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없이 공소만 하는 게 검찰 개혁 완수모델” vs “수사능력 비난 화살 공수처에 전가”
#여러 목소리 나왔던 전국 검사장 회의
검찰은 심우정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고·지검장 회의를 진행한 끝에 구속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윤 대통령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2회에 걸친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으로 인해 피고인 대면조사 등 최소한도 내에서의 보완 수사조차 진행하지 못했으나 특수본이 그동안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였다. 대통령을 석방하거나, 공수처에게 다시 보완수사를 하라고 돌려보내 구속기한을 연장하는 방안, 그리고 곧바로 구속기소하는 안이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회의였는데 회의 전후로 잡음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검사장 회의는 3시간가량 진행됐는데, 이 자리에서 ‘공수처의 수사는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애초에 공수처로 수사를 넘긴 심우정 검찰총장의 결정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검사장급들 중 일부가 제기한 것이다.
특히 검찰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공수처로 사건을 넘기는 과정을 전혀 알지 못했던 터라 “공수처의 수사는 애초에 불가했다”고 목소리를 냈다는 후문이다.
#심우정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
심 총장은 긴급회의를 마치고도 6시간 가까이 고심한 끝에 기소를 결정했다. 대통령을 석방하기에는 ‘비난 여론’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공수처로 사건을 돌려보내기엔 ‘수사 적법성 논란’이 있었던 터라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당시 정황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회의에서 내란과 관련해 공수처가 수사를 하는 게 법적으로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에 동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며 “애초에 공수처에 사건을 넘긴 것부터 구속기소를 곧바로 결정한 것까지, 심우정 검찰총장이 ‘살고 보자’는 판단을 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심우정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 검찰 공소청 전락 모델의 첫 케이스(?)
검찰 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은 ‘공소청 전락’에 대한 우려다. 법원의 제동으로 추가 수사 없이 곧바로 기소하면서 민주당 등 야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공소청’의 첫 케이스를 스스로 선택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구속 기소를 통해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를 받은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 없이 기소한 첫 사례를 만들었다. 법원은 구속기한 연장을 불허하며 “공수처법상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규정돼 있지 않다”며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불허했다. 검찰이 공수처의 수사에 ‘이름’만 빌려준 셈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타 기관의 수사 자료를 토대로 공소만 하고 이를 유지하는 게 민주당 등에서 주장해 왔던 검찰 개혁의 완수모델 아니냐”며 “심우정 검찰총장이 과연 공수처에 처음 사건을 넘길 때부터 이런 지점까지 염두에 두고 고심해서 한 결정이겠느냐.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들이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검찰이 애초에 사건을 넘기지 않거나, 아니면 공수처로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 ‘구속기한 연장 후 추가 수사를 해서 넘겨야 기소를 해 줄 수 있다’며 높은 조건을 제시했어야 한다”며 “여론에 쫓겨 그대로 구속기소한 것은 검찰의 기소권을 헐값에 팔아넘긴 셈이자 야권의 ‘검찰 개혁’ 명분을 스스로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공수처가 ‘수사능력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낸 탓에, 비난의 화살이 검찰에 집중되지 않은 것은 심우정 총장의 사건 이첩 덕분이라는 평도 나온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받을 역풍을 대부분 공수처에 전가한 것은 ‘결과론적으로 적절한 선택’이 됐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법조인은 “당초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던 초창기만 해도 심우정 총장이 기소를 하면서 임명권자(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한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만 봐도 검찰이 논란을 최소화했다는 것을 방증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보완수사 불가능해져 ‘법리 다툼’ 치열 불가피
‘검찰이 보완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서울중앙지법의 구속기한 연장 불허 이유가 향후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로 확보한 윤 대통령 관련 증거나 자료를 법원에서 ‘증거 채택을 불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선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은 일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 당시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 조사를 한 부분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기소에 필요한 증거들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도 “향후 공소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혐의를 변경하거나 검찰이 별도로 확보한 증거들을 재판부에서 ‘별건 수사’ 등으로 볼 가능성도 자처했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공수처의 관할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법에 명시돼 있지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점이나, 공수처가 수사해 검찰이 그대로 기소만 한 점 등은 모두 ‘사상 초유의 사건’이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법원의 트렌드는 깐깐하게 법리를 따져야 한다는 점이기에 만일 재판부가 국민 여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적법한 수사였느냐를 철저하게 따질 경우 사건의 유무죄와 별개로, 법리만 따져서 초유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