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을 ‘보수의 화신’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으나 사실 그는 ‘보수의 적통’을 감옥에 보낸 인물이자 대통령이 된 이후 자의적인 권력 행사로 보수 진영을 와해시킨 장본인이다. 윤 전 대통령은 본인의 행보를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공감하는 보수층은 많지 않다. 이 지점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70% 이상이 구속에 찬성했다는 것은 상당수의 보수층도 찬성함을 의미한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자유의 투사’로 포장하려 한 시도가 국민에게 거의 먹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번 ‘내란 정국’의 패배자는 윤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또 다른 패배자가 있다. 국민의힘이다.
앞서 언급한 NBS 조사에 나타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5%, 국민의힘 19%, 개혁신당 5%, 조국혁신당 3%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10%대 지지율 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70대 이상에서조차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밀렸다. 이는 국민의힘의 향후 정치적 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국민의힘은 아마도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정당 지지율이 급락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탄핵을 반대하는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고 믿었을 것이다. 즉 자신들이 탄핵에 반대했기 때문에 보수층과 일부 중도층의 지지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 판단이 오판이었음을 드러낸다.
만일 탄핵 반대 입장이 지지율 유지의 주요 요인이었다면 지금도 일정 수준의 지지율이 유지되어야 정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지지율 유지의 배경은 탄핵 반대가 아니라 대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에서의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윤 전 대통령 관련 특검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는다고 해도 수사 대상이 된 의원들로 인해, 국민의힘에 드리워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오히려 짙어질 것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현재의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 주장하지만 이러한 발언이 여론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국민의힘은 이번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나름 ‘선전’한다면 지지율이 반등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질지 모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희망 역시 현실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반 국민들은 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에 더 이상 놀라지 않으며 오히려 매일 보도되는 각종 특검 수사 결과에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국민의힘에게 다시 한번 적용된 셈이다. 계엄령 해제 표결 당시부터 윤 전 대통령과 신속히 선을 그었더라면, 이처럼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국민의힘이 과연 고쳐 쓸 수 있는 정당인지조차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분명한 점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보수를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수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제는 국민의힘을 넘어 진정한 보수 정치세력의 출현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를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국민의힘은 이제 고쳐 쓰기 힘들어 보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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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