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차 해설위원 생활에 “여전히 정신없어…목표는 현장 복귀”
약 1년 전 이운재 해설위원은 오랜 기간 지켜 온 그라운드와 잠시 멀어졌다. 전북 현대가 새롭게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면서다. 2024시즌부터는 K리그2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새롭게 접하는 자신의 일에 대해 "아직까지는 정신이 없다"고 말한다.
"중계석에 앉아서 마이크가 내 입 앞에 딱 와 있는 상황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웃음). 이전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해설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선배님들께 조언도 구했다. 지금으로선 말을 더 또박또박하게, 전달력 있게 하는 것이 과제다."
자신이 수십 년간 해온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이 해설위원은 선수, 지도자, 해설위원으로서 달라진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이제는 축구를 위에서 보고 평가하는 역할로 변했다. 선수시절엔 나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코치는 선수들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돕는 역할이다. 해설은 양쪽 팀을 모두 바라봐야 한다.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이다."
그는 해설위원 활동으로 경기를 바라보며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눈에 띈다. 폭력적인 행위, 보복 행위 같은 것들"이라며 "비록 그런 장면에서 방송으로는 내가 '포장'을 하지만(웃음),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 행동이 나온 팀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 후배 선수들에게 이 이야기는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골키퍼 강국으로 통한다. 국가대표 자원을 넘어 다수의 선수들이 해외에서 활약 중이다. 김승규는 세계적 스타들이 운집한 사우디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정성룡은 J리그 우승 4회로 소속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레전드로 불린다. 이외에도 김진현, 구성윤, 송범근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골키퍼 출신 해설위원으로 견해를 내놨다. "이전부터도 우리나라 골키퍼들의 기량은 좋았다고 본다. 지금 일본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대부분 신체 조건이 좋은 선수들이다. 일본 골키퍼들에 비해 그 부분에서 우위에 있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골키퍼에겐 신체 조건도 큰 자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러브콜을 받는다. 경험적인 부분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또 강한 정신력도 강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운재 해설위원은 해외 무대에서 제의를 받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였다. 그는 "스페인에서 제안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팀이었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라며 "크게 고민하지 않고 거절했다. 월드컵 때 나이가 서른이었다. 선수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만일 낯선 유럽에 나갔다가 실패한다면 돌아오더라도 금방 선수생활이 끝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20대 중반이었다면 도전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설위원 활동은 주로 경기가 있는 주말을 위주로 이뤄진다. 그 외 시간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학교에 다니는 딸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요청이 있으면 행사나 영상 콘텐츠 등에 참여한다. 그는 "뭐든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또 언제 이런 시간적 여유가 생길지 모른다"며 웃었다.
엘리트 유소년 선수들의 레슨에도 나선다. 역대 최고 골키퍼로 불리는 그에게 유망주들의 적지 않은 문의가 있다고 한다. "나는 레슨을 통해 뭔가를 확 바꿔주는 '족집게 강사' 느낌보다 훈련을 통해 그 안에서 수정할 부분을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한다"며 "힘들게 할 때는 과장을 보태서 선수들이 훈련장을 기어서 나갈 정도로 강하게 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레슨을 받는 연령에 따라 다르게 교육을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학생은 아직 신체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나이다. 함부로 훈련하다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기술적인 부분을 위주로 한다. 고등학생 정도면 성인에 가까운 신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은 많은 훈련량으로 기량을 끌어올리려 한다."
그는 엘리트 선수 레슨에 나서며 자신이 선수로 성장하던 시절에 비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골키퍼 코치 지도를 받은 것이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팀 때다. 그 이전에는 골키퍼 전문 코치님을 만나보지 못했다"며 "다양한 장비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성인팀에는 골키퍼 코치님들이 다 있지만 여전히 프로 산하 유스팀이 아닌 일반 학원 축구에서는 골키퍼 코치가 대부분 없다.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의 교육과 관련된 작은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주변 여건과 시간이 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내세우면서도 "앞으로 축구는 계속 세분화될 것이라고 본다. 교육도 공격, 미드필드, 수비 등 포지션별로, 측면과 중앙 등으로 나눠서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특히 골키퍼는 완전히 다른 부분이다. 골키퍼 전문 교육기관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한발 더 나아간다면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켜서 프로 진출,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현재로선 성인 무대 지도자에 대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현재는 중계석에 서며 해설위원으로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 코치 복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현장의 부름을 기다린다(웃음). 아직까지 선수들과 호흡하고 땀 흘리는 시간이 그립다.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사명감도 있지만 여전히 프로 선수, 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잘 떠오른다. 현재로서 목표는 현장에 돌아가는 것이다. 잘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겠다(웃음)."
지도자 복귀에 욕심이 있는 이운재 해설위원, 한 팀의 감독에 대한 열망은 없을까. 그는 "내가 하고 싶어 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직 감독 자격증도 없다. 필드 A급 지도자 자격증까지는 따긴 했다(프로팀 지도를 위해선 P급 자격증 필요)"고 말했다.
국내 축구계에서 골키퍼 출신 감독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해설위원은 "정말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은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다만 억지로 그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할 생각은 없다"면서 "아직까지 '골키퍼가 무슨 감독이야'라는 편견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골키퍼 영역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