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교육·골프장·의료로봇 줄줄이 부진…수수료 강점 내세운 배달앱 ‘노크’ 시장 존재감 미미

hy는 출산율 하락에 따른 발효유·유제품 소비수요 감소, 오프라인 영업 쇠퇴 등으로 본업 매출이 한계에 이르자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려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린 아이들을 타기팅한 회사라는 점에서 저출산 시대에 성장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유제품 특성상 상품 구색 다변화에도 한계가 있고 가격대도 애매한 부분이 있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나마 경쟁업체들이 온라인 인프라를 구축해 빠르게 전환할 때 오래된 기업 특성상 체질 변화가 어려웠을 것이고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사업에 대한 윤 회장의 투자 포트폴리오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2009년 인수한 골프장 운영사 ‘제이레저’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같은 해 인수한 교육기업 ‘NE능률’은 코로나19 기간 반짝 실적 상승을 보이다 2023년 34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0년 선보인 커피 브랜드 ‘코코브루니’는 매년 적자를 내다 2017년 hy의 100% 자회사인 비락에 흡수합병됐다. 한때 코코브루니는 24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모두 문 닫은 상태다. 현재 온라인몰과 편의점 등에서 해당 브랜드를 내건 커피 제품 판매만 이뤄지고 있다. 2011년 인수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큐렉소’는 hy가 1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특별한 성과를 못 냈다.
2021년 3월 사명 변경 후에는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2020년 기준 7개였던 hy의 계열사 수는 2023년 기준 15개로 늘었다. 이 중 눈에 띄는 기업은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다. hy는 2023년 4월 메쉬코리아 지분 66.7%를 800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hy는 전국에 촘촘히 뻗어 있는 ‘프레시 매니저’를 통한 소형 물류 유통망에 더해 ‘부릉’으로 중형 배달이 가능하도록 하는 그림을 그렸다. 당시 업계에서는 hy가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렸던 프레시 매니저 1만 1000명과 부릉 배달 라이더 1만 명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일부 있었다. 하지만 메쉬코리아 인수 후 2년 가까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hy는 지난해 6월부터 배달앱 서비스 ‘노크(Knowk)’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서구에서만 시범 운영 중이다. 경쟁사 대비 낮은 수수료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이미 레드오션인 배달시장에서 노크의 영향력은 미미한 상태다. 서비스지역 확대에 대한 계획도 현재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꽉 잡고 있는 배달업계에서 이들 조차도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진출한 것은 굉장히 도전적인 결정”이라며 “부릉 인수한 지 2년이 됐는데 뚜렷한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간 hy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종합유통기업이기보다 사모펀드 같은 느낌도 든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23년 기준 hy 15개 계열사 중 7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NE능률 -34억 원 △제이레저 -119억 원 △싱크써지컬 -693억 원 △HYSG -596억 원 △메디컬그룹나무 -2억 원 △부릉 -108억 원 등의 순손실 기록을 냈다. 전체 hy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 5191억 원으로 전년 1조 3776억 원 대비 10.3%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274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286억 원으로 2020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hy 관계자는 “현재 주요 자회사들 상황에 대한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다. 물류 부문은 인수 후 적자 폭이 크게 감소 하고 있다”며 “의료 부문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한 사업으로 국내외 의료로봇 수요 확대에 따른 매출 성장을 기대 중”이라고 밝혔다. 배달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후발 주자로 낮은 수수료와 무료 배달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지속적인 소비자 유입을 위해 두 개의 가게 메뉴를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모두배달 서비스’나 숏폼을 통해 메뉴 선택을 돕는 ‘뭐먹지’ 서비스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