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평판 지장 없도록 유족에 사인 속여…‘치매 의사’ 명의로 허위 작성된 사망진단서도 무더기 발견

그런데 유족에게 전달된 사망 진단서에는 어째서인지 사인이 ‘폐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유족은 “병사라고만 들었다. 병원 측으로부터 사망 경위에 대한 설명이 일절 없었다”며 불신을 표출했다. 이후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의 내막이 드러난다. 부검 결과 실제 사인은 ‘머리·안면 손상에 따른 실혈’로 밝혀졌다. 폭행으로 머리에 큰 힘이 가해진 것이 사망 원인으로 병원이 작성한 사망 진단서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경찰에 의하면 “가해자 A 씨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 중이었다”고 한다. A 씨는 “신체 구속이 싫어 살인을 저지르면 병원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범행 동기를 털어놨다. 재판에서 그는 살인죄로 징역 17년의 실형이 선고된 상태다.
그리고 최근 경찰은 당시 병원장이었던 이시야마 다카시 용의자(61)와 사망한 환자 및 가해자 환자 양측의 주치의였던 이시야마 데쓰 용의자(60)를 살인 사건 은폐 혐의로 체포했다. 두 용의자는 형제 사이다.
사건은 드러날수록 충격적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용의자는 사건 직후 가해자 환자를 일반병동에서 외부에서 열쇠를 잠그는 폐쇄병동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는 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가족과 지자체의 동의로 환자를 폐쇄병동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정신보건복지법 제도가 있는데, 경찰은 주치의가 절차를 밟고 병원장도 이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병원의 평판과 경영에 영향이 없도록 두 용의자가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경찰이 병원을 압수 수색했더니 2021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B 씨의 서명이 적힌 사망 진단서 200장 이상이 발견됐고, 기재된 사인은 대부분 폐렴이었다. 더욱이 B 씨 서명이라도 필적이 다른 것도 있어 제3의 인물이 대신 썼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NHK에 의하면, 의사 B 씨는 지난해 사망했다. 경찰은 누가 어떻게 지시하여 ‘폐렴’ 사망 진단서가 만들어졌는지 상세한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이 사건으로 일본에서는 “의료시설 감사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 의료 현장의 일손 부족과 의료시설 감사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사망 진단서 확인 체제와 고령 의사 자격 관리 등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