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책에는 수많은 지식이 담겨 있다. 고대의 산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캐나다의 융합 예술가인 가이 라라메는 ‘북워크’ 시리즈를 통해 이런 생각을 예술로 구현한다. 이를테면 버려진 낡은 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몽환적인 산맥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이다.
현재 브라질 노바 프리부르고의 산비탈에서 위치한 작업실에 일하고 있는 라라메는 “인근에 있는 아찔한 ‘피코 다 칼레도니아’ 산봉우리에서 큰 영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험준한 암석 지형으로 탈바꿈한 낡은 책들은 놀랍도록 사실적이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국적인 산들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묘사된 봉우리나 절벽이 한때 책이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제본 자국이나 인쇄 흔적이 희미하게 보이며, 간혹 그 안에 담긴 책 내용도 엿볼 수 있다.
라라메가 소재로 이용하는 책은 주로 사전이나 백과사전처럼 정보를 담은 책들이다. 이를 통해 라라메는 우리가 지식을 붙잡아 두려는 시도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재구성되는 자연을 대비시킨다. 라라메는 ‘마이모던멧’ 인터뷰에서 “도서관 복도 사이를 걷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책장과 머릿속에 쌓아두려 하는지에 놀라게 된다”면서 “그러나 이 집착 너머에도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비로소 이 모든 게 헛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마이모던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