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 누구보다 노력…나 말고 대기업 7곳 다녀본 사람이 누가 있나”
‘저니맨’ 최익성이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을 꾀하고 나섰다. 최근 자기계발서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 Ⅰ’ 발간에 이어 영화 제작까지 계획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야구선수에서 콘텐츠 제작자로, ‘저니맨’ 최익성의 변신
지난 1월 말 최익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가 발간됐다. 앞서 2010년 자서전 격인 ‘저니맨’을 낸 바 있는 최익성은 다시 한 번 작가로 책을 낸다. 앞의 책이 자서전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이번 책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됐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인 내가 책을 쓸 줄 누가 알았겠나. 이번 책에는 중간중간 독자가 글을 직접 적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최익성의 스토리를 읽으며 독자 자신도 스토리를 적어 보기를 권유하는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이야기는 가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책 제목처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스토리를 돌아보며 꿈을 찾고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여 년 만에 다시 작가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그때는 정말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아서(웃음) 내가 출판사를 세우고 직접 책을 냈다”는 농담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사실은 책을 내자는 제의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마치 유명 선수들의 책처럼 사진도 넣고 내 7개 구단 유니폼 사진도 넣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는 순수하게 글로만 승부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의견이 맞지 않아서 그땐 내가 혼자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대필 작가를 두지 않고 직접 책을 썼다. 야심차게 발간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는 “사람들이 내가 작가로 나섰다는 것보다 출판사 대표가 됐다는 것에 더 집중하더라. 책보다 최익성의 사업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발간 이후 묻어둔 책에 최근 다시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데 세월이 흐르자 그 책이 재평가를 받았다.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형식이 요즘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짧게 나눠진 소제목만 200개 가까이 된다. 좋은 평가 덕분에 이번엔 출판 일을 하시던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독자가 참여하는 형태의 아이디어를 추가해 다시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익성은 이번 자신의 책에 대해 “내 스토리를 보며 독자들도 자신을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든 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책의 내용은 결국 ‘저니맨’ 최익성의 이야기다. “나는 아버지의 한 말씀에 야구를 시작했고 어머니의 말씀에 야구를 내려놨다. 야구가 마치 홈베이스에서 시작해 홈베이스에서 끝나는 것처럼”이라며 “그 사이 야구 인생의 1, 2, 3루를 도는 모든 스토리를 담았다.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발간된 책을 2권으로 나눠 최근 1권이 나왔고 2권은 3월 발간을 예고하고 있다.
그의 도전은 작가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 웹툰 등의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영화 시나리오는 2개 있는데 그중 하나는 구체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배우와 접촉을 했고 긍정적인 답도 얻었다. 배우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곧 제작발표회를 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매달린 데는 그만의 특별했던 ‘스토리’가 있다. 그는 “야구를 완전히 내려놓고 방황하던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며 “저니맨 스토리는 나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강점을 살리면 나만이 가진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알린 야구선수에서 콘텐츠 제작자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여전히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내 꿈은 원래 야구선수가 아니었다. 우연한 계기에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야구선수가 됐다. 야구라는 첫 꿈은 이뤘다. 구단들의 코치 제의도 있었지만 마다했다. 지금도 학교 야구부에서는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온다. 나의 다음 목표를 찾으러 야구장 밖 세상으로 나왔다. 지금은 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최익성은 7개 구단을 거친 자신의 선수생활에 대해 “성공한 삶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1타수 1안타 인생의 조커
콘텐츠 제작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최익성이지만 야구선수 시절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저니맨으로서 선수생활을 돌아보며 “1타수 1안타의 삶”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연습생 출신이다. 고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와 다르다”면서 “이승엽 같은 선수는 10타수 3안타를 기록하면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대타로 나서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또 언제 타석에 들어설지 모르는 처지였다. 단 한 번의 타석에서 승부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야구인생을 “태생적 저니맨이었다”고 말했다. 야구계에서는 잘알려지지 않은 경주고-계명대 출신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좋은 학교들이지만 야구계에서는 이름값이 없었다. 한때는 ‘야구계 검정고시’로도 불렸다(웃음). ‘독학’으로 야구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시작부터 저니맨이었다. 야구 시작이 중학교 2학년으로 늦었을 뿐더러 전학도 두 번 했다”고 회고했다.
어렵게 프로무대에 입성했지만 짧은 출전 기회 속에서도 임팩트를 남겨왔다. 1군 데뷔 첫 안타가 홈런이었고 은퇴 전 마지막 안타 역시 홈런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역대 첫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는 1차전서 대타로 나와 홈런을 때려내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해태가 KIA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 1호 홈런의 주인공이 최익성이기도 하다.
이 같은 임팩트를 줄 수 있었던 데는 그만큼 노력이 뒤따랐다. 그는 “나는 내가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야구 시작이 늦었고 야구 명문 출신이 아니다. 부족한 기본기를 채우려 지독하게 훈련했다. 코치님들이 ‘최익성 훈련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은퇴 이후 코치 제의도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야구 독학’의 중심에는 시대를 앞서간 웨이트 트레이닝이 있었다.
“AFKN(주한미군방송)이 나의 ‘교재’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보며 야구를 공부했다. 당시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은 호리호리한 몸매였는데 메이저리거들은 덩치가 컸다. 나도 팔뚝이 터지도록 웨이트를 했다. 팀에서는 ‘몸이 둔해진다’며 헬스장에 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1998년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들이 등장하며 인식이 달라졌다. 두산에서 뛰던 타이론 우즈가 나를 ‘스트롱맨’이라고 부르며 인정해주기도 했다(웃음).”
가벼운 몸을 가진 선수들과 달리 1990년대부터 남다른 웨이트를 자랑했던 그는 당시 ‘헤라클레스’로 유명했던 심정수가 조언을 구하러 찾아왔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로선 드물게 웨이트에 관심이 많던 심정수가 나에게 조언을 구하더라. 나는 딱히 해줄 말이 많이 없었다. ‘그냥 열심히 해’라는 말 말고는(웃음). 심정수는 단백질 보충제도 먹고 계란도 먹고 더 체계적으로 하더라”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그는 ‘저니맨’으로 떠돌았다. 그는 여러 팀을 전전했던 이유를 “결국 남들이 가진 부분이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기본기가 부족했고 프로무대에 살아남기 위해 했던 노력이 오히려 ‘강한 고집’이라는 결과로 남았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야구 인생에 대해 “지금 돌아보니 마치 조커 같은 선수생활을 했다”고 평가했다. “게임 중 판을 뒤집기 위해 조커를 내밀지 않나. 조커 같은 선수가 되려 노력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조커는 하트나 다이아몬드 등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한다. 내가 삼성, KIA 등 어느 팀에도 섞이지 못하는 것처럼”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내가 실패했다고 보겠지만 나는 성공한 선수”라는 평가를 스스로 내렸다. 그는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7곳에 다녀본 사람이 누가 있겠나(웃음)”라며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지금의 일을 하게 해줄 수 있었던 것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 이야기를 토대로 콘텐츠 제작에 나선 저니맨 최익성. 그에게 저니맨 이후의 삶을 다룬 책 3권 발간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아직은 생각이 없다. 야구선수라는 꿈을 이뤘기에 그 스토리를 담은 책을 낸 것이다. 언젠가 내가 야구장 밖에서 꿈을 이루면 그때 3권, 4권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