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쿠바의 인프라는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전체 도로의 약 70%가 ‘보통’ 혹은 ‘불량’ 상태로 간주될 정도다. 이 가운데는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도로들도 있다.
쿠바 아바나의 엘 세로 주택가에 있는 도로가 그렇다. 아스팔트 도로 한가운데 바나나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그루가 아닌 여러 그루이기 때문에 작은 바나나 농장을 방불케 한다.
대체 어찌된 일일까. 이는 3년 전 생긴 도로의 움푹 파인 구멍 때문이다. 당시 수도관이 파열되자 당국이 이를 수리하기 위해 도로에 구멍을 뚫었고, 공사가 끝난 후 아스팔트 포장을 다시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해둔 것이 시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멍 사이로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으며, 이 가운데 하나였던 바나나 나무가 점차 번식하면서 급기야 작은 바나나 농장으로 변해버렸다.
한 마을 주민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당국이 도로를 다시 포장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사이 바나나가 열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그냥 바나나를 따먹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오히려 바나나 나무가 통행을 방해하긴커녕 비싼 식료품값을 대신해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은 바나나 농장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호세 안토니오 플라이테스와 카르멘 로사 구즈만 부부의 집 앞이다. 따라서 하루에 세 번씩 바나나 나무에 물을 주며 정성을 들이는 건 부부의 몫이 됐다. 귀찮지 않냐는 질문에 부부는 오히려 바나나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출처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