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은 사업자 주소지만 빌린 ‘비상주 임대’…향후 어떤 역할할지 궁금증 증폭
폴스타홀딩스는 2021년 6월 설립된 곳으로 홍정환 대표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딸 서민정 씨와 결혼 7개월 만인 2021년 5월 합의 이혼한 지 1개월 만이다. 2022년과 2023년 실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폴스타홀딩스는 ‘사업활동을 하지 않은 법인이며, 재무제표 작성을 따로 하지 않은 법인’으로 설명돼 있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폴스타홀딩스는 아예 사무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폴스타홀딩스의 본점 소재지로 등록된 주소는 공유오피스 업체 ‘가라지’가 사용하고 있다. 가라지 관계자는 “폴스타홀딩스는 사무실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업체에서 제공하는 ‘비상주 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비상주오피스 서비스는 “오피스에 상주하지 않고 사업자 주소지만 임대한 서비스”다.
폴스타홀딩스의 이러한 모습은 홍정환 대표의 적극적인 투자활동에 비춰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홍 대표는 본인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거나 직접 설립한 기업들과 관련해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홍 대표는 폴스타홀딩스 설립 5개월 전인 2021년 2월 사모펀드 운용사 ‘폴스타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폴스타파트너스는 설립 4개월 만에 유아용 콘텐츠 ‘핑크퐁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 핑크퐁 컴퍼니(옛 스마트스터디)’ 주식 4만 주를 약 131억 2000만 원에 매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공관절 수술 로봇 제조 회사인 큐렉소에도 12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홍정환 대표는 ‘한국자산평가’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다. 홍석준 회장이 2021년 7월 설립한 경영 컨설팅 업체 ‘에이치아너스’는 지난해 12월 한국자산평가 지분을 인수했다. 홍 회장과 홍 대표는 에이치아너스 지분 50%씩 나눠 갖고 있다. 에이치아너스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자산평가 지분 41.53%를 확보했다.
한국자산평가는 금융감독원이 지정한 ‘채권 가격 평가기관’으로 채권을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의 적정가격 등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자산평가의 규모는 홍석준 회장이 이끄는 보광인베스트먼트보다 크다. 한국자산평가의 지난해 매출은 약 592억 원으로 보광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매출 약 42억 원의 10배가 넘는다. 홍 회장 부자는 지난해 말 한국자산평가의 기타비상무이사에 각각 취임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자산평가의 최대주주는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로 지분 50%를 보유 중이다. 캑터스PE는 홍 회장 부자와 동맹관계에 있는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에이치아너스는 추후 캑터스PE가 보유한 지분 7%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추가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7%를 확보하면 에이치아너스는 한국자산평가 지분 48.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 에이치아너스는 약 140억 원이 더 필요하다.
홍정환 대표는 에이치아너스에 사재를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석준 회장이 보유 중인 에이치아너스 지분 50%를 1500만 원에 취득한 데 이어 에이치아너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홍 회장과 함께 각각 26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돈은 한국자산평가 지분 인수에 사용됐다.
다만 홍석준 회장과 홍정환 대표 부자지간에 기업가치를 올바로 책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홍 대표가 홍 회장의 지분 50%를 인수할 때에는 취득 단가가 액면가 그대로 주당 5000원이었으나, 홍 대표가 유상증자에 참여했을 때 신주 발행가액은 50만 원으로 무려 100배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주당 액면가 대비 할증율은 9900%에 달한다.
에이치아너스가 한국자산평가 지분을 추가로 인수했던 지난 5월, 홍정환 대표는 BGF리테일 주식을 담보로 97억 9200만 원을 대출 받기도 했다. 홍정환 대표는 또 지난 7월 보유 중이던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2016년 고급빌라 ‘한남더힐’ 한 세대를 35억 5000만 원에 매입한 홍 대표는 이를 89억 원에 되팔아 53억 5000만 원의 차익을 얻었다.
홍정환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따라 향후 폴스타홀딩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다만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가 그동안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요신문i'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폴스타파트너스와 보광인베스트먼트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