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눈·비 잦아 시계비행방식 도입 잦은 결항 우려…국토부 “결항률 낮출 여러 방안 검토 중”

울릉공항은 3C 시계비행공항으로 건설되고 있다. 공항은 취항할 항공기의 날개폭과 최대이륙중량에서 요구되는 최소 활주로 길이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2C는 50인승, 3C는 80인승 항공기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울릉공항은 애초 2C 시계비행공항으로 건설이 추진됐다. 2021년엔 운항 안전성과 결항률을 고려해 2C 계기비행공항으로 공항 설계가 바뀌었다. 이후 2023년 9월 국토교통부는 3C 시계비행공항으로 설계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지방항공청에서 설계 변경 승인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에선 시계비행공항 방식으로 운항하면 결항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시계비행은 비행장의 운고(구름 밑부분 고도)가 450m 미만이거나 시정이 5km 미만일 때는 공항 이·착륙이 어렵다. 2013년 발간된 울릉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계비행 방식의 울릉공항 결항률 전망치는 12~17% 정도였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대학장은 “계기비행을 하게 되면 결항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시계비행 전용 공항은 한 곳도 없다. 이 같은 문제는 2023년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의원은 정용식 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에게 “국내에 시계비행을 하는 활주로와 시계비행으로 연습단계가 아닌 실제 운행하는 조종사가 있느냐”며 시계비행공항이 울릉도 기후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소형항공운송사업자들이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회생에 들어갔던 하이에어는 상상인증권 컨소시엄에 인수되며 지난 2월 회생계획이 인가됐다. 2022년 설립된 섬에어는 지난 2월에 소형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발급받았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도 M&A(인수합병)를 추진 중이다(관련기사 [단독]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M&A 추진…소형항공사들 봄날 맞을까). 앞서 2019년엔 12월 소형항공사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운항을 중단했다. 2023년 9월엔 하이에어가 운항을 멈췄다.

#이제 와서 계기비행공항으로 바꾸기엔 무리
결항률이 높으면 울릉공항 활성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 울릉공항은 국내 최초로 도서지역에 지어지는 공항으로, 지역 주민들의 교통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의 권보헌 학장은 “정시 이착륙 횟수가 줄어들면 울릉도 주민 등 승객 이용률도 감소할 것”이라며 “항공사 입장에서도 영업률이 떨어지면 취항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와서 3C 계기비행공항으로 건설을 바꾸기엔 무리가 있다. 기획재정부 총사업비관리지침 제49조에 따르면, 총사업비 규모가 1000억 원 이상일 때 추진 과정에서 사업비가 15% 이상 증가하면 타당성 재조사를 받아야 한다. 울릉공항 총사업비는 6073억 원이다. 사업비가 약 911억 원 늘면 타당성 재조사가 필요하다. 항공업계에선 울릉공항에 계기활주로를 지으려면 1조 원가량이 추가로 들고, 공사 기간이 최소 3년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울릉공항 공사도 많이 진행된 상태다. 지난 5월 울릉공항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울릉공항에 케이슨(바다에 가라앉혀 항만 안벽이나 방파제 등으로 사용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30함을 모두 설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울릉공항 공정률은 61%다. 앞으로 주요 공항 시설이 들어설 매립지와 활주로 공사가 남았다.

다만 ATR72-600은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으로부터 다중 최대이륙중량(Multi-MTOW)을 인증 받았다. 해당 기재의 MTOW 설정 중 하나인 ‘WV-10’을 적용하면 최대이륙중량이 22톤(t)으로 낮아지고 최소이륙거리가 1031m가 돼 2C 공항 등급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다만 다중 MTOW 설정은 운항 유연성을 위한 조치이지 공항 등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토부는 시계비행공항에서도 계기비행공항 수준만큼 결항률을 낮출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 국토부는 ‘항공안전 혁신 방안 발표’를 통해 울릉공항에 활주로 이탈방지 시설인 EMAS(이마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의 국토부 관계자는 “3C 공항에 계기착륙시설이나 항행안전시설, 기상 장비 등을 추가로 도입하면 2C 계기비행공항 수준을 충족하는지 등을 전문가들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1200m의 활주로 길이에선 ATR72 항공기 등은 충분히 뜰 수 있다”고 말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항공 수요를 따져봤을 때는 가능한 한 여유 있게 활주로를 건설하는 것이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이기는 하다”라고 내다봤다.
소형항공사 국제선 취항 점쳐지지만…
소형항공운송사업자(소형항공사)들은 국제선 취항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에어는 회생에 들어가기 전 무안~기타큐슈 부정기편을 운항했다. 섬에어도 일본과 중국 등 노선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선만 운항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4년 6월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소형항공사의 항공기 좌석 수 제한이 기존 50석에서 80석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국제선은 기존과 동일하게 50석으로 좌석이 제한됐다. 소형항공사가 국제선을 운항하려면 80인승 비행기라도 최대 50명으로 탑승 인원을 줄여야 한다.
소형항공사가 80인승 이상 항공기를 띄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국제항공화물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으면 된다. 소형항공운송사업 면허는 항공기 1대 이상과 자본금 요건 등을 갖추면 등록된다. 반면 국제항공화물운송사업 면허는 보유 항공기 대수 5대 이상과 항공기 성능 요건 등을 갖춰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소형항공사 국제선 좌석 요건 완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지방의 내륙 공항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기피한다. 소형항공사 육성을 통해 지방공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취지를 고려해 국내선에 한해서만 소형항공사 좌석 수를 완화한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따로 소형항공운송사업을 구분하지는 않고 국제선은 따져야 할 것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