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문형배·이미선 4월 퇴임까지 버티기 전략…대선 잠룡들 보폭 넓히며 세력 재편 시동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24506360030.jpg)
국민의힘 지도부는 헌재가 불공정한 ‘정치 재판’을 하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당 원내지도부와 함께 헌재를 항의 방문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재는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소추가 있자마자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며 “무조건 우선 처리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들을 향한 편향성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 시절부터 호형호제하고, 이미선 헌법재판관 동생은 윤석열퇴진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정계선 헌법재판관 남편은 탄핵소추대리인단 김이수 변호사와 같은 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기자들에게는 “(헌법재판관들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나,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겠나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스스로 회피를 신청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도 지난 1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스스로 탄핵 심판 심리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한 친윤계(친윤석열계) 인사는 “같은 사건을 심리할 때 헌법재판소와 형사재판 재판부의 결론이 다르게 나면 사법부를 향해 불신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불신을 막으려면, 또 법대로 한다면 ‘헌법재판소법 51조’대로 탄핵심판 절차를 중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친윤계의 이 같은 전략은 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으로 취임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오는 4월 18일 임기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이 자신 추천 몫의 재판관을 새로 임명해 재판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영주 자유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연 집회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을 넘겨야 한다”며 “이들이 퇴임할 때까지 탄핵 심판이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기대를 건 헌법재판소법 조항이 실제로 심판 중지 효력을 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법 51조를 보면 ‘~할 수 있다’지 ‘~해야 한다’가 아니다. 즉 강제성이 없는 조항”이라며 “이 조항에 의한 재판 중지 신청이 들어와도 헌법재판관들은 국가 상황을 고려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지난 1월 15일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 현장.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49473840047.jpg)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석동현 변호사는 ‘일요신문i’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헌재에 탄핵 심판 중지 신청이 들어갈 경우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탄핵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여권이 탄핵심판 절차를 지연시키면 중도층 확장을 막고 국민적 신뢰를 잃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당 지지율과 별개로 탄핵 심판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무리하게 늦추려는 시도를 하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2월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39469072423.jpg)
오 시장은 토론회 후 대선 행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토론회를 대선 행보와 연계해서 보는 시각은 동의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에서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결론이 난 뒤 조기 대선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김기현 의원은 토론회 축사에서 “오 시장이 와서 많이 왔느냐”라면서 “목소리와 박수에 뜻이 담겨 있다. 저는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며 오 시장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친윤 세력과 탄핵 반대 여론층을 의식한 듯 ‘헌재 흔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원 전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헌재는 헌법으로부터 오히려 도망 다니는 헌법도망소의 모습을 보인다”며 “의회 다수당의 독재, 8명 헌법재판관의 재판 독재에 대해서 주권자인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13일 헌법재판소가 예정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끝날 수도 있다는 시급성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지금은 공정한 헌법재판이 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이고 그에 따라 대통령 복귀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변론기일이 끝나면 활동에 들어갈 것이란 이야기가 돈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조기 대선 분위기에 당내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엄연한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며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집권여당이 대선을 준비하는 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탄핵 기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되 조기 대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딜레마가 국민의힘 당 지도부를 한동안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당내 ‘사분오열’ 상황에 대한 지도부 리더십 책임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내부 균열에 조기 대선 변수로 점점 혼란에 빠지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집권 여당으로서 윤 대통령을 옹호할 수는 있지만 논리 내용에서 민심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에서도 민심을 의식하는 의원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는 당 지도부 리더십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