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블핑’ 시선은 잡았지만 “새로움 없다” 평가…전면 프로듀싱 맡은 양현석 역량 영향 클 듯
루카, 파리타, 아사, 아현, 라미, 로라, 치키타로 이뤄진 7인조 다국적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2023년 11월 27일 디지털 싱글 ‘배러 업(BATTER UP)’으로 데뷔했다.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발표하는 YG엔터 소속 걸그룹으로 재계약 이슈를 맞닥뜨린 블랙핑크의 빈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스타라는 점에서 국내외 K팝 팬덤과 업계의 이목을 모은 그룹이기도 하다.
YG엔터가 K팝계에서 가진 위상과 ‘블랙핑크의 여동생 그룹’이라는 후광을 두른 베이비몬스터는 K팝 데뷔곡 뮤직비디오 최단기간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하는 등 초반 이슈를 어느 정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신인으로서의 신선한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아 ‘보급형 블랙핑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뚜렷하게 불거졌다. 단 하나의 곡만으로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는 반박도 있었지만, 대중들이 대형 엔터사의 신인에게 기대한 참신함에 베이비몬스터가 미치지 못한다는 데에는 공감의 목소리가 좀 더 크게 울렸다.
실제로 베이비몬스터의 데뷔곡 ‘배러 업’은 국내외 평론가는 물론, K팝 팬들에게도 기대 이하라는 혹평을 받았다. 영국의 음악평론지 NME는 “큰 기대를 모았던 베이비몬스터의 ‘배러 업’은 헛스윙이었다”고 지적하며 기존에 안주할 뿐인 YG엔터의 ‘게으르고 새로울 것 없는 작곡 방식’을 비판했다.
일반 리스너들 역시 “(YG엔터의) 정형화된 스타일을 그대로 응축했을 뿐인 노래”, “사운드를 발전시키기보다 과거의 사운드에 갇혀 있는 모습의 대표적인 예가 베이비몬스터의 데뷔” 등의 반응으로 그룹 자체보단 YG엔터를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대형 엔터사에서 7년 만에 내놓은 신인치고는 그만한 시간이나 정성을 느낄 수 없이 급조된 것 같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어설프다는 게 이들의 주된 지적 내용이었다.
노래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베이비몬스터가 데뷔 이후 인기 척도를 어림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베이비몬스터는 2023년 11월 27일 데뷔 후 단 한 번도 국내 방송 무대에 선 적이 없다. 해외 K팝 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배러 업’의 뮤직비디오는 K팝 데뷔곡 24시간 최다 조회수를 경신하고 1억 뷰까지 도달하는 데도 최단기간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지만, 국내 음원차트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했던 것도 대중과의 이런 거리감이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철 지난 신비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YG엔터는 베이비몬스터의 데뷔 활동에서 방송 출연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곧바로 후속곡 활동에 나섰다. 실제로 데뷔 3개월 만인 지난 2월 1일 베이비몬스터는 ‘스턱 인 더 미들’을 발표했다. 이 곡은 4월 1일 공개 예정된 미니 1집의 선공개 싱글로 앞서 강렬한 이미지였던 ‘배러 업’과는 상반되는 섬세한 매력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스턱 인 더 미들’ 역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엔 매력이 부족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당찬 소녀들의 당당함을 내세웠던 ‘배러 업’의 콘셉트와 백팔십도 다른 신비롭고 잔잔한 곡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YG엔터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미지 변신으론 성공이지만, 반대로 그 탓에 베이비몬스터라는 신인 그룹이 가져야 할 정체성이 이도 저도 아니게 섞여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대마다 유행을 선도해 온 YG엔터와는 맞지 않게 과하리만치 반짝거려 촌스럽게 느껴지는 뮤직비디오와 멤버들의 개별 이미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직 그룹의 존재감이 제대로 각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줏대 없이 바뀐 콘셉트가 결국 K팝 팬덤은 물론이고 대중에게도 어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베이비몬스터가 보여줄 ‘두 번째 변신’에는 다시 한 번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멤버 아현의 합류가 베이비몬스터에게 있어 중대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선 두 곡이 멤버들의 개별 능력이 4세대 타 그룹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맛보기’에 해당한다면, 4월 1일 예정된 미니 앨범이야말로 비로소 베이비몬스터라는 완전체의 힘을 펼쳐 보일 실질적인 첫 무대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베이비몬스터의 완전체 활동은 4세대로 넘어선 K팝계에서 YG엔터의 입지를 재확인하게 하는 시험대로도 기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YG엔터의 걸그룹인 2NE1, 블랙핑크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테디가 아닌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전면으로 나서 제작한 그룹인 만큼, 양현석 총괄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다.
이미 4세대 최상위권 걸그룹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aespa),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의 르세라핌(LE SSERAFIM)과 어도어의 뉴진스(NEW JEANS),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아이브(IVE) 등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단순히 ‘블랙핑크의 여동생 그룹’이란 이유만으로 베이비몬스터가 선점할 우위는 없다. 선배 그룹의 후광을 벗어난다면 이렇다 할 매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베이비몬스터의 초반 활동에는 무엇보다 프로듀서의 역량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양현석 총괄이 기존 YG엔터 걸그룹의 계보를 이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새로운 ‘뉴 YG’의 첫 얼굴을 만들어낼 것인지. 서로가 서로의 승패가 될 양현석과 완전체 베이비몬스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