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마인드와 선발 루틴 배워…앞으로 보고싶을 것”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문동주(21)는 지난 5월 27일 특별한 친구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2022년 6월부터 한화에 몸담았던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4)다. 한화는 올 시즌 3승 5패, 평균자책점 6.27로 부진했던 페냐를 이날 웨이버 공시한다고 발표했다.
페냐는 당초 5월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 선발 투수로 예고됐다. 그러나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등판이 불발됐다. KBO리그 고별전이 될 수도 있었는데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 페냐는 결국 그날 구단으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았다. 한화 관계자는 "페냐가 어느 정도 예감을 하고 있었는지,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에 미안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사이에는 언어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소통의 벽이 생기기 마련이다. 문동주는 그렇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외국인 선수들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영어 실력을 키웠다. 그 덕에 페냐와 비시즌에도 연락을 하고 지낼 정도로 남다른 우정을 쌓았다. 문동주는 메이저리그 6시즌 경력이 있는 페냐를 "진짜 멋진 형"이라고 표현하면서 잘 따랐고, 페냐는 문동주에게 진짜 '형'처럼 노하우를 전수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페냐는 2022시즌 후반기부터 함께한 문동주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지금 방향대로 잘 성장한다면 메이저리그에 가고도 남을 잠재력을 가졌다"며 격려했다. 지난 시즌엔 "선발투수는 쉬는 날에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 함께 운동하자"며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야구장으로 문동주를 불러내 캐치볼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했다. 문동주는 "프로 선수의 마인드와 선발투수의 루틴을 비롯해 배운 게 많다. 경험이 부족했던 내게 페냐가 많은 걸 알려줬다"며 "진짜 페냐는 너무 좋은 사람이다. 성실하고, 정도 있던 형이라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다"고 했다.
특별한 일화도 있다. 문동주는 "나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이다. 지난 시즌 창원에서 선발 등판한 날에도 더그아웃에서 말을 많이 한 적이 있다"며 "그때 페냐가 나를 부르더니 '선발로 나간 날에는 말을 줄이고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따끔하게 이야기하더라. 그래서 그런 루틴을 지키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페냐는 하루라도 빨리 운동을 재개하고 새 팀을 찾기 위해 28일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페냐와 이웃에 살던 문동주는 출국 전날 직접 얼굴을 보고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얻었다. 특히 문동주의 어머니는 직접 시장에 가서 페냐의 딸 그레이스에게 선물할 한복을 맞춰 오는 정성도 보였다. 문동주는 "정작 나는 그날 봉사활동 등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감사하게도 선물을 준비해 주셨다"며 "직접 만나 어머니가 주신 그레이스의 한복도 선물하고, 페냐와 서로의 유니폼도 교환했다. 페냐에게 '그동안 정말 고마웠고, 앞으로 많이 보고 싶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며 거듭 아쉬워했다.
한편 한화는 29일 페냐의 대체 선수로 하이메 바리아(28)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파나마 출신인 바리아는 메이저리그 통산 134경기(선발 62경기)에 나와 22승(32패) 평균자책점 4.38 탈삼진 351개를 기록한 오른손 투수다. 지난 시즌엔 LA 에인절스에서 34경기에 등판해 2승 6패 평균자책점 5.68의 성적을 올렸고, 올 시즌엔 빅리그 등판 없이 마이너리그 트리플A 13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했다. 한화는 "바리아는 MLB 풀타임 선발 투수 경험이 있어 선발 공백을 확실히 메울 선수로 기대한다"며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 구위가 좋은 투수"라고 설명했다. 바리아는 구단을 통해 "그동안 KBO리그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었다. 앞으로 팀 승리를 위해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