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재민 군과 ‘IMG 아카데미’서 함께해…“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추신수 아들”
7월 12일(한국시간) 이곳에서 만난 봉중근 코치는 2022년부터 3년째 IMG 아카데미 야구 코치로 활약 중이다. 야구하는 아들 재민 군도 IMG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어 아들 뒷바라지 겸 코치를 하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오랜만에 봉중근 코치를 한국이 아닌 미국 플로리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봉중근 코치는 1997년 신일고 재학 중 아마추어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했다. 이후 신시내티 레즈를 거쳐 2007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 12시즌 동안 봉 코치는 321경기에 출장, 899⅓이닝 55승 46패 2홀드 109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했다. 2011년까지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 2012년부터 마무리 투수로 전환, 109세이브를 올렸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대회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등 대표팀 선수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활약을 펼쳤다.
봉 코치는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 가운데 IMG 아카데미 측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게 바로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말한다.
“여기선 내가 메이저리그 출신이란 사실도, WBC 대회에 출전했다는 점보다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걸 최고의 커리어로 인정한다. 그래서 다른 코치들이 나를 부모님이나 학생들한테 소개할 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걸 먼저 언급한다. 28명의 코치들 가운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봉 코치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지금은 여름방학이라 조금은 여유 있는 편인데 IMG 아카데미 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여름 캠프’가 진행 중이라 코치들은 방학 없이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출퇴근하는 중이다.
“아들 재민이가 야구를 하고 있어, 어렸을 때 미국에 보내 미국 야구와 문화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IMG 아카데미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잠시 고민했지만 직원 할인이라도 받을까 싶어 허락했고, 가족들 모두 미국으로 이사했다. IMG 아카데미 수업료가 정말 비싸다. 학생 1명단 10만 달러가 넘는데 재민이가 교직원 할인을 받고 있다.”
IMG 아카데미의 야구 학교는 6학년부터 12학년까지 총 13개 팀으로 나뉜다. 나이별로 팀이 나뉘는데 가장 높은 학년인 12학년(한국의 고3)에는 KBO리그 프로 2군과 비등한 수준의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게 봉 코치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워낙 유명한 스포츠 보딩 스쿨이다 보니 유명 선수의 자제들도 눈에 띈다. 봉 코치는 “다르빗슈 유, 우에하라 고지, 추신수 등의 아들이 주목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에하라 고지의 아들 이름이 카즈다. 이번에 시니어 졸업반이었고, 투수보다는 타자에 더 재능이 있는데 좋은 대학에 입학한 걸로 알고 있다. 졸업식 때 아버지 우에하라가 참석해서 직접 인사도 나눴다. 내가 오는 7월 22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야구 레전드 경기(드림 플레이어스 게임)’에 참가하는데 우에하라도 그 친선 경기에 참가한다고 해서 그때 보자고 말했다. 다르빗슈 아들 이름이 ‘쇼헤이’다. 지금 9학년인데 마운드에서 88마일을 던진다. 한국의 중3과 고1을 떠올리면 굉장히 빠른 편이다. 143km/h 정도 나오는 거니까. 확실히 아빠의 피는 못 속이는 것 같다. 뉴욕 양키스 투수인 마커스 스트로맨의 친동생, 제이든 스토로맨이 내가 가르치는 팀에 속해 있다. 12학년이 되는데 구속이 156, 157km/h가 나온다. 모든 스카우트들이 탐내는 선수다. 문제는 제구가 흔들리는 건데 앞으로 이 부분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봉 코치는 IMG 아카데미 전체 학년을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바로 추신수 둘째 아들 추건우라고 말한다.
“큰아들 무빈이는 대학에 진학했고, 건우가 이제 8학년(중3)인데 건우는 여기 있는 모든 코치들이 최고의 선수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피지컬이 중3이 아닌 고3 체형이다. 고3 시니어 형들과 같이 야구해도 손색이 없다. 야구를 이해하고 풀어가는 센스가 탁월하다. 무엇보다 인성이 정말 좋다. 예의도 바르고, 성품도 뛰어나고. (추)신수가 아들을 정말 잘 키웠다. 아빠 유전자를 잘 물려받은 것 같다.”
