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사과 바란다”고 했지만 여전한 묵묵부답에 대중들 분노 ↑
2월 6일 방송가에 따르면 고 오요안나의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MBC 기상 캐스터 김가영이 2019년부터 고정출연해 왔던 MBC 라디오 '굿모닝FM 테이입니다'에서 자진 하차했다. 진행자인 가수 테이는 "김가영 기상 캐스터가 프로그램을 위해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제작진은 본인과 협의를 거쳐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가영은 파주시 홍보대사에서도 해촉됐다. 앞서 김가영은 2023년 8월 파주시 홍보대사로 위촉돼 파주시청 공식 홍보 영상에 출연하는 등 활동했다. 해촉 이유로는 '파주시 홍보대사 운영에 관한 조례 제5조(해촉)'에 따라 △사임의 의사 표시가 있는 경우 △홍보대사로서 품위손상 등 직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그밖에 직무를 계속해서 수행하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가영이 고정 출연 중인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역시 그의 거취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BC 측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선 만큼 결과에 따라 김가영의 하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김가영이 가장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하차 여부가 크게 주목받긴 했으나 나머지 세 명의 가해자들도 MBC의 진상 조사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고 오요안나의 직장 괴롭힘 피해가 폭로된 이후에도 MBC의 날씨 코너를 그대로 맡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유튜브 등 방송 영상과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자 MBC 측은 일부 영상에 대해 댓글 작성 기능을 중지시켰다.
이런 가운데 고인의 유서에 등장하는 가해자 A 씨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날 YTN star의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고 오요안나의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유족들이 A 씨에 대해 지난해 12월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같은 날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고 오요안나의 모친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전 A 씨의 괴롭힘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A 씨가 맡고 있었던 MBC '뉴스투데이' 평일 날씨 예보를 2021년 9월부터 담당하게 됐는데, 이것이 괴롭힘의 발단이 된 것으로 지목됐다. 고인과 동기 1명을 제외하고 사실상 MBC 기상 캐스터 전원인 4명이 이 같은 괴롭힘에 동참해 약 3년 간 고인을 사지로 몰았다는 것이다.
앞서 고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MBC가 고인에 대한 사내 부고 조차 올리지 않아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뒤늦게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MBC 기상 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이 일자 MBC는 고인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2월 5일 첫 회의를 열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도 해당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 내사에 나선 상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