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최다득표’ 노경은 ‘생애 첫 올스타’…역대 MVP는 롯데 선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올스타전은 10개 구단 선수들을 드림 올스타와 나눔 올스타로 나눠 경기를 치른다. 드림 올스타는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SSG 랜더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가 포함된다. 나눔 올스타는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로 구성된다. 올스타전 개최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둘 중 어느 쪽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그해의 홈팀도 결정된다.
올해 올스타전은 7월 15일 '구도' 부산의 사직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롯데가 속한 드림 올스타가 홈팀이다. 팬들의 열정이 하늘을 찌르는 부산에서 올스타전이 열리는 건 2007년 이후 16년 만이다. 부산 연고 구단인 롯데 선수가 8명이나 출전해 더 폭발적인 열기가 예상된다. 드림 올스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SSG의 김원형 감독, 나눔 올스타는 준우승팀인 키움의 홍원기 감독이 각각 이끈다.
#16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다
KBO리그 사상 첫 올스타전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7월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열렸다. 부산 구덕구장과 광주 무등구장, 서울 동대문구장이 그 무대였다. 당시 롯데 선수였던 김용희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이 '야구의 꽃' 만루 홈런을 터트리면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초대 '미스터 올스타'도 김용희의 차지였다.
올스타전은 그 후 각 팀 연고지를 순회하며 야구 팬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많은 팀이 야구장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로는 개장 첫 시즌에 올스타전을 열어 '전국구 신고식'을 치르는 게 통과 의례로 굳어졌다. 2014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2015년 수원 KT 위즈파크, 2016년 서울 고척스카이돔, 2017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2019년 창원 NC파크가 모두 그랬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3년 만에 올스타전이 재개된 지난 시즌에는 '한국 야구의 메카' 잠실구장에서 11년 만에 다시 올스타전이 열리기도 했다. KBO는 지난해 프로야구 40주년을 맞아 전문 투표인단 162명과 야구팬들의 투표 결과를 종합한 '레전드 40인'을 선정했는데, 그중 최다 득표자 4명을 올스타전에서 먼저 공개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올해는 6·25 전쟁 정전 70주년과 16년 만의 부산 올스타전을 기념하기 위해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의장대가 클리닝 타임에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과거에는 올스타 팀을 동군과 서군 또는 이스턴 올스타과 웨스턴 올스타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따라 구분했다. 그러나 2015년 팬 공모를 통해 '드림'과 '나눔'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게 됐다. '팬과 함께 나눈다(나눔)'는 의미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한다(드림)'는 뜻의 순수 한글 단어다. 올해로 9년째 이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최다 득표는 역시 이정후
각 팀 올스타 베스트 12는 팬 투표(70%)와 선수단 투표(30%) 결과를 합산해 뽑는다. 투수 부문은 선발, 중간, 마무리로 세분화된다. 과거에는 투수도 팀 당 한 명씩만 대표 선수 추천을 받은 뒤 총 10명 중 한 명을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선정했다. 그러나 그 결과 에이스급 선발 투수에게만 올스타 베스트 멤버로 뽑힐 기회가 주어지고,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들은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 벌어졌다. 결국 KBO는 2013년부터 투수 부문을 선발과 구원으로 구분했고, 2016년에는 구원 부문을 중간 투수와 마무리 투수로 다시 나눠 더 많은 불펜 투수에게 올스타전 출전 기회가 돌아가도록 했다.
