어렵다. 또 RGB 올레도스가 W OLED 대비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XR 기기용 W OLED+CF 시장에는 소니가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오는 6월 애플 세계 개발자회의(WWDC)에서 MR(혼합현실) 헤드셋을 처음 선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소니가 이 제품 올레도스를 납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XR 기기에 W OLED+CF 방식의 올레도스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XR 기기는 이르면 연내 공개될 것이라는 예상된다.
레도스 시장 난제도 만만치 않다. 한 디스플레이 연구자는 “마이크로 LED는 전사(칩을 패널에 옮기는 작업), 칩 본딩, 불량 화소 수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양산과 관련된 표준 솔루션이 없는 상태”라며 “중국 BOE 등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점도 변수”라고 설명했다.
생산 기술의 고도화라는 숙제도 있다. 문대규 교수는 “삼성전자에서 마이크로 LED TV를 내놓았지만 가격이 1억 원 정도로 굉장히 비싸다. 생산 기술이 못 따라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소형 기기용 레도스도 수율과 생산성을 갖추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R 기기 외에 IT 기기용 마이크로 LED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지도 주목된다. 애플이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를 OLED에서 마이크로 LED로 전환하길 원한다는 소식은 외신을 통해 꾸준히 알려진 내용이다. 애플의 삼성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 채택 비중은 21% 정도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디스플레이 패널의 70%를 공급한다.
애플은 마이크로 LED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결국엔 마이크로 LED도 디스플레이 업체에 위탁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는데, 관련 생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물량 수주가 불가능하다. 아직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태블릿용 마이크로 LED 연구 및 개발 계획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성과 주목되는 이유
한편 한국은 중국에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빼앗긴 상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42.5%를 차지했다. 한국은 36.9%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저가 LCD를 토대로 2021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OLED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 등 대형 OLED 시장은 한국이 95.2%의 점유율을 보였다. 중소형 OLED 시장은 한국이 79.1%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도 무섭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7년 1.5%에서 지난해 20%까지 뛰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은 2027년까지 IT용 OLED 생산라인 증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에 65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도 향후 5년간 투명·XR·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개척을 위해 연구개발 사업 등에 6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도 XR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이와 관련, 강성철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TV OLED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동시에 XR 등 새로운 산업에 접목하는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