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석 단장 “우승 위해 미래 내준 트레이드…마지막 열쇠는 김윤식”
LG는 7월 27일 KT전 승리 전까지만 해도 7월 10경기에서 3승(7패)만 기록할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 상황이었다. 7월에 국내 선발 투수들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LG는 7월 29일 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주고 선발 투수 최원태를 영입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7일 KT전 승리 이후 8월 3일까지 7연승을 거두며 투타에서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LG의 상승세 요인을 살펴봤다.
#최원태 트레이드 막전막후!
LG의 올 시즌 선발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4.61(8월 3일 현재)로 10개 구단 중 8위다. 1위 키움(12.13) 2위 KT(7.57) 3위 두산(7.43) 순이다. LG로선 올 시즌 내내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를 포함해 선발 투수의 부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시즌을 치른다면 정규시즌 1위 수성은 물론 포스트시즌이나 한국시리즈에서 뜻밖의 불운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차명석 단장은 오랫동안 고민에 빠졌다. 차 단장은 6월에 미국 출장을 떠났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의 높은 몸값과 이적료 등 제한된 계약 규모로 인해 당장 데려올 만한 투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차에 최근 KBO 단장 워크숍이 미국에서 진행됐다. 내년 시즌부터 시행될 예정인 피치 클락(정해진 시간 내에 투수는 투구를 해야 하며 타자 역시 타격 준비를 모두 끝내야 하는 룰)이나 베이스 크기 확대 등 다양한 제도 변화를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워크숍이었다. 차 단장은 워크숍 기간 동안 자신의 옆 자리에 키움 고형욱 단장이 앉았던 게 트레이드의 문을 연 단초가 됐다고 말한다.
“선발 투수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황이었는데 마침 미국에서 고형욱 단장과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고 단장이랑 이런저런 대화 끝에 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을 물었고,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 후 구체적인 내용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 키움은 주전급 선수를 원했는데 내가 주전급보다 유망주 트레이드가 가능하냐고 되물었고, 고 단장이 워크숍 마치고 귀국 후 다음 날 좋은 답변을 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LG는 선발 투수 트레이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강 7중 1약’으로 흐르는 순위 싸움에서 선발 투수를 내주는 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키움의 이정후가 부상을 당했고, 키움은 현재보다 미래를 보는 걸로 방향을 잡았다. LG의 선발 투수 요구와 키움의 변경된 방향 설정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차 단장은 트레이드가 성사되려면 서로 손해 보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데려오는 선수만 보면 전혀 아깝지 않은 트레이드지만 보내야 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수차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만드는 게 트레이드다. 즉 내 걸 내놔야 남의 걸 받아올 수 있다. LG는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했고, 그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전력 보강이라면 미래 자원을 내주고서라도 최원태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차 단장은 이번 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양 구단이 합의를 마칠 때까지 염경엽 감독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난으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염 감독으로선 두 팔 벌려 환영할 트레이드였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난 후 감독에게 전화로 트레이드 소식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염경엽 감독이 정말 기뻐했다. 막힌 숨통이 트인다고 하더라. 감독도 선발 트레이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가 최원태 합류 소식을 듣고 큰 힘을 얻은 듯했다. 아마 자신의 감독직 계약할 때보다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차 단장도 최원태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전까지 노심초사했다고 말한다. 이미 다른 팀에서도 최원태를 원하고 있고, 키움 측에 트레이드 제안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를 설득하고, 키움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며 연락을 기다린 차 단장은 최종 결정이 난 후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쉴 수 있었다.
최원태의 합류로 LG는 케이시 켈리-아담 플럿코-최원태-임찬규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이정용도 선발 야구를 보여주면서 7연승을 이끌고 있다. 최원태의 존재가 LG 선발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셈이다.
#가을 켈리를 보고 싶다!
기대를 모았던 케이시 켈리가 8월 3일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 90구를 기록한 켈리는 LG가 2-4로 지고 있는 6회 최동환과 교체돼 이날 등판을 마쳤다.
2019년 LG에 입단한 켈리는 올해로 KBO리그 5년 차 최장수 외국인 투수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이전 4시즌에 비해 올해는 경기 내용과 결과가 좋지 않다. 켈리는 올 시즌 21경기(124⅓이닝) 7승 7패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했다. 특히 7월에는 4경기(24⅔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4년 동안 LG의 에이스로 인정받으며 올해 18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는 켈리에 대해 팬들 사이에선 여전히 불만 섞인 목소리가 높다.
현장에선 시즌 초반 켈리의 부진과 관련해 구단에 교체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대체 외국인 투수로 마땅한 선수를 찾아내지 못해 이 사안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차 단장은 켈리를 안 바꾸는 건지 아니면 못 바꾸는 건지에 대해 묻자 “둘 다”라고 대답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를 데려온다고 해도 지금의 켈리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거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우리가 대체 외국인 투수한테 이적료 포함해서 줄 수 있는 돈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선수를 데려오려면 미국의 독립리그나 대만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더욱이 외국인 선수 교체는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터라 시간도 부족했다. 감독도 켈리를 계속 쓰겠다고 해서 켈리 교체는 없는 걸로 방침을 정했다.”
그렇다면 이전 시즌들에 비해 올 시즌 켈리가 부진을 거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차 단장은 포수의 변화가 투수한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에 대해 수긍하지 않았다.
“물론 4년간 호흡을 맞췄던 유강남보다 박동원과 배터리를 이루는 게 어색함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켈리의 부진 원인은 포수의 변화보다 제구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력분석팀에서 피칭 디자인도 해주고 있는데 아직 결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로선 가을에 강했던 켈리를 믿고 싶고 다시 보고 싶을 뿐이다.”
차 단장은 켈리와 다른 팀 외국인 투수와의 트레이드를 진행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없었다. 어차피 성사되기 어려운 트레이드라 미련 갖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올 시즌 공식적으로 트레이드를 진행한 건 최원태 건이 유일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뛸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LG의 타격 지표는 다양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뛰는 야구를 천명한 LG는 도루 성공도, 도루 실패도 1위다. 차 단장은 선수가 출루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마치 우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놓은 것마냥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올 시즌 우리 팀 수비 실책이 1위다. 지난 시즌엔 10위에 있었던 팀이 한 시즌 만에 수비 실책을 가장 많이 한 팀이 되고 말았다. 이건 팀의 뛰는 야구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뛰는 야구에 집중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커져 수비하는 데 집중하지 못할 거란 생각도 드는데 올 시즌 마치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짚고 넘어갈 예정이다.”
차 단장은 자신이 단장으로 있던 5시즌 동안 감독의 작전권, 인사권, 운영권에 대해선 간섭하거나 조언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면 전체 선수단 워크숍을 통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지언정 시즌 중 감독에게 구단의 입장을 전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고우석, 정우영이 후반기부터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선수들도 여유가 생기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지난 시즌에 비해 야구 보는 눈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오지환 주장을 비롯해 김현수, 박해민, 김민성, 허도환, 김진성까지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잘 이끌어주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차 단장은 LG 우승의 마지막 키로 김윤식을 꼽았다. 올 시즌 부상과 부진 등으로 2군에서 훈련 중인 김윤식은 염경엽 감독도 우승의 마지막 퍼즐로 인식하고 있다. 김윤식이 후반기 복귀해 지난 시즌과 같은 투구를 펼친다면 LG의 선발진은 완전체를 이룬다.
“아시안게임에 차출되는 고우석, 정우영, 문보경을 대신해 함덕주, 박명근, 김민성 등의 활약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거기에 김윤식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염 감독의 근심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