각 구단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를 올스타전에서 보기 위해 기꺼이 치열한 투표 전쟁에 뛰어든다.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를 모두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가친척의 아이디까지 총동원해 지원 사격한다는 후문이다. 6월 5일부터 25일까지 21일간 진행된 올해 올스타 팬 투표도 총 유효표가 239만 2236표로 집계돼 전국 야구팬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올해 베스트12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는 나눔 올스타 외야수 이정후(키움)다. 이정후는 팬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124만 2579표(51.9%)를 휩쓸어 전체 1위에 올랐다. 선수단 투표에서도 총 335표 중 77.7%에 달하는 276명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팬과 선수단 투표에서 모두 최다 득표를 기록한 선수는 2018년의 양의지(두산 베어스)에 이어 5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이정후는 특히 2016년 나성범(KIA·당시 NC)과 2022년 호세 피렐라(삼성)가 기록한 236표(70.4%)를 넘어 역대 선수단 투표 최다 득표와 득표율 기록을 경신했다. 이와 함께 통산 6번째이자 최근 5시즌 연속 올스타 베스트12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최다 득표는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는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 구단이 베스트12를 한 명 이상 배출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이 가운데 롯데는 드림 올스타 12명 중 일곱 자리를 휩쓸었다. 선발 투수 박세웅, 중간 투수 구승민, 마무리 투수 김원중, 2루수 안치홍, 유격수 노진혁, 외야수 김민석, 지명타자 전준우다. 특히 '사직 아이돌'로 떠오른 19세 루키 김민석은 고졸 신인으로는 2009년 안치홍(당시 KIA), 2017년 이정후, 2019년 정우영(LG)에 이어 역대 4번째로 올스타 베스트12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고졸 신인 타자로는 휘문고 선배인 이정후 이후 6년 만이다. 나눔 올스타에서는 KIA가 베스트12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네 자리를 차지했다. 선발 투수 양현종, 중간 투수 최지민,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 지명타자 최형우다. 양현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나눔 올스타 선발 투수로 올스타전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팬심과 선수단 마음은 다르다?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를 따로 진행하는 특성상, 양쪽이 꼽은 베스트 멤버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많이 나온다. 동료 선수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도 팬 투표 결과 탓에 순위가 뒤로 밀리는 선수가 적지 않다. 실제로 드림 올스타 베스트12에서는 양쪽 투표의 결과가 일치하는 선수가 포수 양의지, 3루수 최정(SSG), 외야수 피렐라, 지명타자 전준우(롯데) 밖에 없었다.
심지어 투수 세 자리가 모두 팬 투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선수단은 선발 투수 라울 알칸타라(두산)·중간 투수 박영현(KT)·마무리 투수 서진용(SSG)을 1위로 뽑았지만, 롯데 팬의 사랑을 등에 업은 박세웅·구승민·김원중이 합계 1위를 차지했다. 2루수 김지찬(삼성)과 유격수 박성한(SSG)도 선수단 투표 결과와 달리, 팬 투표에서 롯데의 안치홍과 노진혁에게 밀려 베스트12에 들지 못했다. 안치홍은 지난해 선수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베스트12가 되지 못했는데, 올해는 정반대의 행운을 잡아 올스타전에 선발 출장하는 사례를 남기게 됐다. 외야수 부문도 선수단 투표 결과는 기예르모 예레디아(SSG·173표)-피렐라(167표)-최지훈(SSG·151표)-구자욱(148표)-김민석(53표) 순이었지만, 1위 예레디아와 3위 최지훈은 베스트12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나눔 올스타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벌어졌다. 선수단은 선발 투수 안우진(키움)과 중간 투수 박명근(LG)을 선택했지만, 전국구 인기 구단인 KIA의 양현종과 최지민이 각각 베스트 멤버로 선정됐다. 안우진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같은 아쉬움을 겪게 됐다. LG의 '오씨 형제'로 통하는 오스틴 딘과 오지환은 각각 1루수와 유격수 부문에서 선수단 투표 1위에 올랐지만, 채은성(한화)과 김주원(NC)에게 최종 1위 자리를 내줬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드림 올스타 1루수 부문 팬 투표 1위는 고승민이었지만, 박병호(KT)가 선수단 투표에서 151표로 1위에 오르면서 27표의 고승민을 크게 앞질렀다. 결국 총점에서도 박병호가 팬 투표의 격차를 극복하고 베스트12로 뽑혔다. 나눔 올스타 마무리 투수 고우석(LG)도 팬 투표에서 정해영(KIA)에게 40만여 표 차로 뒤졌지만, 선수단 투표(180표)에서 정해영(33표)의 여섯 배에 가까운 득표를 해 승부를 뒤집었다. 나눔 올스타 유격수 김혜성(키움)과 3루수 노시환(한화)은 지난해 선수들의 올스타 '원 픽'이었지만 팬 투표의 벽을 넘지 못해 베스트 멤버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양쪽 투표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리면서 이견의 여지 없이 당당하게 베스트12 한 자리를 꿰찼다.
