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부동산 정책 손보기 가능할지 주목…박형준 고소·고발 건에 발목 잡힐 수도
4월 8일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제공
#오세훈, 부동산 실적 낼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민심’이 철저히 작용했다. “부동산은 자신있다”던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은 물론, 주택 관련 세금 폭탄까지 만들어내자 서울 25개구 전체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민심을 다독일 수 있는 정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선판이 벌어지기 직전인 올해 내 그가 시장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공약했던 정책 가운데 ‘뭔가 몇 개’는 가시화시켜야 한다.
시정 경험이 많은 오 시장은 우선 주택 공급을 최대한 늘려 시장에 “이제 공급이 늘어난다”는 신호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곡선이 우상향하면서 수요곡선과 만나는 교차지점을 더 낮게 떨어뜨려 서울시내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방법으로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가져온다는 방책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5년간 18만 5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같은 면적이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숫자의 집을 올릴 수 있도록 용적률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법정최고치인 300%에 못 미치는 250%의 용적률로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도시계획구역 3종 일반주거지역을 적용하고 있다.
용적률을 높이려면 서울시의회의 동의를 받아 조례를 고쳐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이다. 재개발·재건축 승인 권한이 있는 도시계획위원회에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규제완화가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중앙정부의 태클도 확실시된다. 오세훈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공약’은 중앙정부가 2·4대책에서 제시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등 공공의 적극적 개입을 전제로 한 중앙정부의 대책과 그 결이 확연히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오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주택 공급은 지방자치단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실제 재건축 관련 규제인 안전진단·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15억 원 이상 아파트 대출 규제 등은 대부분 중앙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풀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설령 서울시의회의 도움을 얻는 데 성공한다 한들 또 다른 벽을 만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능론’을 얘기하는 이들도 적잖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지난 4년간 고집해온 부동산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서울시정 경험이 있는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의 말이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박영선 민주당 후보도 ‘부동산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를 내놓지 않았나. 더욱이 내년에는 대선뿐 아니라 지방선거도 있기 때문에 서울시의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시점이다. 각 지역구의 최대 민원 사항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인데 귀를 닫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완화를 위한 일종의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면적 245.2㎡가 80억 원(11층)에 거래되면서 올해 전국 최고가 아파트 거래 기록을 세웠다.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 주공 등 다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우선 ‘쉽게 되는 것’부터 할 전망이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35층 규제 완화가 첫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원순 전 시장은 35층 이상 못 짓도록 했는데 오 시장은 이를 풀겠다고 다짐했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발표한 8·5 대책에서 공공 주도 개발방식을 적용할 때는 최대 50층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부동산 세제도 가다듬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세는 물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라는 보유세 폭탄까지 떨어지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비등해짐에 따라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세금 경감 혜택을 중앙정부와 협의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당도 비슷한 약속을 함에 따라 중앙정부도 이에 응답, 조정안이 나올 수밖에 없고 과도하게 높아진 부동산 공시가격도 손보는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오 시장의 입을 주목하는 사업은 또 있다. 대한민국 광장 문화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 광장에 대한 재구조화 사업이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이미 공사가 시작된 만큼 현재 계획을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비상방역 체제에 들어갔는데 이 사업을 과연 지금 해야 하느냐라는 논란도 있다.
오 시장도 지난해 11월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는 근거가 있느냐는 지적도 많은 만큼, 공사 진행 속도를 늦추면서 일단 사업 전체에 대한 재검토를 해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정 전체로 보면 지극히 작은 부분이지만 호사가들이 가장 눈을 크게 뜨고 보는 부분이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더욱 커진 서울시 산하 TBS 교통방송 문제다. 오 시장의 거짓말 논란을 불 지핀 ‘생태탕’ 인터뷰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나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이 방송 프로그램을 손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제도적 현실을 들여다보면 오 시장이 이런 결정을 할 가능성은 낮다. TBS가 지난해 별도 재단으로 독립한 데다 예산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쥔 서울시의회 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이어서 오 시장이 TBS에 대해 뭔가를 결단할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구의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교통방송이 교통 프로그램을 안 하고 왜 정치 프로그램을 하느냐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시청자가 나서 판단할 문제이지, 시장이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권한 낭비”라며 “시장 자리가 그리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소 잡는 도구를 가진 사람이 닭 잡는 데 써서야 되겠느냐. 큰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월 24일 부산 범일로 선거사무소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형준 당시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사진=최준필 기자
#박형준, 장악력 확보가 우선
서울에서 오 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약점인 부동산 해결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면, 박형준 시장은 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의 자존감을 회복해내야 한다. 사실 부산은 제2도시라는 명성에도 불구, 오랜 기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항구도시 부산은 같은 항구도시인 인천이 인천국제공항 건립을 통해 공항과 항구라는 ‘투 포트 시스템’으로 급성장을 한 것과 달리 박탈감에 시달려왔다.
때문에 부산시민들은 국제공항 신설을 요구해왔고, 최근 가덕도신공항 설립을 위한 특별법까지 만들어졌다. 박형준 시장은 일단 가덕도신공항 신설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밑자리 깔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기반이 부산에서 그리 넓지 않은 박형준 시장은 보수적인 부산에서 장악력을 확보하는 것이 큰 숙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박 시장은 취임 초반부터 ‘낮은 포복’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당선증을 받은 직후인 4월 8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엘시티 문제와 관련해 시민 눈높이에 맞는 시장의 행동을 내세웠다. 그는 “특혜나 비리가 있어서 불거진 것이 아니고 서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평판의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적절치 않다고 가족 내 의견을 모아 처분하기로 했고 수익은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관사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전임 시장 때 공무원 조직과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정무라인 인선도 의식한 듯 “정무라인은 스태프 역할”이라고 선을 그으며 “공무원 사회를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견제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박형준 시장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시의회의 집행부 견제를 넘어서야 한다. 부산시의회 의원은 모두 47명인데 이 가운데 민주당이 39명이고 국민의힘은 6명(무소속 2명)에 불과하다. 협치를 이뤄내지 못하면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둔 올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식물 시장이 될 수도 있는 것.
지난 선거운동 기간 중 제기된 고소·고발로 인해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박 시장과 배우자가 소유한 부산 기장군 미등기 건물과 관련해 선거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고발한 상태다.
부산의 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박 시장이 방송에 많이 나오는 등 좋은 이미지가 당선되는데 한몫한 측면이 있다. 이미지가 아니라 이제는 실력으로 ‘박형준 잘하네’라는 반응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이루는 스피드 행정이 필요하다. 혼자는 못하니 주변 참모를 잘 두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