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로 증명한 배우의 무게와 성장…흥행 기대감까지 ↑

박지훈은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을 시작으로 연기활동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특히 '약한영웅' 시리즈에서 연시은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배우로서 확실한 전환점을 찍었다. 과잉된 감정보다 절제된 표현, 말보다 눈빛과 태도로 쌓아 올린 연기는 그의 강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단종 이홍위는 이전의 캐릭터들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더 무거운 역할이다. 왕이라는 상징성,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상실과 고립, 그리고 끝내 꺾이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까지 한 인물 안에 담아야 했다.
박지훈은 단종을 비극의 아이콘으로만 접근하거나 소비되도록 놔두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눌러 담은 채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시선과 시간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촌장 엄흥도와의 관계 역시 서사의 중요한 축이다. 두 인물의 관계는 단순한 보호와 피보호의 구도를 넘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으로 그려진다. 박지훈은 엄흥도와의 장면에서 감정을 밀어붙이기 보다 한 박자씩 쌓아 올리며 관계의 설득력을 키운다.
이 외에도 유지태, 전미도, 이준혁 등 연기 내공이 탄탄한 배우들과의 호흡 속에서 박지훈은 과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젊은 배우로서 흔히 기대되는 발랄하고 강렬한 에너지보다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무게감에 방점을 찍은 선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왕과 사는 남자'는 박지훈의 필모그래피 속 단순한 도전작을 넘어서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출발점에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경험, 그리고 첫 영화에서의 과감한 선택으로까지 이어진 이 영화는 박지훈이란 배우가 현재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배우 박지훈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확실한 이정표가 된 셈이다.
한편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4일 개봉한다.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