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안 중수청 이원화로 수사·기소권 분리 원칙 흔들, 보완수사권 정리도 없어…범여권 집단 반발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발표되자 범여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입법예고안에 기존 검찰개혁 기조와 배치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문제로 삼는 것은 ‘중수청 이원화’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중수청 수사관 직제는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나뉜다. 특히 수사사법관은 중대범죄 수사 역량 확보를 명분으로 자격을 변호사 소지자로 제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월 13일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검찰개혁추진단에서 수사 절차상 매뉴얼을 꼼꼼히 만들어 수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낼 줄 알았는데 수사·기소 분리 정신을 흔드는 법안을 냈다”며 “검사물 20년 먹은 사람 작품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고리타분하다. 검찰이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검찰에 권한이 집중되면서 폐해가 많아 국민의 정당한 선택권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수사 조작이 있었고 이걸 바꾸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것인데 지금은 특수부를 둔 꼴이라 개악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같은 방송에서 “정부안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건드린 것"이라며 "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면 개혁은 영원히 없다”고 비판했다.
5선 중진인 이인영 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국민 요구는 특수부 검사들의 잘못된 인지 수사를 막아 정치 검찰의 형태를 끝내자는 것인데 중수청의 ‘수사사법관’이 ‘전문수사관’의 보좌를 받아 수사권을 행사한다는 건 기존 구조와 인적 구성을 답습하는 것”이라며 “똑같은 사람을 데려다 똑같은 구조로 중수청을 만들면 ‘검찰 특수부 시즌2’가 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수사사법관 자격을 변호사로 한정하면 결국 수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검사 출신뿐”이라며 “검찰청 검사가 사표 쓰고 다음 날 중수청 상급 수사관으로 출근해 똑같이 수사하는 ‘회전문 인사’를 막을 장치가 전무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추진단은 입법예고안 발표 과정에서 “검사의 직접 인지 수사는 구조적으로 차단된다”며 “다만 송치받은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와 관련해선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보완수사권을 계속 존치한다면 언제든지 검찰이 정치 검찰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보완수사권 존치는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여권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정부의 중수청·공소청 입법예고안에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 전체 16명 가운데 6명이 “검찰개혁추진단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국민의 여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개혁의 대상이어야 할 법무부 파견 검사들과 검사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하면서, 해체돼야 할 검찰 권력을 오히려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퇴하기도 했다.
범여권의 강한 반발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원래 의무에 충실한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검찰은 ‘수사와 기소 분리’를 이미 실현하고 있다. 독자적인 수사를 제한하고, 수사 검사들의 재판 관여도 없애는 등 정부 국정 운영 방향에 맞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1월 15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검찰개혁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후 ‘중수청의 이원화’에 대한 질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추진단이 ‘중수청 이원화’에 대해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이 지휘·종속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듯하다”며 “추진단이 ‘앞으로 의견 수렴의 절차가 있으니 다 종합해 반영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기본적으로 국회와 당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30분 정책 디베이트 형식의 공청회를 개최한다. 찬반 의견이 있는 교수들을 초대해 토론을 벌이되, 당 의원들은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현장에서 질의만 하는 형식이다. 국민 의견은 '델리민주'를 통해 받는다.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정책의총을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다만 핵심쟁점인 보완수사권 문제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6월 이전에는 보완수사권 관련 문제로 당과 정부가 논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지방선거 전에 여권 내부가 분열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으로 삐걱거린 바 있는 당정이 이번에는 ‘중수청 이원화’, 지방선거 이후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숙의를 통해 도출될 검찰개혁 최종안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