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교섭단체 수준 당선자 배출이 1차 목표…누군가의 유불리 떠나 준연동형 유지돼야”
―개혁연합신당 추진 배경이 궁금하다.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윤석열 정부에서 만들어내는 퇴행들이 위기를 불러내고 있다. 위기를 극복할 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제3지대 논의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고, 정치에 실망하고 환멸을 느끼는 무당층 영역이 굉장히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제3지대에서 선거공학적 논의만 이뤄지고 있는데, 이걸 밀어내고 개혁과제 중심으로 채워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준석 신당 논의가 나오면서 3자 구도로 치러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자 구도로 치러지면 보수 정권 확대와 재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내년 총선을 4자 구도로 만들어야 진보적 정권 교체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거대 양당을 진단해 달라.
“양당 정치가 비판 대상이지만, 양비론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없어서 거대 양당 정치에 한계가 있다. 개혁적인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신당을 제안한 이유다. 사실 정치 위기는 국가론 부재에 있다.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정치 철학을 가졌는지 아직도 모른다. 그런데 민주당 등도 국가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당론 추진하겠다고 한 ‘횡재세’ 등 개혁 과제는 발목 잡히고 있고, 사법리스크와 계파 갈등 등에 과도하게 천착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 개혁 이끌어갈 동력 부족하다면, 다른 세력이 견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비론 반사이익만 누린다면 구태스러운 정치 문법만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개혁연합신당의 내년 총선 목표는.
“제3지대에서 이준석 신당 포함한 선거공학적 세력들과 윤석열 정권 재창출을 막는 것이다. 또한 개혁하는 국회와 진보적 정권 교체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원내교섭단체(20석) 수준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진보 진영 연대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30% 달하는 부동층은 양당 정치에 실망하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열망이라고 본다.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정치, 개혁 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그런 정치세력이 승리해야 국민의 삶과 미래가 바뀐다. 개혁 가치를 추상적 나열하는 연대가 아니라 신당이 승리하면 30가지 개혁 입법과제가 추진되겠다는 구체적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구체적 모습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정책 간담회, 지역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개혁 과제를 함께 발굴하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본소득당은 사명지향적인 기업가형 국가를 제시했다. 국가가 대대적인 공공 투자를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그 성과와 결실을 소수의 기업만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께 배당으로 돌려드리는 새로운 국가의 역할을 제안했다. 그것이 △녹색 전환 △혁신국가 △국민통합 등 큰 틀의 세 가지 흐름이다. 구체적인 개혁 과제는 12월 말에서 내년 1월 초에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혁연합신당도 결국 내년 총선을 노리는 비례대표용 제3지대 정당 아닌가.
“비례 정당으로 신생정당이 등장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 되묻고 싶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세력이 등장하는 것 자체에 가치 판단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세력이 국민 삶을 바꿀 수 있는지, 선거공학적으로 이합집산한 세력인지 판단하면 된다. 여기에 지역구 정당인지, 비례 정당인지 들어갈 필요가 없다. 기존 정치가 하지 못했던 역할을 꿈꾸고, 설득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환영받아야 한다. 시도가 충분했는지는 국민께서 선거를 통해서 판단할 것이다.”
―이준석, 양향자, 금태섭 등 다른 제3지대 신당은 어떻게 보나.
“제3지대에는 선거공학적 세력만 가득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못하고 있다는 정서를 동원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이 제3지대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비전과 내용, 개혁과제를 제시한 것이 아니다. 반윤 싸움을 진보 진영에서 채워내지 못하고 있을 때, 보수 정당 내에서 등장하는 반윤이 상대적으로 새로워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윤을 기치로 한 이준석 신당이 다른 정치 세력으로 등장하기보다는 국민의힘 세력으로 확대 재생산될 것으로 본다.”
―비례대표용 신당 대신 지역구 출마를 고심하지는 않았나.
