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취득한 개인정보 등 이용해 음원 순위 조작 “건전한 음반 시장 유통 질서 교란해”
2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영탁의 전 소속사 밀라그로 이재규 대표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음원 사재기에 가담한 다른 연예기획사와 홍보대행사 관계자 9명에게도 징역 6개월~2년의 실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음원 순위는 소비자들이 어떤 음악을 들을지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로, '음원 사재기'는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건전한 음반 시장 유통 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정당한 사업자의 영업이익 감소와 사재기를 하지 않은 다른 저작자들의 수입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순간에도 가수 또는 연기자로 데뷔하려고 피땀 흘려 노력하는 연습생들에게 커다란 심리적 좌절감을 준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중하게 처벌돼야 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15개 음원을 172만 7985회 재생해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2024년 5월 기소됐다. 영업 브로커를 통해 음원 순위 조작 가담자를 모집한 뒤 500여 대의 가상 PC와 대량 구입한 IP(인터넷 주소), 불법 취득한 개인정보 1627개 등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시 자신의 회사에 소속돼 있던 가수 영탁이 2019년 발매한 노래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음원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업자에게 음원 사재기를 의뢰한 혐의로 이들과 함께 기소됐다.
앞서 영탁은 이 대표 등 회사 관계자가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음원 순위 변동 관련 메시지에 긍정적으로 답하는 모습을 보여 조작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탁은 "해당 카톡방은 대표님이 고용한 매니저와 방송 일정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톡방이었기 때문에 올라온 글 중 방송 일정 외의 다른 내용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라며 "불법 스트리밍 작업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고 이미 수사기관 조사에서 무혐의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이 대표도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공식입장을 통해 "영탁은 이 일을 알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