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승 서울고 비롯 32개 명문고 한자리에…바둑대회 유일 ‘릴레이방식’ 팀 케미 관전포인트
#프로기전 못지않은 인기
아마추어 대회임에도 프로 못지않은 승부욕과 열정으로 인해 고교동문전은 주관방송인 바둑TV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시청률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바둑TV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제14기 고교동문전은 13기 대회와 비교해 30% 정도 시청률이 상승했으며, 이는 국내 최대 프로기전인 GS칼텍스배와 국제기전 글로비스배 등의 시청률과 비슷한 수치라고 한다.
올해 고교동문전엔 전국 44개 고교가 도전장을 던졌다. 2월 초 열린 예선에 28개 팀이 출전해 16장의 본선 진출권을 다퉜다. 그리고 본선에 오른 16개 팀이 시드를 받은 16개 팀과 섞여 32강 토너먼트를 벌여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시드를 받은 팀은 전기 대회 우승의 서울고, 준우승의 대광고를 비롯해 전주 상산고, 대구 대건고, 대구 계성고, 경남고, 대신고, 춘천고, 대전고, 대구고, 보성고, 경동고, 광주제일고, 중동고, 부산 개성고, 검정고시이며, 예선을 통과한 팀은 중앙고, 배재고, 휘문고, 의정부고, 제물포고, 경신고, 경기고, 성동고, 경북고, 광주 서석고, 마산고, 부산 동인고, 전주고, 남성고, 원주고, 경주고다. 이렇게 많은 전국의 명문고들이 한자리에 모인 스포츠 종목이 있었던가.
고교동문전의 후원사는 국내 인터넷서점 선두주자인 ‘YES24’다. 그리고 고교동문전의 형제 기전이라 할 수 있는 대학동문전의 후원사는 의류 수출 전문업체 한세실업이다. 그런데 사실 YES24와 한세실업은 같은 계열의 회사다. 한세실업의 바둑 좋아하는 김동녕 회장이 15년째 두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고교동문전의 탄생 비화는 다년간 고교동문전 해설을 맡고 있는 한철균 9단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15년 전쯤 저와 이홍렬 9단, 그리고 당시 경기고 출신의 김원태 대학바둑연맹 회장 이렇게 셋이서 등산을 갔어요. 그때 김원태 회장이 ‘곧 마산에서 3·15 의거배 전국 고교바둑동문전이 열리는데 만약 거기서 경기고가 우승하면 고교동문전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지요. 아, 그런데 진짜 경기고가 우승을 한 거예요. 그래서 김원태 회장이 총대를 메고 한세실업의 동문 선배 김동녕 회장을 찾아가 대회 후원을 부탁드렸고, 김 회장님이 흔쾌히 들어주면서 첫 대회가 시작됐습니다.”
고교동문전의 인기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급 프로들의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는 또 다른 아마추어들의 순수한 열정과 무서운 집중력이 시청률 상위권의 요인이다. 특히 바둑대회 유일의 ‘릴레이방식’, ‘2 대 2 연기방식’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해 동문들의 호흡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점 역시 고교동문전의 재미다.
#‘반칙 페널티’와 ‘출전선수 구성’ 변화
15기째를 맞은 고교동문전의 최다 우승 학교는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을 배출한 바둑 명문 충암고다. 1기와 4~6기 대회를 제패한 바 있다. 또 서울고는 9기와 전기 대회인 14기 우승, 경기고는 10기와 12기 우승으로 각각 우승 횟수 2회를 기록하고 있다. 2회 이상 정상고지를 밟은 학교가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전력이 평준화됐다는 뜻. 올해 역시 어느 팀이 우승할지 예측불허다.
고교동문전은 순간적인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시즌부터 반칙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한 번만 반칙을 범해도 바로 반칙패로 간주, 아마 대회인데 너무 야박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이번 시즌에는 아마추어이기에 범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옐로카드’를 도입, 기회를 주기로 했다.
쉽게 말해 2번의 반칙까지는 페널티만 부과하고 3번째 반칙이 나오면 반칙패로 간주, 경기를 종료하는 것이다. 다만 첫 번째 반칙 때 3집이 공제되고 두 번째는 추가로 3집이 공제되며, 세 번째 반칙을 저지를 경우 최종 반칙패로 처리된다.
또 하나의 변화는 출전선수 구성이다. 경기당 연구생 출신이 1명 이상 출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규정에 의거해 한국기원의 연구생, 지역 연구생, 여자 연구생 출신은 1경기당 1명만 출전이 가능하다. 바둑TV 고교동문전 관계자는 “아마추어들의 경연답게 정통파에 대한 출전 기준을 강화해, 보다 대등한 조건으로 제대로 된 승부를 겨뤄보자는 취지에서 출전선수 규정을 손봤다”고 밝혔다.
한 바둑 관계자는 “고교동문전이야말로 바둑 전문채널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바둑은 동창생들하고 즐기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교동문’과 ‘바둑’의 궁합이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물론 흥행성도 최고다”고 말했다. 올해는 과연 고교동문전에서 어떤 승부가 나올지 주목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