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교육, 높은 목표치 탓 내부 반발 극심…KT “당초 정해진 지침대로 운영”
#"대부분 회사에 '찍혔다'고 생각"
KT가 신규 조직 ‘토탈영업TF’를 정식 조직으로 편제하면서 전국 각지의 174개 사이트에 2500여 명의 직원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자회사 KT넷코어와 KT피앤엠을 신설하고, 자회사 전출 및 희망퇴직에 동의하지 않은 약 2500여 명의 잔류 직원들을 토탈영업TF로 발령냈다. 직원들은 1·2기로 나누어 한 달간 온라인 교육을 받은 후 OJT(교육훈련)을 거쳐 현장에 투입된다.
그런데 발령 직후인 1월 21일 TF 소속 한 직원이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해당 직원은 유서에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다”며 “말도 안 되는 교육을 받으며 자괴감이 든다”고 썼다. 이어 “회사를 위해 일해 온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라고도 적었다.
토탈영업TF 소속 직원들이 불만이 터져나왔다. 익명 단체 카카오톡방에 소속된 한 토탈영업TF 소속 직원은 “말도 안 되는 구조조정을 해서 결국엔 사람이 죽었다. 직원이 숨졌는데도 회사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라며 “TF 직원들도 대부분 자기들이 회사에 ‘찍혔다’고 생각하지 TF가 정상적인 조직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토탈영업TF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직무 전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과 OJT를 거쳐 현장에 투입되고 있지만,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 전혀 다른 데다 교육 내용이 방대해 충분한 학습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토탈영업TF 소속 다른 직원은 “정말 KT에서 파는 상품을 다 팔아오라고 한다. 클라우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T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을 짧은 시간 내에 습득해야 하는데,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교육 범위가 워낙 넓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토탈영업TF 직원들의 R&R(체계와 역할)을 살펴보면 직원들은 B2C(소비자)영업, B2B(기업)영업, 신규고객 발굴에 사후관리까지 전담해야 한다. 판매 상품은 B2C는 휴대폰, 인터넷·TV, TV Biz 약정갱신, 공중전화교환망(PSTN), 요금제별 인터넷 기반 음성전화(VoIP)에 하이오더·서빙로봇 등 소상공상품이 포함된다. B2B 상품은 기가오피스, 플렉스라인, 코넷전용회선, 기업메세징, 기업인터넷전화, 기업일반전화, 영상보안 CC(폐쇄회로)TV, 주차관제까지 망라한다.
현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경기권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KT 안에서도 판매 대상 상품군을 한꺼번에 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육훈련 기간인데 멘토가 없어 저희끼리 아는 부분을 조금씩 가르쳐주거나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라며 “교육훈련이 끝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남권에 근무 중인 한 직원 또한 “갓 발령난 직원들끼리 서로 가르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 효과가 전혀 없고 결국 직원들을 방치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토탈영업TF 소속 직원들에 대한 복무 관리가 유독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전남권 직원은 “관리자는 PC 이용 시간을 체크하는 등 근태 관리를 강조하며 ‘복무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거듭 엄포까지 놓고 있다”며 “일반 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복무 관리 기준을 TF 직원들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토탈영업TF 직원들의 잠정 영업목표는 인간 연당 2억~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배치 상권의 급지에 따라 목표치는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것이 직원들의 토로다. 토탈영업TF 직원들이 발령받은 지역들은 유통망이 없거나 취약한 상권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권역·주거 지역이 아니거나 재개발 구역·오지 부근이 많아 영업이 쉽지 않다. 지정된 곳을 벗어난 곳에서는 영업도 불가능하다.
앞서의 경기권 소속 직원은 “TF장이 저희 인당 매출 목표가 회사의 경영 목표에는 반영이 안 된다고 얘기했다. 최대 5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목표로 잡으면서 CEO의 평가가 아닌 우리 개개인의 평가에만 반영된다는 것”이라며 “실제 경영보다는 압박을 위한 목표고 회사가 계속 우리는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느낀다”라고 토로했다.
서울권 소속 한 토탈영업TF 직원은 “차별도 있는데 갤럭시 S25 출시 이후 일반 대리점에는 30만~35만 원씩 지원금을 보조해주면서 저희는 10만 원 수준의 지원금만 주고 있다. 우릴 통해 가입하면 고객이 손해를 보는데 어떻게 영업을 하나”라며 “저성과자로 몰아서 퇴출하거나 못 견디고 제 발로 나가게 하려는 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퇴출 프로그램처럼 운영된다면 문제"
토탈영업TF는 KT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폐지했던 직접 영업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과거 가치고객영업팀 소속이었다고 밝힌 한 직원은 “B2C 직접판매는 이미 예전에 폐지됐고 이번 구조조정을 거치면서도 로봇 판매, 테이블오더 영업 등 KT 직원들이 직접 담당했던 업무들이 모두 없어졌다. 관련 업무는 대리점으로 아웃소싱하는 걸로 정리됐다”라며 “직접 영업을 없애겠다며 인력 감축을 해놓고 정작 기존보다 더 확대된 형태의 직접 영업 조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법적으로 다툴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용원 공인노무사는 “업무적 필요성에 따라 별도 팀을 신설해 전보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용 가치가 낮은 업무를 부여해 직원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게 하고 성과 창출도 어려운 환경을 조성한 뒤 낮은 평가를 내리는 방식으로 퇴출 프로그램처럼 운영된다면 문제가 생긴다”라며 “법원에서도 사용자가 복무 필요성이 아니라 퇴출을 목적으로 직원을 배치하는 경우 해당 전보를 정당하지 않다고 인정한 판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재원 메이데이 대표 변호사 역시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것으로 다퉈볼 수 있고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으로 구제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 변호사는 “문제는 현재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입장이 여전히 보수적이다. 실질적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근로조건과 관련됐기 때문에 단체협약 사항에 해당하고 노동조합이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 KT 노조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고인과 관련해서는 유가족 분들께서 공론화를 원치 않는다라는 입장을 회사에 전달해주셨고 회사의 공식 입장도 따로 없다”라며 “토탈영업TF는 당초 정해진 지침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