물론 베스트12에 뽑히지 않아도 올스타전에 출전할 길은 열려 있다. 양 팀 감독이 올스타전에 출전할 감독 추천 선수를 26명(팀 당 13명) 추가 선정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드림 올스타 김원형 감독이 노경은·서진용·오원석(이상 SSG), 고영표·박영현·김상수(이상 KT), 데이비드 뷰캐넌·강민호·김현준(이상 삼성), 유강남(롯데), 홍건희·이유찬·정수빈(이상 두산)을 추천 선수로 선발했다. 나눔 올스타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김재웅·임창민·이지영(이상 키움), 박명근·오지환·오스틴 딘·김현수(이상 LG), 이우성(KIA), 에릭 페디·박세혁(이상 NC), 문동주·박상원(이상 한화)을 뽑았다.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가 부상, 사고, 질병과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경기 출장을 거부하면 KBO 규약에 따라 1군 등록이 자동으로 말소된다. 이후 소속팀의 정규시즌 10경기가 끝날 때까지 재등록이 불가능하다.
삼성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프로 통산 14번째 올스타전에 나서게 돼 이종범 LG 코치(13회)를 제치고 역대 최다 올스타 선정 2위로 올라서게 됐다. 1위 양준혁(15회)과는 불과 1회 차다. 홀드 1위를 달리고 있는 39세 투수 노경은은 2003년 프로 데뷔 후 21시즌 만에 처음으로 올스타전 초청장을 받게 됐다. 롯데는 베스트12와 감독 추천 선수를 포함해 가장 많은 8명의 올스타를 배출했고, 키움·LG(이상 6명)와 KIA·삼성(이상 5명)이 그 뒤를 이었다.
#'미스터 올스타'는 누가 될까
'별 중의 별'인 올스타전 MVP는 KBO 출입기자단 투표로 선정한다. 지난해 '미스터 올스타'로 뽑힌 정은원(한화)을 포함해 대부분 타자들이 이 상을 가져간다. 투구 이닝이 1~2이닝으로 제한된 투수의 경우, 아무리 인상적인 피칭을 한다고 해도 홈런이나 결정적인 적시타를 터트린 타자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역대 투수 수상자는 1985년 김시진(당시 삼성)과 1994년 정명원(당시 태평양 돌핀스)밖에 없다.
역대 올스타전 MVP는 롯데 선수가 1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다음으로 많은 KIA(전신 해태 포함)가 절반도 안 되는 6차례 MVP를 수상했으니, 올스타전은 그야말로 '거인의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용희가 1982년과 1984년, 박정태가 1998년과 1999년, 정수근이 2004년과 2007년, 이대호가 2005년과 2008년에 두 차례씩 수상한 이력도 있다. 또 허규옥이 1989년, 김민호가 1990년, 김응국이 1991년, 홍성흔이 2010년, 황재균이 2012년, 전준우가 2013년, 강민호가 2015년에 각각 MVP로 뽑혔다.
특히 전준우는 역대 유일하게 1·2군 올스타전 MVP를 모두 받은 진기록의 주인공이다. 신인이던 2008년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만루 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1홈런)를 기록해 MVP에 올랐다. 당시 "1군 올스타전에도 나가 MVP를 받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던 전준우는 5년 뒤 그 꿈을 이뤘다. 2013년 올스타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도루로 맹활약해 '만장일치급' 올스타 MVP에 올랐다.
올해 드림 올스타 베스트 12에는 올스타 MVP 출신 선수가 4명이나 모여 있어 눈길을 끈다. 지명타자 전준우 외에도 1루수 박병호가 2014년, 3루수 최정이 2017년에 각각 올스타 MVP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포수 양의지도 코로나19 여파로 올스타전 대신 '언택트 올스타 레이스'가 열렸던 2020시즌에 올스타 MVP로 뽑힌 경력이 있다.
MVP를 제외한 우수 투수상과 타자상, 감투상은 올스타전 기록과 활약상에 따라 KBO가 결정한다. 선수들의 올스타전 출전 수당은 기존 100만 원에서 올해 200만 원으로 두 배 올랐다. 승리팀 감독에게는 감독상이 돌아간다. 김원형 감독과 홍원기 감독을 뺀 8명의 감독들은 각자 더그아웃에서 역할을 나눠 맡아 코치 역할을 하게 된다. 올스타전 사령탑의 소속팀 프런트는 다른 구단 직원보다 할 일이 많다. 올스타 팀 공식 매니저와 트레이너, 더그아웃 기록원을 해당 구단에서 파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에서 사용하는 경기구는 KBO에서 준비하지만, 선수들이 훈련할 때 사용하는 연습구는 두 구단이 제공한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