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영국 하트퍼드셔의 로이스턴 길가에는 왠지 수상하게 보이는 물 웅덩이가 있다. 개천이나 강은 아닌 듯 보이는 이 웅덩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세차장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가 아닌 마차를 위한 세차장이다.
‘바크웨이 마차 세차장’이라고 불리는 이 웅덩이의 역사는 16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영국 전역에 남아있는 단 네 개의 마차 세차장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크웨이 마차 세차장’은 완만한 경사로 이뤄진 벽돌로 된 구조물이며, 빈 공간은 지하 수로에서 끌어 올리는 물로 채워진다. 마차가 이 웅덩이를 천천히 지나가도 내부로 물이 새어들어오지 않을 만큼의 높이며, 이로써 실내가 젖을 염려 없이 바퀴와 명판만 깨끗이 세척할 수 있다.
또한 이 세차장은 바퀴에 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에는 나무 바퀴가 수축돼 바퀴살이 빠질 수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바크웨이에 마차 세차장이 건설된 이유는 과거 마차 시대의 전성기 무렵 이곳이 런던에서 케임브리지 및 영국 북부로 가는 길에 위치한 중요한 경유지였기 때문이다. 마차 세차장은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전인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계속해서 사용됐으며, 그 후에는 증기 트랙터 보일러에 물을 채우기 위한 웅덩이로도 사용됐다.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바크웨이 마차 세차장’은 2023년 영국 국가유산목록에 등재됐다. 출처 ‘어메이징플래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