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상환 능력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재대출 권유…“고리대금 피해 해결” 내건 업체도 불법 금품 수수

경찰은 2024년 1월경 다수의 사채업자들로부터 상환 독촉에 시달리던 피해자와의 전화 상담과 경기도 경기복지재단 불법사금융피해지원팀의 제보를 통해 수사에 착수했고, 8개월 간의 끈질긴 추적 수사를 통해 전국에 산재된 사무실 등에서 범인들을 찾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대부업을 운영하는 A 업체는 미등록 업체로 평균 연이율 1002%, 최고 2만 531% 수준의 이자율을 책정해 48억 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했다. 경찰은 A 업체 직원과 A 업체에 대포물건(대포폰·통장)을 공급한 범인 등 60명을 대부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A 업체는 2021년 3월부터 2024년 5월까지 다른 대부 중개업체로부터 대출상담자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취득한 뒤 대출 신청자 3649명에게 전화 상담을 통해 155억 원 상당을 대출해줬다. 피해자들은 주부, 소상공인, 학생 등으로 다양했으며, 정상적인 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파악됐다.
A 업체 직원들은 과거 경찰에 단속돼 처벌 받은 전력이 있었으나 총책 관리 하에 자체 행동강령을 수립하고 여러 개의 대부팀을 구축했으며, 수사기관의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 사무실을 수시로 이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범죄단체를 조직·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출금을 잘 갚는 채무자들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채무 상환 능력이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재대출을 권유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한 연체자들에 대해서는 텔레그램에 ‘사고연체방’을 만들어 대상자들의 개인정보 2285건을 상호 공유하는 등 연체 위험을 최소화해 채무자들을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경찰은 채무 상환이 곤란한 채무자의 사채를 정리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는 채무종결대행 B 컨설팅업체 대표를 비롯한 5명을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은 피해자 39명으로부터 의뢰비 명목으로 약 1억 9000여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B 업체는 온라인상에서 "고리대금 피해를 해결해 주겠다"고 홍보하고, 피해자들이 신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A 업체에 연락해 법정이자율 초과 수수 행위를 신고할 것처럼 협박했다. B 업체는 채무자들이 초과 납부한 이자를 A 업체로부터 가로채는 한편 채무자들에게 중재 목적으로 의뢰비를 지급받는 등 이중으로 금품을 수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업체는 채무자가 의뢰비 지급을 연체하는 경우 채무자들의 휴대폰에서 확보해 놓은 성행위 영상 등을 재촬영한 뒤 가족 등에게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B 업체 일당이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여성 피해자를 상대로 신고 취소를 강요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업체와 B 업체가 직접 연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미등록 대부업체와 채무종결 대행업체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며, 특히 성착취 추심과 지인을 이용한 추심 등 악질적인 불법채권추심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업체에서 담보 명목으로 가족·지인의 연락처 및 신상정보 등을 제공해 줄 것에 대해 요청하는 경우 경계심을 갖고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만약, 불법채권추심, 고이자 지급 요구 등 이미 피해를 입은 경우 지체 없이 182경찰민원콜센터, 경찰서, 금융감독원에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