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 등 담겨, 재판소원제 공론화도 준비…국힘 “사법해체안” 비판 속 법원 반발 수위 ‘촉각’
국민의힘은 ‘사법부 장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는 아직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불만이 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반격을 준비 중이라는 말까지 돈다. 여권과 사법부 간 충돌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법관은 법안 공고 1년 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12명을 증원, 현재 14명에서 ‘26명 체제’로 변경한다. 대법관 추천위도 현재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구성에서는 기존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는 대신 헌법재판소 사무총장을 위원으로 포함했다.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뒤 오는 11월 말까지 사법개혁안 처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재판소원’ 제도는 추후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재판소원은 판결이 확정된 사건 중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취지 재판의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헌법과 법리를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비록 이번 개혁안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청래 대표가 추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이어 “진짜 목적은 딱 하나다.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의,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에 의한 대법원은 권력의 하명과 지시에 따라 재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소속 나경원 의원은 10월 22일 열린 ‘민주당 입법에 의한 사법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대법관을 26명까지 늘리는 증원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혼자서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며 “결국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법개혁안에 따르면 3년간 증가하는 대법관 12명과 함께, 2027년 임기가 끝나는 조희대 대법원장, 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임기가 종료되는 9명(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대법관 후임까지 이 대통령이 충원하게 된다.
나경원 의원은 헌재가 대법 확정판결을 심사할 수 있게 한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서는 “4심제인 헌법소원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사법권은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규정을 명백히 어긴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법부는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에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0월 21일 출근길에서 “공론화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내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재판부 간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더 논의해보고 말씀 드리겠다”고만 했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9월 12일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통해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를 표했다. 조 대법원장도 같은 날 법원의날 기념사에서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제시할 것”이라며 여당 주도의 ‘사법개혁 속도전’에 우회적 견제를 날렸다.

송 부장판사는 “특정 사건에 한하여 이례적이고 신속한 절차를 진행한 선별적 정의는 과연 정의냐, 그 선별 기준은 무엇이냐”며 “법관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인가,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만약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할 수 없다면, 마지막 남은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거취에 관해 결단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9월에도 “어떤 경우라도 법원의 판결이 성역으로 남을 수 없다”며 “많은 국민들이 전원합의체 판결에 우려와 의심을 했다면, 비록 대법원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울지라도 이를 해소해 줘야 할 적극적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법원장이 정치권 압박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난 적은 없다. 다만 사법부 내부의 자정 요구가 작용해 중도 퇴진한 전례는 두 번 있다. 9대 김용철 대법원장과 11대 김덕주 대법원장이 사법부 개혁을 촉구하는 소장 판사들의 ‘사법파동’으로 임기 중간에 직을 내려놨다. 사법부 내부에서 조 대법원장의 행보와 거취를 두고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조 대법원장도 버티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반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은 10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을 이재명 정부 중에도 언제든 기일을 잡아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송 의원 질문에 김 법원장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보낸 것”이라며 “실제 일부 판사들이 재판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이 추후지정 이의 제기하고, 법원이 받아들여 재판을 다시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사법부가 정부여당에 맞설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민주당은 사법부와 조희대 대법원장을 더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10월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비판에 “예산과 인력을 늘리는 보복이 어딨나”라고 반문했다. 4심제 비판을 받는 ‘재판소원제’에 대해선 “판사들은 다 신이고 무오류인가”라며 “재판이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 명백히 위반한 경우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서도 “사법부를 이끌 수장으로서 이미 자격이 없다”며 “훌륭한 판사들의 명예를 위해 현직 부장판사들의 요구대로 거취를 결단하는 게 마지막 남은 명예라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공세를 둘러싼 평가는 혼조세다. 한국갤럽이 10월 21~23일 사흘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2%포인트(p) 오른 56%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전주 조사와 같은 25%였지만, 민주당은 4%p 상승한 43%를 나타냈다. 이에 두 정당 격차는 18%p로 벌어졌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잘못하고 있다’(33%) 응답자들에 이유를 물었을 때 ‘대법원장 압박·사법부 흔들기’라고 말한 비율은 2%에 불과했다. 한 달 전 조사 대비 3%p가 낮아졌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한 관계자는 “사법개혁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크게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이슈는 아니다”라며 “정치 고관여층은 이번 법사위 국감을 보며 그동안 법원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