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협업 논란 속 ‘오너일가’ 정태영·정명이 부부 수혜…현대차그룹 “영업상 비밀 때문에 제휴”
현대카드는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가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BBB Positive(긍정적)에서 BBB+ Stable(안정적)로 상향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피치는 “현대카드와 현대차·기아의 강력한 시너지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상향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카드가 현대차·기아의 국내 차량 판매 신용카드 결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ICP(In Car Payment·차량 내 결제)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에 협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피치의 이러한 배경 설명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만큼 현대차·기아와 협업과 결속력이 강력하다면 다른 경쟁 카드사의 진입에 부당한 장벽이 생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대카드의 내부거래율은 다른 카드사와 견줘 뚜렷하게 높다. 현대카드는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2424억 원을 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전년 1888억 원 대비 28.4%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전체 영업수익(2조 2896억 원)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은 10.58% 수준이다. 이 기간 전업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 가운데 내부거래가 10%를 넘긴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와 현대차·기아가 직접적으로 내부거래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현대카드 측 설명이다. 현대차·기아의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현대카드를 이용할 경우 관련 수수료 수익이 내부거래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내부거래에 현대차·기아의 지원이 적절한지 여부다.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에서 제공하지 않는 포인트를 현대차·기아 차량 구매 소비자에게 제공(관련기사 정태영·정명이 부부 사익편취 우려? 현대카드 호실적의 이면)하고 있다. 해당 비용은 현대차·기아와 나눠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을 통해 관련 영업수익이 늘어난 만큼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인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 부부가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의 주요주주는 현대차가 36.96%로 최대주주다. 2대주주는 현대카드 지분 34.62%를 들고 있는 현대커머셜인데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이 현대커머셜 지분을 각각 12.5%, 25% 가지고 있다. 정 부회장 부부가 37.5%가량의 현대커머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현대카드에서 발생한 수익이 상당 부분 현대커머셜을 거쳐 정태영·정명이 부부에게 향하는 구조다.
현대카드와 현대차·기아의 내부거래가 오너 일가 지원과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차·기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른 카드사들의 영업이 방해를 받았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상장사인 현대차·기아 주주들 입장에서는 현대카드와 협업이 불만일 수 있다.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 제휴사를 선정할 때 다른 카드사에도 기회를 주고 현대카드와 경쟁시키면 지원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현대차·기아의 거래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고소나 고발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내부 사정을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출시 때 정해지는 판매 가격은 영업 비밀에 해당할 수 있어 현대카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인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카드와 협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 등에서 발생한 수익은 고객이 직접 선택한 카드 결제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 수익으로 계열사 밀어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