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기간 신주 발행 등으로 주당가치 하락도…“테마주처험 접근하면 위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모자 갈등(관련 기사 [쪼개지는 재계①] 경영권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이 봉합됐다.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남 임종윤 사장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다. 임종윤 사장이 해임되던 날인 3월 25일부터 4월 9일까지 사이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전거래일 대비 3% 이상 등락세를 보인 날은 3월 25일(+4.16%), 26일(-7.30%), 28일(9.10%), 29일(-13.64%), 4월 8일(-3.93%), 9일(-4.22%), 6일이다. 이 기간 일반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시달린 셈이다. 더욱이 지난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임종윤 사장이 내세운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후 주가가 급격히 빠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 발생 초기 해당 기업은 강한 주가 상승세를 나타낸다.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때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의 매수세가 경쟁적으로 유입된다. 일반 투자자들도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을 이끄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경영권 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돼 기대감이 사라지면 대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진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경영권 분쟁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간 이어진다 해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지도 불투명하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지분 확보 과정에서 자사주 매각이나 신주 발행 등으로 유통 주식이 늘어나 주당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가 발생해서다.
고려아연이 대표적인 예다. 동업관계였던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 사이의 갈등 징후는 2022년 하반기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주가는 분쟁 초기 상승했다. 그해 6월 44만 원대였던 주가가 2022년 11월 23일 장중 한때 68만 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주가는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해 들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더니 지난 3월 43만 원까지 밀린 이후 현재 46만~47만 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가 하락 원인을 주당 가치가 희석된 데서 찾기도 한다.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 분쟁 기간 신주를 발행해 제3자에 배정하거나 자사주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 유통 주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경영을 담당하는 최씨 일가가 우호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주식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정당한 경영적 판단에 따라 유통 주식을 늘렸다고 주장한다. 향후 고려아연의 유통주식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신주를 발행하는 결정이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한 지분 매각에 일반 주주들이 당할 수 있다”며 “신주 발행이나 자사주 매각 등 유통주식을 늘리는 결정은 ‘찬성 거수기’인 이사회에 맡기는 것보다 임시주총을 통해야 한다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통 주식의 확대에 대한 정당성을 주총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는 것.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회사 주식에 테마주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김형균 상무는 “경영권 분쟁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까닭은 지분 경쟁 기대감인데, 지분 경쟁 양상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며 “기대감이 소멸되면 매도할 기회도 없이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섣불리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