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 유승민·한동훈·이준석 거론 통합정치 주문…지도부는 ‘당성’ 강조하며 통합론 난색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유·동·석 소환령’은 국민의힘 원로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들은 10월 13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보수 세력이 합심해야 한다”면서 통합론을 제기했다. 상임고문단 정의화 회장은 “무너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유승민, 이준석, 한동훈 등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용광로 같은 화합 정치를 이루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여당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의회 운영으로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져버렸고 이제는 사법부를 겁박해 삼권분립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들을 절대다수로 만든 건 과거 안하무인 자세를 보인 보수당 잘못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보수 통합의 첫 발걸음으로 유승민 한동훈 이준석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게 정 회장 발언의 핵심 취지였다.
원로들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오랜 정치 경험에서 나왔다는 게 정치권 평가다. 선거는 구도와 인물 싸움이다. 구도만 놓고 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기댈 곳은 인물인데, 소수 야당으로선 정치적 인지도가 높은 유·동·석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로들은 이들이 선거 승리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대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까지 패한다면 여권의 ‘국민의힘 위헌 정당 해산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보수 진영 자체적으로도 국민의힘 무용론이 고개들 가능성이 있다. 원로들을 비롯한 통합론자들이 총동원령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배경이다. 유·동·석에 대한 당원들의 비호감이 있기는 하지만 보수 붕괴를 막으려면 일단 힘을 합쳐 지방선거부터 이기고 봐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조갑제TV’ 조갑제 대표는 10월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동훈 전 대표를 내년에 지방선거나 재보궐 선거 때 공천할 거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배신자 프레임으로 가져가 한동훈 세력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는가 보이는데 그렇게 하면 선거를 망친다는 것은 지금 계산상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어디서 출마하느냐에 따라서 가장 공세적인 선거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한 전 대표는 민주당과 싸울 때 별로 약점이 없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원로들이 내놓은 통합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렸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월 14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나가 “정치는 원래 뺄셈 정치가 아니라 덧셈 정치를 해야 된다”고 했다. 그는 “용광로와 같은 화합과 통합의 정치로 가야 된다라고 하는 충언을, 고언을 저희들이 경청을 하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보수 대결집을 통해서 또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그런 전략과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해라라는 점에서 원로 고문님들께서 그런 말씀을 주시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정치적 상황에 대해 전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 민생 탐방을 벌이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판을 날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보수 대통합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선 본다. 한동훈 전 대표는 10월 13일 채널A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 ‘당에 대한 충성도를 반영하겠다’고 한다더라”고 묻자 “좋은 정치는 당성보다는 민심”이라며 민심을 공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심이 원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배제는 부당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3지대의 성공 사례가 없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러할 것으로 보이는데 세 사람의 마음속에는 본가에서 다시 한 번 정치적 성공을 이뤄보고 싶은 포부가 싹트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당 차원에서 세 정치인과 연쇄적으로 접촉하기 위해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들 셋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부분을 지도부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통합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쏟아진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원로들의 통합론에 긍정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일 뿐, 힘을 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도 곳곳에서 나온다. 선명 노선을 요구하는 강성 지지층 지지에 힘입어 당을 이끌게 된 장동혁 대표 입장에서는 유·동·석과의 동행이 결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장 대표는 10월 16일 보도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통합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의 공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단일대오를 위해 ‘당성’이 가장 중요하다. 당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인물을 데려와야지, 무조건 밖에 있는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승리의 길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원내에서는 ‘차라리 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될 만큼 단일대오를 흩트리는 인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원외에선 아직 해당 행위성 발언을 하는 분들이 있다. 당무감사위가 활동을 시작했으니 빠른 시간 안에 반드시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원외에 있거나 당 바깥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총질을 하는 인사들은 절대 함께 갈 수 없는 의미였는데, 일각에선 한동훈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가장 강성 입장을 내고 있는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유·동·석 불가론’을 거들고 나섰다. 그는 10월 14일 채널A 라디오에 출연,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한동훈의 시간은 끝나고 지금은 장동혁의 시간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우리 당의 당심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당을 떠나야 맞다. 중도당 창당해야 맞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지금 당성과 당심은 부정하면서 국민의힘에 남겠다고 하는 것은 개인의 정치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 당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는 것밖에 안 된다”며 “좋은 정치는 당성보다는 민심”이라고 언급한 한 전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계속해서 당심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통합론에 난색을 표하는 이들은 ‘유·동·석’이 돌아온다 해도 선거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셋이 과거 당내에 있을 때 불거졌던 불협화음이 또다시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대외적 파괴력은 물론, 대내적 화합력에서도 점수가 낮은 이들에게 또다시 기회를 줬다가는 지방선거를 오히려 망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유권자들은 새로운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참신성을 좋아하고 이를 통해 파괴력이 만들어지는데 유·동·석은 참신성 측면에서 중고차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이들이 우리 당의 지도부에도 있었지만 큰 세력을 만들지 못했던 역사를 되새겨본다면 화합력에서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고 결국 무조건 들어온다고 해서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유·동·석에 대한 출입금지 팻말을 치우느냐, 마느냐는 국민의힘 구성원들 결단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정치 지형과도 맞물려 있다. 범여권 역시 여당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으로 쪼개진 국면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치러질 형편이다. 이 때문에 보수 대통합론 명분은 다소 약해질 수 있다. 통합을 둘러싼 내홍으로 오히려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보수 진영에선 나온다.
거대 여당 민주당이 대법원에 대한 압박을 불사하는 등 국회에서의 힘자랑을 계속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파면으로 비롯된 현재의 수세적 상황이 분열의 결과였다는 국민의힘 내부 비판도 최근 분출하고 있다. 동지를 향한 총질이 당을 흔들었고, 민주당 압박에 홀로 남겨진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보수가 망했다는 다수 당원들의 주장이 지난 8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쏟아지는 등 유·동·석 거부감이 강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보수 대통합이 쉽지 않은 방정식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야권 대통합 외생변수는 조국혁신당의 여권 통합 참여 여부이고 내생변수는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될 것이다. 여권이 뭉치면 당연히 야권도 유·동·석 출입금지 팻말을 거둘 것이다. 또한 지지율이 장 대표나 국민의힘에 불리해지면 이 현상 역시 출입금지를 해제하는 조치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총선이 아직 3년이나 남은 터라 정파 간 자존심 굽히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영향으로 통합을 둘러싼 지루한 다툼은 길어지고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격자인 국민의힘에게는 지방선거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