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지분 매입으로 주가 뛰어 승계 비용도 증가…향후 노루그룹 경영 간섭,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도
한편에서는 KCC가 노루그룹 지주회사인 ‘노루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면서 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CC의 지분 매입 이후 노루홀딩스 주가가 상승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도 늘어 승계 준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KCC는 일반투자 목적의 지분 매입이란 입장이지만 이미 노루홀딩스 3대 주주 자리에 오른 상태여서 앞으로 노루그룹 경영을 간섭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용기 부회장의 사퇴로 노루홀딩스의 경영권 승계를 향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노루그룹 오너 2세인 한영재 회장의 자녀로는, 아들 한원석 노루홀딩스 부사장과 딸 한경원 노루홀딩스 상무보가 있다. 이들이 보유한 노루홀딩스 지분은 지난 9월 12일 기준 한영재 회장 25.68%, 한원선 부사장 3.75%, 한경원 상무보 1.61%다.
노루그룹은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를 활용해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디아이티’가 현재 노루홀딩스 지분 10.16%를 보유해 2대 주주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한영재 회장은 2022년 5월 노루홀딩스 주식 60만 주를 디아이티에 처음 넘긴 바 있다. 이후 2023년 10월 35만 주, 지난해 7월 30만 주 등 총 125만 주를 넘겼다. 지난 9월 12일에는 한영재 회장의 두 누나인 한인성·한명순 씨가 노루홀딩스 주식 각각 5만 주씩 총 10만 주를 디아이티에 시간외매매로 넘겼다.

이로 인해 디아이티는 노루홀딩스 주식 매입에 평소보다 많은 금액을 지출해야 했다. 디아이티는 앞서 한인성·한명순 씨에게 34억 1000만 원을 주고 주식 10만 주를 넘겨 받았다. 주당 취득 단가는 3만 4100원이었다. 디아이티가 한영재 회장에게 노루홀딩스 지분을 세 차례 매입했을 때 평균 주당 취득 단가는 1만 1753원으로, 약 190% 높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했다.
현재 노루홀딩스 주가는 이달(10월) 1일 기준 2만 5450원으로 최고가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디아이티가 한영재 회장에게 주식을 매입했던 단가보다 높은 상태다. 한영재 회장이나 누나들이 디아이티에 이전처럼 주식을 넘기려면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한영재 회장의 남은 지분을 모두 디아이티에 넘긴다고 가정할 때 이달(10월) 1일 기준 868억 원이 필요하다. 한인성·한명순 씨 그리고 한영재 회장의 또 다른 누나인 한봉주 씨도 노루홀딩스 주식 53만 9864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같은 기준 137억 원이다.

한편 노루홀딩스 지분을 늘린 KCC가 향후 그룹 경영을 직‧간접적으로 간섭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KCC는 일반투자 목적으로 노루홀딩스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지만, KCC와 노루그룹이 국내 페인트 업계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KCC의 이러한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과거 KCC는 2015년 제일모직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 이력이 있다. 현재 KCC의 노루홀딩스 지분은 9.9%로 3대 주주다. 상법상 지분 3% 이상을 보유하면 회계 장부 열람, 감사위원 선임 참여 등이 가능하다.
앞으로 KCC가 노루홀딩스 주식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KCC는 노루홀딩스 지분 매입으로 평가 손실을 보고 있어 시장에서는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지분을 더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CC의 노루홀딩스 주식 평균 매입가는 2만 6426원, 이달(10월) 1일 종가 기준 노루홀딩스 주가는 2만 5450원으로 3.69% 떨어진 상태다. KCC는 “투자 목적이 일반투자인 만큼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는 있겠으나,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두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