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승마 사업 부진 돌파구, 첫 단계부터 지역사회 반발 직면…한화호텔앤드리조트 “향후 주민 의견 청취”
#제주도의회 의장과 시민단체 비공개 면담
제주특별자치도청(제주도청)에 따르면 애월포레스트피에프브이(애월포레스트PFV)는 오는 9~10월께 제주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사업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주도에 제출할 계획이다. 애월포레스트PFV는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사업시행자다. 애월포레스트PFV는 1조 7000억 원을 투자해 애월읍 중간산 일대에 테마파크 등 휴양문화시설, 골프아카데미와 승마체험장 등 운동시설, 1090실의 휴양 콘도와 호텔 등 숙박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예상 착공 시기는 2028년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애월포레스트PFV 지분 62%, 1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애월뿐 아니라 설악과 통영에도 대규모 복합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프리미엄 관광단지를 통해 실적 반전을 이끌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운영부문(호텔·리조트 사업)은 최근 국내 여행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좋지 않다. 전략운영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04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634억 원으로 약 14%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8억 원에서 158억 원으로 103% 늘었다.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다. 애월포레스트PFV가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신청하려면 전략환경영향평가, 개발사업심의·재해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심의, 환경영향평가 도의회 본회의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나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
문제는 벌써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제주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축구장 168개 면적의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은 제주도 중산간 개발을 가속화해 제주의 자연경관 자원을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며 “애월읍 지역은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운영되는데 관광단지에 대규모 용수 공급이 이뤄지면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도 농어촌민박협회는 제주도 영세 숙박업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제주경실련은 지난 8월 12일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제주경실련 관계자는 “제주도민의 뜻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도의회 주도로 토론회 등을 개최해달라고 요구했다. 토론회를 통해 도민들이 개발 사업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려면 도의회 동의가 상당히 중요한데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상봉 의장실 관계자는 “단체 의견을 들어본 정도”라고 말했다.
#사업 부지에 한화넥스트 애월목장도 포함
한화넥스트에게도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사업은 중요하다.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는 한화넥스트 소유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다. 한화넥스트는 지난 2월 120만㎡(약 36만 3000평) 규모의 애월읍 부지를 애월포레스트PFV에 매각하겠다고 공시했다. 해당 부지에는 한화넥스트가 운영하는 애월목장도 포함됐다. 부지 매각가는 매각 시점인 2026년 12월 31일에 정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의 토지 장부가액은 2022년 말 기준 410억 원, 감정평가액은 2023년 말 기준 1147억 원이다.
한화넥스트로서는 부지 매각을 통해 얻는 현금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한화넥스트는 2022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승마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된 법인이다. 한화넥스트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로얄새들승마클럽’, 제주도에서 ‘한화 애월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넥스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80억 원에서 2023년 말 227억 원으로 184% 늘었다. 이는 한화넥스트가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 건물을 처분한 영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다. 한화넥스트는 지난해 별도 기준 2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넥스트는 2022년 5월~2022년 12월에도 3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화넥스트 해외 승마 법인의 실적도 좋지 않다. 한화넥스트는 2022년 독일에서 마장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 ‘Sportpferde Galleria GmbH’를 설립했다. 지난해 7월에는 마장 개발 목적으로 미국에 부동산 개발 업체 ‘NEXT STEP N DEVELOPMENT LLC’를 세웠다. Sportpferde Galleria GmbH의 지난해 매출은 12억 원, 순손실은 57억 원이었다. NEXT STEP N DEVELOPMENT LLC도 지난해 순손실 1585만 원을 기록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넥스트 승마사업부문장을 맡아왔다. 그런데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 7월 한화넥스트 승마사업부문장에서 물러났다.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난 가운데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사업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한화넥스트의 신사업 추진 및 사업 확대 계획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개발 초기 단계로 아직은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등이 제출된 후 주민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