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팀 스카우트 관찰에도 흔들리지 않아…무조건 한국만 생각했다”

그러나 양우진은 8순위라서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지명한 팀이 LG이기 때문이다. LG의 미래인 양우진을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경기항공고등학교 야구부에서 만났다.
경기항공고의 오른손 투수 양우진은 키 190cm, 몸무게 98㎏의 탄탄한 체형에서 나오는 시속 150㎞의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이어볼러를 찾고 있는 구단들에게 양우진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순항 중이던 양우진의 야구 여정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팔꿈치 피로골절이었다.
2026 KOB 신인 드래프트에서 2순위 순번인 NC 다이노스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소속팀 구창모가 오랫동안 반복되는 피로골절로 어려움을 겪은 터라 피로골절로 현재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는 신인 선수를 뽑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NC는 유신고 내야수 신재인을 지명했고 이후 한화-롯데-SSG-KT-두산이 양우진을 ‘패스’했다.

당시 드래프트장 선수석에 앉아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 기다렸던 양우진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계속 내 이름이 불리기만 기다렸는데 1순위 키움과 2순위 NC 이후에도 호명되지 않았다. 두산까지 왔을 때는 내심 LG에서 불리기를 바랐다. 차명석 단장님이 ‘이 선수가 우리에게까지 올 줄 몰랐다’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아, 나구나!’ 싶었다.”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은 단상에 올라 소속팀 단장으로부터 유니폼을 건네받고 간단한 소감을 전한다. 양우진은 차명석 단장이 유니폼을 입혀 주었을 때 “LG 유니폼이 정말 예뻤다”면서 “이 유니폼은 이제부터 나와 한 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한다.
“야구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프로를 꿈꾸기보다 좋은 대학이라도 진학하길 바랐다. 그러다 경기항공고에 입학한 뒤 이동수 감독님께서 많은 기회와 경험을 쌓게 해주신 덕분에 지금과 같은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양우진은 중2 때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당시 감독의 권유였고, 그도 공 던지는 데 더 흥미를 느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형이 커졌고, 키가 크고 체중이 늘면서 공에 힘이 실렸다. 고1 때 이미 시속 149km를 찍었고,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시속 153km의 구속을 자랑했다. 양우진의 최대 강점은 빠른 구속과 포심 패스트볼의 RPM(분당 투구 회전수)이 2500에 이른다는 것이다.
양우진은 고2 때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체크하는 주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고3인 올해는 더 많은 관심을 받았고 메이저리그 팀의 신분조회를 받기도 했다. 양우진은 김성준(광주일고), 문서준(장충고), 박준현(북일고)과 함께 ‘고교야구 빅4’로 꼽혔다. 김성준이 텍사스 레인저스와 일찌감치 계약을 맺고 미국행을 확정 지었고, 문서준(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미국행이 가시화된 가운데 양우진이 KBO 신인 드래프트 신청을 할지, 아니면 그도 미국 도전을 선언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양우진은 “무조건 한국만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메이저리그 팀의 스카우트들이 야구장으로 많이 찾아오시고, 영상도 찍으셨는데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잘한 다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내가 먼저 KBO에서 뛰길 바라셨다.”
양우진은 올해 신세계 이마트배에서의 호투에 이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1회전 창원공고를 상대로 5이닝 8탈삼진 퍼펙트게임을 선보였다. 청룡기 8강전 경남고를 만나 8⅓이닝 6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고, 이 승리로 경기항공고는 창단 이후 두 번째로 전국대회 4강에 진출했다.
9월에 열리는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순항 중이던 양우진은 8월에 오른 팔꿈치 피로골절로 청소년 대표팀(U-18 야구월드컵)에서의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나타난 불운한 상황이었다.
“내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세 가지의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가 한화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에 뽑히는 거였고, 두 번째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 안에 지명되는 것, 또 하나가 청소년 대표팀 발탁이었다. 대표팀에 뽑혔지만 부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돼 아쉬움이 컸다.”
양우진이 피로골절로 대표팀에서 자진 하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KBO리그 팀들은 그의 부상 이슈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드래프트 전까지 직접 신체검사를 할 수 없는 터라 학교 감독의 설명과 선수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중요한 시기에 팔꿈치 피로골절 증상이 나타났을까. 양우진은 지난 청룡기에서 많은 공을 던졌다고 말한다.
“청룡기 대회 때 2, 3차전까지 계속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때 피로가 쌓였던 것 같다. 대통령배 끝나고 병원에 갔다가 팔꿈치 피로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고 그때부터 공을 던지지 않고 쉬었다. 외부에 내 몸 상태를 숨기지 않고 솔직히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건넸다. 8월부터 공을 던지지 않았던 그의 몸 상태는 지금 어떠한 걸까.
“한 달 넘게 쉬고 있는데 팔에 통증은 전혀 없고, 최근 LG 구단의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터라 그 결과에 따라 훈련 스케줄이 나올 것 같다. 구단에서는 무조건 푹 쉬라고 했다.”
LG는 지난해 1라운드 10순위에 서울고 김영우를 지명했다. 김영우는 시속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파이어볼러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유급했던 이력과 불안정한 제구력으로 10순위였던 LG 순번까지 남았고, LG는 과감하게 김영우를 선택했다. 그 결과 김영우는 올 시즌 최고의 불펜 투수로 활약 중이다. 63경기에 나와 3승2패 1세이브 7홀드 56탈삼진 평균자책점 2.01의 성적을 올렸다(9월 25일 현재).
그래서 차명석 단장은 양우진을 지명한 후 “우리 팀에는 화타 김용일 코치가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프로 입문 후 당장 1군에서 활약하기보다 2, 3년 시간을 두고 몸을 관리하면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로 성장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구단의 역할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만큼 차 단장은 양우진의 건강을 자신했다.
양우진의 원래 롤모델은 키움의 안우진이었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재활 센터에서 직접 안우진을 만난 적도 있었다. 양우진의 설명에 의하면 “센터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안우진 선배님에게서 빛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LG 지명 후에는 롤모델이 바뀌었다.
“지금은 임찬규 선배님이다. LG에서 가장 많은 걸 배우고 닮고 싶은 선배님이다. 안우진 선배님은 마음속에만 담아두겠다.”
양우진은 KBO리그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좋은 공을 던지고,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후 해외 진출 자격이 주어진다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18세 어린 투수의 꿈과 목표가 신선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