봉 코치의 아들 재민이는 투수보다는 타자를 더 하고 싶어 하는데 그 배경에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내가 선수 생활 마지막에 단 1이닝이라도 던지고 은퇴하겠다는 마음으로 두 번째 어깨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 어깨를 수술했던 미국 조브클리닉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찾아갔는데 어깨를 열어보고선 수술을 해도 공을 던지기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도 수술을 해 달라고 부탁 드렸다. 그 수술 받고 재활하는 과정을 어린 재민이가 다 지켜봤다. 재민이가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다음부터 공 던지는 걸 힘들어한다. 행여 공을 던지다 아빠처럼 아프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투수와 타자를 같이 하고 있는데 9학년이 되면 둘 중 하나를 정해야 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LG에서 만났던 박명환은 선수 시절 봉중근에게 부상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조언을 건넨 적이 있었다. 투수들이 승부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1이닝만 더” 하다 보면 그게 누적돼 나중에는 2년 먼저 은퇴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LG에서도 위급할 때마다 진통제를 맞고 공을 던졌다. 그걸 본 (박)명환 형이 자신도 그랬다면서 어깨 조심하라고, 젊다고 6이닝 던지고 더 던지겠다고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이다. 그 형도 항상 어깨가 많이 아팠다. 진통제로 버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게 쌓여서 큰 부상으로 이어지고,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후배들한테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었다. 지금 괜찮다고 무리하다 보면 은퇴 시간이 앞당겨진다고 말이다. 통증을 느끼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회복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건 감독, 코칭스태프들도 배려하고 신경 써줘야 하는 부분이다.”
선수 생활 은퇴 후 봉 코치는 야구 해설위원과 여러 예능 방송에 출연했다. 그중 하나가 은퇴한 레전드 야구 스타들과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출연한 MBN의 ‘빽 투 더 그라운드’였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은 조기 종영됐다. 봉 코치는 원래 JTBC ‘최강야구’에 출연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심)수창이가 전화를 해선 ‘최강야구’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수창이가 ‘빽 투 더 그라운드’ 대본을 만들다가 틀어진 다음 그걸 갖고 ‘최강야구’ 장시원 PD랑 만나 방송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도 ‘최강야구’에 합류하려고 했는데 김인식 감독님이 전화를 하셨다. ‘빽 투 더 그라운드’ 나오라고. 감독님이 직접 부탁하시는데 거절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빽 투 더 그라운드’에 출연한 건데 그건 조기 종영되고, ‘최강야구’는 시즌3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사람 앞일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봉 코치는 미국에서 ‘최강야구’를 시청할 때마다 은퇴한 선수들의 고군분투에 감동을 받는다고 말한다.
“선수들이 은퇴 후 다시 야구를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기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는 건데 그 망가진 몸을 다시 만들어서 배트 잡고, 펑고 받고 있으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마 모두 진통제와 파스로 버틸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하고 싶은 게 야구다. 그 간절함이 ‘최강야구’ 선수들 통해 느껴졌다.”
봉 코치는 7월 22일 일본 에스콘필드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에 출전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레전드 선수들이 진검 승부를 겨루는 스페셜 매치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한국팀은 구대성, 박경완, 박한이, 서재응, 이종범, 양준혁, 장성호, 손시헌, 김태균, 권혁, 고창성, 봉중근, 이대형, 조웅천, 조인성 등이 참가할 예정이고, 일본팀에서도 후지카와 규지, 후쿠도메 고스케, 우에하라 고지, 마쓰나카 노부히코, 마쓰다 노부히로 등 유명 선수들이 대거 참석한다.
봉 코치는 벌써부터 그 스페셜 매치에 남다른 설렘을 갖고 있다. 여러 선후배들과의 만남도 기대되지만 일본의 이 레전드를 꼭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일본의 여러 레전드들 중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이나바 아츠노리를 꼭 만나고 싶다. 2009 WBC대회 1, 2위 결정전 한일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다가 2회말 이나바에게 던진 초구가 타자의 머리 뒤를 향했고, 놀란 이나바가 몸을 뒤로 젖히다 공이 방망이에 맞으면서 파울이 선언됐고 이후 삼진으로 물러났다. 당시 이나바는 내가 얼마나 얄미웠겠나. 다시 만난다면 그때 고의가 아니었다고,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다.”
봉 코치는 IMG 아카데미에서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지며 몸을 만들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정상적인 투구폼으로 공을 던지다 보면 여전히 어깨 통증을 느끼지만 야구 팬들의 관심이 많은 한•일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인다.
미국 플로리다 =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