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과 37년 인연, 성남 라인의 ‘그림자 실세’…야 “인사개입” 등 공세 속 여 ‘김현지 프레임’ 우려

이 대통령과 김 실장 인연은 1988년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대학 졸업 후 당시 변호사였던 이 대통령이 주도해 세운 ‘성남시민모임(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에 참여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최근 김 실장 과거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내가 이 대통령에게 김 실장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 정계 입문 발판으로 평가받는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실장은 2010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되자 인수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이후 성남시 지원 민관 협력기구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김 실장은 2018년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후 도청 비서관으로 합류했고, 2021년 대선 캠프와 국회 보좌관을 거쳤다. 이재명 정부에선 대통령실 예산과 인사를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으로 발탁됐고, 9월 29일 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실장과 자주 비교되는 인물은 정진상 민주당 전 정무조정실장이다. 정 전 실장 역시 성남시민모임, 성남시장 인수위원회, 경기도청 등을 거치며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김 실장과 흡사한 이력이다. 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 말을 종합하면 김 실장보다는 정 전 실장 입지가 조금 더 공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통령이 직접 “측근이라면 정진상은 돼야 하지 않나”라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원조 성남라인’으로 불렸던 정 전 실장이 사법리스크 족쇄에 묶이면서 힘의 무게추가 김 실장에게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거대 야당 대표이자 유력 대권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나이, 고향, 학력 등 소문만 무성했다. 심지어 국회에서조차 김 실장 얼굴을 모른다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공직을 맡으면서 언론에 김 실장 사진이 공개됐고, 이때 그를 처음 봤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한 보좌관은 “예전에 국회 복도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사진을 보고 그때 그 사람이 김 실장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 국회 보좌진 시절,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의원회관 사무실 안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명 인사는 “내가 알기론 의원회관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보좌관 중 한 명이었다. 김 실장 성향이 외부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기자들이 방으로 찾아오면 일부러 피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면서 “김 실장 머릿속엔 오로지 이재명밖에 없고,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일만 한다. 그러니 이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실장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22년 9월경이다.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이재명 대통령이 휴대 전화를 보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화면 속 메시지엔 ‘전쟁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백현동, 대장동 사건 등과 관련해 출석요구서가 왔다는 취지의 내용과 함께였다. 문자 발신자가 이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김 실장임이 드러났고, 정치권과 언론에선 김 실장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을 치르면서 김 실장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이 대통령에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선거 캠프는 매머드급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캠프에선 ‘이 대통령과 통하려면 김현지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당시 캠프에 몸을 담았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지역 현안과 관련한 공약 보고서를 이 대통령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김 실장이 먼저 자기에게 주라고 한 뒤 연락을 기다리라고 했던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선대위와 이재명 대선 캠프 인사들에 따르면 김 실장은 대선 기간 일종의 ‘레드팀’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참모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는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앞서의 초선 의원은 “대선 기간 당 중진 한 명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하기 어려운 불편한 말을 김 실장에게 대신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실제 전달됐다고 한다”면서 “김 실장에게 사심이 없다는 걸 이 대통령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 후에도 김 실장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정부 부처와 기관 등의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한 탓에 인사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김 실장 인맥이 중용되고 있다는 게 국민의힘 의심이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실장을 조준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박근혜 윤석열 정부 때 민주당이 얼마나 비선으로 공격을 했느냐. 결국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면서 “김 실장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은 것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은 역대 정부 총무비서관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정치 공세’라며 증인 채택을 반대했다. 김 실장 국감 출석을 두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을 무렵이던 9월 29일 대통령실은 인사 개편을 했다. 공교롭게도 김 실장은 총무비서관에서 1부속실장으로 발령이 났다. 대통령의 일정과 의전 등을 챙기는 1부속실장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였기에, 김 실장을 지키기 위한 인사라는 비판이 야권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0월 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회 불출석 논란은 매우 허망한 얘기”라며 “(김 실장은) 국회에 100% 출석한다”고 했다. 김 실장의 실세 논란과 관련해선 “정부 출범 초기 아무 시스템이 없으니 김현지 비서관이 행정관 등 인선을 주도했지만 한 달 뒤부터는 강훈식 비서실장 체제로 다 정리됐다. 실세는 강훈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김 실장을 ‘존엄 현지’라고 칭하며 여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운영위뿐 아니라 다른 상임위에서도 김 실장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나섰다.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선 김 실장의 재산 내역 공개를 두고 여야 간 싸움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김 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을 꺼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김 실장 배우자가 북한 측과 연루돼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김 실장 공세를 이 대통령 흠집 잡기 차원의 정쟁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방어 태세를 갖췄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10월 15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 “김 실장에 대해서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 지금까지 부속실장이 운영위 (국정감사에)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철 지난 색깔론을 가지고 나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김 실장에 대해 허위 사실을 제기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와 국회 윤리위 제소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기류와는 별개로 여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대통령실이 미묘한 시기에 김 실장 인사를 단행, 오해를 샀다는 불만도 그중 하나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참모로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에 집중하겠다는 김 실장의 뜻은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 참모인 동시에 고위 공직자다. 더군다나 실세로 불린다. 의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하고, 국민들의 궁금증이 있다면 풀어야 한다. 나이, 학력, 출신 등이 무슨 큰 비밀이라고 이런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감출수록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