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우발 범행,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 고려”…피해자 유족 “가해자 30대에 출소” 억울함 호소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데이트 폭력(교제 폭력) 범행으로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켰다"면서 "이런 범행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장한 성인 남성인 피고인이 잠에서 막 깨어난 피해자의 목을 누르고 주먹으로 폭행하는 등 수법으로 피해자를 상해를 가했고, 결국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해자는 19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에게 펼쳐진 앞날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언급하면서 피해자 유족이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족 측은 지난 8월 29일 열린 거제 교제폭력 사건 3차 공판에서 A 씨의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해야 한다며 공소장 변경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사람을 살해한 살인죄로 기소된 것이 아니고, 교제를 중단하려는 피해자에게 보복할 목적을 갖고 계획적으로 범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감정 대립 중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법정에서 죄책감을 느끼며 자기 행동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 B 씨(19)의 어머니는 선고 직후 "우리 딸은 세상을 떠났지만, 가해자는 30대에 출소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 4월 1일 오전 8시쯤 경남 거제시 한 원룸에 무단 침입한 뒤 자고 있던 전 여자친구였던 B 씨의 목을 조르고 뺨과 얼굴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고등학교 동창인 B 씨와 교제를 시작한 뒤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으며, B 씨의 이별통보 이후 B 씨의 주거지를 무단으로 찾아가는 등 스토킹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B 씨는 A 씨의 폭행으로 외상성 경막하출혈(뇌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 안쪽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와 뇌 바깥쪽 경막 사이에 피가 고이는 질환) 등으로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거제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입원 10일째인 4월 10일 숨졌다.
검찰은 지난 10월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 씨는 당시 결심공판에서 "명백한 제 잘못"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벌을 달게 받고 평생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진술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