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매각·인력 구조조정 후 배당 확대…“신규 투자나 연구개발에 부정적 영향” 우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2021년 10월 특수목적법인(SPC) 하임 유한회사 등을 통해 조창걸 전 한샘 회장과 특수관계인 7명으로부터 한샘 경영권 지분을 사들인 이후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지분율을 35.44%로 확대했다.
IMM PE의 인수 후 지금까지 한샘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연매출은 △2021년 2조 2312억 원 △2022년 2조 9억 원 △2023년 1조 9669억 원으로 하락, 영업이익은 △2021년 693억 원 △2022년 –217억 원(손실) △2023년 19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00.5%에서 2023년 말 206.8%로 뛰었다. 2021년 559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22년 713억 원, 2023년 621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수익성이 악화했음에도 배당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 눈길을 끈다. 2021년 194억, 2022년 131억 원을 배당한 한샘은 2023년 747억 원을 배당했다. 2024년에는 5월 주당 750원(125억 원), 8월 주당 1580원(262억 원), 11월 주당 6200원(1029억 원), 세 번의 배당이 이뤄졌다. IMM PE는 2024년에만 7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수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샘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에 오른 현대리바트는 오프라인 형태 전시판매장(리하우스)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매장 수를 늘렸다. 고급 인테리어·가구 상품군도 강화했다. 2023년에는 소형모듈러주택 등을 만드는 스타트업 건축기업 ‘스페이스웨이비’와 10억 원 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했다. 현대리바트는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한샘은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했지만 이를 투자보다 배당금 지급에 더 신경 썼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샘은 지난해 경기 시흥시에 있는 토지를 매각해 22억 원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 사옥을 3200억 원에 매각해 약 170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한샘 관계자는 “사옥 매각 등은 미래 재원을 확보해 기업가치 제고 등 회사의 지속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시기 배당금 지급이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이 배당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IMM PE와 같은 사모펀드는 대개 일정 기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부분 사모펀드는 기간을 정하고 경영합리화·경영계획 재편·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뒤 매각한다”면서 “만약 해당 사모펀드가 자산을 팔아 이익을 낸다면 이는 엑시트(자금 회수)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IMM PE가 한샘을 인수하며 지불한 금액은 약 1조 5000억 원이다. 인수 당시에 비해 주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기업가치도 하락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2021년 10월 IMM PE의 인수 작업 당시 한샘 주가는 22만 1000원이었지만 현재(15일 마감 기준)는 4만 6800원에 불과하다. 주가 하락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2025년 제품과 서비스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채널과 상품,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타 기업과 협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샘의 고배당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주주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한샘은 김유진 대표 취임 이후 인력 감축과 매장 축소를 통해 비용 절감에 주력해 내부 구성원의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샘의 자산 매각 등은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재정적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는 신규 투자나 연구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 출신인 김유진 대표가 과거 IMM PE의 포트폴리오 기업 수익을 개선하며 투자금 회수에 기여해온 점도 한샘의 장래에 우려를 얹는다. 김 대표는 2017년부터 할리스F&B 대표를 맡아 경영하다 2020년 KG그룹에 매각을 이끌었다. 그는 할리스의 브랜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경기 파주에 대규모 로스팅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할리스커피의 전반적 기업가치를 높였다. 이 덕분에 2013년 820억 원에 할리스커피를 인수했던 IMM PE는 2020년 KG그룹에 1450억 원에 매각하며 이득을 남길 수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MISSHA)’로 유명한 기업 ‘에이블씨앤씨’ 사례도 다르지 않다. 김 대표는 2021년 6월 에이블씨앤씨 대표로 취임해 실적과 기업가치 개선에 주력하며 흑자전환 실적을 냈다. 2022년 IMM PE가 에이블씨앤씨를 매물로 내놓자 김 대표가 수익성 개선으로 매각에 탄력을 불어넣었다는 진단이 많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샘 상황을 주목하며 최대주주의 고배당 수취를 제한하기 위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주주가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때 고배당 정책을 이용한다”며 “일정 기준 배당성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서 이를 제한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