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이어 챔프전 싹쓸이 ‘무관 한풀이’…MVP 홍세영 “프로무대 진출이 꿈”
지난 1일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2022 KBF바둑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부산 이붕장학회가 전라남도를 3 대 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은 앞서 열린 1차전에서도 3 대 2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바둑리그 초창기부터 참가해왔던 부산은 그동안 우승은커녕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으나, 올해 정규리그에 이어 포스트시즌까지 제패하며 그간의 한을 풀었다.
기존 내셔널바둑리그와 전국시도바둑리그를 통합해 새롭게 단장한 2022 KBF바둑리그는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각 시도 전국체전의 대표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하라는 권고를 받아 시도 대표선수들이 참가했다.
올해 KBF바둑리그에는 대구바둑협회, 부산 이붕장학회, 경기도, 서울 푸른돌, 인천 SRC, 아산SG 아름다운CC, 경남 함양산삼, 부천 판타지아, HAPPY700 평창, 전라남도, 충청북도, 순천만국가정원 등 총 12개 팀이 참가했다.
각 팀은 주전선수 5명(남자 3, 여자 2)으로 구성되며 5전 3승제로 승패를 가렸다. 지난 10월 막을 내린 정규리그에서는 부산 이붕장학회가 10승 1패로 1위에 올랐고 전라남도, 충청북도, HAPPY700평창, 인천SRC, 대구바둑협회가 그 뒤를 이으며 상위 6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고 올라오는 방식의 스텝래더 방식 포스트시즌에선 6위 대구가 5위 인천을 꺾었을 뿐, 대부분의 경기가 상위팀 승리로 끝나 정규리그 순위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 중 가장 치열했던 경기는 3위 충북과 2위 전남의 대결이었다. 정규리그에서 각각 8승 3패를 올려 개인 승수에서 순위가 갈렸던 두 팀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치열하게 맞붙었다.
화려한 경력의 선수들이 대거 집결, 대회 시작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충북은 전남을 상대로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2 대 2 타이에서 남은 경기는 양 팀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신현석(충북)과 엄동건(전남)의 대결. 이 바둑의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 되는데….
‘1도’가 장면도다. 이 시점에서 인공지능(AI)은 흑을 든 신현석의 예상 승률을 99.4%로 보고 있어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상황. 그런데 흑1, 백2 다음 흑3이 어이없는 착각으로 이 바둑의 패착이 됐다. 백4가 5급 정도면 알 수 있는 쉬운 수. 백6으로 끊겨서는 흑 2점은 물론 우상 흑 전체가 잡혀버렸다. 충북과 전남의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전남의 행운도 거기까지였다. 정규리그 1위 부산과 2위 전남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역시 스코어 2 대 2에서 홍세영(부산)과 김정현(전남)이 맞붙었다. 여기서 김정현이 이기면 승부는 최종 3차전으로 간다. ‘2도’가 실전. 바둑은 백을 든 김정현이 미세하게 앞서 가운데 승부처를 맞았다. 여기서 흑1이 피차 어려운 수. 백의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3도’가 이후의 진행이다. 그런데 침입한 흑돌은 백15까지 잡혔지만 흑6·8로 백집을 들어갔고 아래 흑 2점도 놓고 따야 해 바둑은 흑쪽으로 기울고 만다. 백의 최선은 ‘4도’였다. 백1이 좋은 수. 이하 흑6까지의 수순이 예상되는데 백7이 급소여서 흑은 역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부산 우승의 일등공신은 홍세영이었다. ‘아마바둑의 신진서’로 불리며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우승을 이끈 홍세영은 “어려운 바둑이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어 무척 기쁘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프로무대에 진출해 경쟁력 있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