“실제로 수도권 1곳, 호남 1곳을 고민했다.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고, 당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지역구 1석에 집중해서 당의 선거를 치르는 것이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소수 정당으로서 현실적 고민도 있었지만 많은 분이 큰 정치,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해주셨다. 재선에 집중하는 선택은 당을 지지해주셨던 국민 뜻과 다르게 가는 방향이지 않을까 고민했다. 정당이 당리당략만 따르다 보면, 개혁 정치도 사라지고 진보적 정권 교체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재선에 집중하는 선거보다는 큰 틀에서 국민 열망을 어떻게 채워낼 것인가에 집중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권력’ 측에서 “용혜인 신당은 제2의 민주당 위성정당이자 개혁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견인하겠다는 개혁연합신당을 어떻게 위성정당 시즌2라고 보는지. 그건 자의적인 선입견과 상상력이다. 거대 양당 정치를 양비론으로 싸잡아 비판하면서, 그 둘만 아니면 올바른 정치 세력이라는 ‘세 번째 권력’의 가치 판단은 부실하다. 본인들은 이준석 신당에 위탁하려는 것 아닌가. 스스로 개혁 대상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세 번째 권력’이 이준석 신당에 합류해 달라고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큼, 이준석 신당과 맞서겠다는 개혁연합신당을 비판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떤 세력이나 인물들을 영입할 예정인가.
“지금 단계에서 어떤 분을 만나겠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개인 명예나 영욕보다는 개혁 정치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분들, 본인이 개혁 과제가 명확한 분들을 만나려고 한다.”
―녹색당, 민주노총 등과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겠다는 정의당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는지.
“저희가 얘기한 △녹색 전환 △혁신국가 △국민통합에 동의하고 열린 자세로 토론하겠다고 하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정의당은 그동안 정체성 위기에 빠져서 진영정치 틀 벗어나지 못했다. 진보정치 역사적 관성에 빠져서 정의당이 지금 시대에 맞는 대안과 비전, 국가론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위기의 핵심이라고 본다. 몇몇 개인이 불러온 위기라고 보진 않는다.”
―송영길, 조국 등도 신당 얘기가 나온다.
“두 분께서 실제로 정치나 창당의 뜻이 있으신지 전해들은 바가 없어서 답변하기 어렵다. 다만 개혁연합신당 원칙은 분명하다. 윤석열 정권 확대 재편에 힘쓰거나 선거공학적으로 답하는 분들 등과 함께할 수 없다. 반면 개혁 정치 내용에 동의하고, 민주 진보 진영 승리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과는 연합 계기 열려 있다. 개혁연합신당 개혁 과제에 관심 있기보다는, 개인의 무언가를 소명하기 위한 정치적 경로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 같다. 저희도 국민 공감대를 벗어날 순 없다.”
―무당층이 제3지대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나.
“개혁 내용을 채워야 제3세력에 국민의 지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그런 것 없이 무당층 얼마나 된다고, 여기 깃발만 꽂으면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방식은 실제로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제3지대는 중도층이라기보다는 기존 정당에 실망한 부동층이란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의사가 있다는 비율이 17~19%인 거 같다. 여기에 거품이 낀 건 이 전 대표도 알아서 고민도 많을 것이다. 지지율이 정치 내용을 밝혀서 한 것이 아니라, 양당 정치에 대한 반사 이익이라 거품이라는 것이다. 어떤 제3지대든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직 설득 시간은 충분하다.”
―제3지대 세력이 결국 양당 체제로 흡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기존 제3지대를 비판하는 지점이다. 제3지대에서 스스로 이루고 싶은 국가상이나 정치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 양당에 흡수되는 안철수식 결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 의원도 새 정치 이야기하면서 큰 바람으로 등장했으나, 그 결말은 윤 대통령 지지 선언과 단일화, 흡수 합당이었다. 제가 기존 제3지대를 비판하는 것도, 개혁연합신당을 하는 것도 (양당 체제로 흡수되는 것)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만약 병립형으로 퇴행해서 양당 기득권 강화된다면, 개혁연합신당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본다. 준연동형 취지 자체가 국민 표와 의석 수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기존에 합의한 다당제 정치 개혁 길로 나아가는 방향이다. 누군가의 유불리를 떠나서 준연동형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소득당 당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제 유불리만 따져보자고 한다면, 제3지대를 개혁 정치 공론장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개혁연합신당 계획이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민주당과 많은 국민께도 다양한 정치 세력과의 연대연합이 진보적 정권 교체에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잘 설득해 나갈 생각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