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금태섭+양향자 세력화 물밑 움직임…거대 양당 공천·비례대표 선거제 등 ‘파급력’ 변수
한 선거 전문가는 “무소속으로 나가서 당선될 수 있는 사람 정도는 돼야 3지대 유니폼을 입고 국회에 입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문가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간판과 바람”이라면서 “지금 3지대에서 아무리 강력한 바람이 분다한들, 거대 양당이 세워 놓은 확고한 간판 사이를 비집고 1등을 쟁취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정당 지지율과 선거는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3개 정당 후보가 한 지역구에 출마했을 때 그 지역구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한 명만이 국회로 입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3당 후보가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정당 후보와의 ‘거시적 지표’ 격차를 극복해내야만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소속으로 당선될 정도의 탄탄한 조직력을 가지지 않고서는 그 차이를 극복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3지대가 가진 명확한 한계다. 그런데 제22대 총선을 10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정치권에선 다시 3지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계 인사들이 3지대로 나왔다.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중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을 제외한 3명이 이 전 대표를 따라 나섰다.
천아용인의 빈자리는 새로운 ‘용’이 채울 전망이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등 당직을 역임했던 김용남 전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이준석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1월 1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김 전 의원은 “더이상 당 개혁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갖기 어렵다”면서 “(국민의힘이) 오직 대통령 눈치를 보며 민심에는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비민주적 사당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가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에선 비명계 대표주자가 깃발을 올렸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다. 이 전 대표는 1월 11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1월 11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정당’, ‘방탄정당’으로 변질했다”면서 전격 탈당했다.
이 전 대표는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면서 “당내 비판자와 제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받고 공격받았다”고 했다. 그는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히 지속될 수 없다”면서 제3지대 신당 창당 의사를 구체화했다. 비명계 현역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과 힘을 합칠 것이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원칙과 상식은 김종민 이원욱 윤영찬 조응천 의원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기 하루 전 원칙과 상식도 행동에 나섰다. ‘친낙계 좌장’으로 꼽히던 윤영찬 의원을 제외한 의원 3명이 탈당을 선언하며 제3지대행을 택했다. 윤 의원이 탈당에 동참하지 않은 상황과 관련해 조응천 의원은 “천아용인에서도 용이 하나 빠졌다”면서 “여기도 하나 빠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윤 의원 행보와 관련해 확대 해석을 일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원칙과 상식은 발 빠르게 창당 절차에 돌입했다. 이들이 창당할 미래대연합(가칭)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합류했다. 외연 확장 가능성을 표면화한 셈이다. 김종민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이준석 전 대표 등 여러 세력들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늦어도 설 이전에는 ‘빅텐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종민 의원이 언급한 ‘여러 세력’을 대표하는 건 양향자 의원이 창당한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이 공동대표인 새로운선택 등이 꼽힌다. 두 전·현직 의원은 정치권 안팎에서 이념적 성향보다 개인적 캐릭터성이 강한 중도적 인사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3지대에서 활동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향자, 금태섭 등과 같은 인물들이 ‘낙준연대’의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그간 추구해온 정치적 이념이 다른 이낙연, 이준석 전 대표를 한 텐트 아래 함께할 수 있게 할 연결고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빅텐트는 빠르게 와해될 수 있다”고 점쳤다.
3지대 주축 인사들은 1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데 모였다. 양향자 의원 출판기념회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축사를 했다.
아직까지는 3지대 교통정리가 완성되진 않았다. 각자의 영역에서 깃발을 들어 올리는 형국이다. 3지대 파급력은 이들이 모여 빅텐트를 세운 후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3지대 각 세력들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면서 “빅텐트가 무조건 합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각 정당이 개별적 독립성을 유지한 채 빅텐트에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합당이 아니라 빅텐트 내부에서 전략적 연대를 통해 지역구에 단일후보를 낼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 사당화에 반대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 연대를 한다면 명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개별 군소정당으로는 바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텐트를 치면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공천 절차도 3지대엔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부 경쟁에서 낙마한 인사들이 3지대 빅텐트로 유입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까닭이다. 또 다른 선거 전문가는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3지대는 선수층이 풍성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개혁이나 혁신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올드보이들이 생존을 위해 3지대에 합류하는 흐름이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거대 양당 내부에선 3지대의 핵심 멤버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여과없이 새어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선 “정치를 오래 하면서 해볼 건 다 해본 이낙연 전 대표가 노욕을 부리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둘이 연대한다고 해서 그게 새로운 정치일까. 결국은 당에서 밀려난 사람들끼리 손을 잡은 것에 불과하다”며 낙준연대를 평가절하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 담당 공격수로 나설 것이고,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 담당 공격수로 나서며 투톱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거대 양당이 3지대로의 표 이탈을 방지하려면 당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3지대로 나간 두 전직 대표를 각자 마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비례대표 선거제도 3지대 빅텐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다. 거대 양당 내부에서 전반적으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기류가 유력하게 포착되는 가운데, 제21대 총선에서 시행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야권에서 나온다.
3지대 빅텐트 입장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역구 사표’를 만회할 수 있는 제도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3지대엔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3지대 각 세력 사이에서 합당론과 각개전투론 간 이견이 표출될 수 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면 3지대엔 악재다. 거대 양당을 상대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서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막상 선거에 돌입하게 되면 거대 양당 구심력이 상당히 강할 것”이라면서 “소수정당들이 이를 뚫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채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도 여러 당들이 출현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은 도로 양당 체제를 선택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3지대가 합당을 하지 않는다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채 교수는 “다만 합당이 좌우합작이라는 키워드가 아니라 청년정치, 동서화합, 중도개혁 이런 쪽으로 명분 있는 메시지를 도출해야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면서 “각개전투를 하게 되면 중도층 표심이 3지대 대신 기권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