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투자심리 악화, 반토막 지분가치 극복 과제…SK이노베이션 “SK엔무브 상장 관련 확정된 것 없어”

최대주주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의 기업가치를 최대 6조 원까지 인정받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기대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장을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돼야 하는데 최근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던 LG CNS가 공모가를 밑돈 가격으로 시장에 입성하면서 공모주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당시 LG CNS의 공모가는 6만 1900원이었는데 상장 시초가로 6만 500원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줄곧 하향세를 이어가며 지난 2월 20일 종가 기준 5만 130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 대비 17.12% 하락했다. 공모가 대비 두 배의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는 이른바 ‘따상(공모가 대비 260% 상승)’에 직행하며 수익을 보장받던 기존의 시장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이 같은 흐름이 SK엔무브의 상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LG CNS 공모주를 매입했던 한 기관투자자는 “LG CNS 공모주 투자로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SK엔무브의 상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의 공모가를 확정할 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예상 가격을 낮게 쓰면 쓸수록 공모가가 낮아진다. 기관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인 관점으로 나설 경우, 공모가가 낮아질 수 있다.
SK엔무브의 실적도 심상치 않다. SK엔무브는 기유·윤활유 제조·판매사다. 대부분의 매출은 승용차용 윤활유에 주로 사용되는 기유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에서 기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7.7% 수준이다. 전동화 추세와 맞물려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엔진을 사용하지 않으면 엔진오일의 수요도 줄어든다. 엔진오일에서 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실제 SK엔무브의 기유 비중은 2022년 91.37%, 2023년 89.98%로 90%대가 깨지더니 지난 3분기 비중 축소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제품군의 실적이 오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윤활유 부문 매출 비중은 2022년 8.63%에서 지난해 3분기 12.23%로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73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7497억 원보다 되레 감소했다.
기유의 실적이 꺾이면서 전체 매출 하락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SK엔무브의 매출액은 3조 897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9% 감소했다. 상장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필요한데 현재 SK엔무브의 수익 구조에서는 기대감보다 우려가 더욱 큰 상황이다.
SK엔무브 2대주주와의 이해관계 조율 과정도 상장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SK엔무브 최대주주 SK이노베이션과 2대주주 에코솔루션홀딩스 사이에 불협화음이 감지된 바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를 SK온과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에코솔루션홀딩스 측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SK이노베이션 측은 SK온과의 상장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 해 SK이노베이션이 에코솔루션홀딩스에게 콜옵션(지분 매입 권리)을 행사했을 때 지분 매입한 단가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100% 자회사 SK엔무브 지분 40%를 사모펀드 운영사 IMM크레딧앤솔루션의 특수목적법인 에코솔루션홀딩스에 매각하고 1조 1194억 원의 현금을 챙겼다. 1주당 가치는 6만 9967원으로 책정됐다.
양사는 자금을 조달하는 조건으로 2026년까지 상장하기로 한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상장을 위한 환경이 변했다.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은 에코솔루션홀딩스가 가지고 있는 지분의 일부(전체 지분의 10% 수준)를 콜옵션 행사를 통해 매입했다. 주당 매입비용은 3만 5638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SK엔무브의 지분 가치가 반토막이 난 셈.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가 에코솔루션홀딩스에게 보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거두면서 지분 매매 단가가 낮아졌다는 입장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SK엔무브가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을 보면 2021년 6412억 원, 2022년 6170억 원, 2023년 6435억 원을 배당했다. 1조 9000억 원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에코솔루션홀딩의 SK엔무브 10% 지분에 지급된 배당금은 1900억 원. 여기에 배당소득 관련 법인세 20%가량의 세율이 적용돼 380억 원의 세금을 납입하면 최종적으로 에코솔루션홀딩스의 SK엔무브 10% 지분으로 챙긴 배당금 수익은 약 152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 상장을 추진하면서 중복상장 논란도 나오고 있다. 모자 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면 모회사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 이른바 더블카운팅 탓에 모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역시 SK이노베이션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복상장은 모회사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악재”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SK엔무브 상장과 관련된 내용 중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현 시점에서 따로 답변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