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글 반독점 조사’ 등 5개 조치 발표…공식적으론 단호한 모습이지만 양국 협상 여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893304098030.jpg)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 측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악랄하고 전형적인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중국은 다자무역체제의 확고한 지지자이자 중요한 기여자다. 우리는 다른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외신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대대적인 관세 전쟁이 막을 올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모건스탠리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싱쯔창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은 매우 좁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선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단행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에 비해 중국의 대응이 비교적 절제된 수준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양측 간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뒤를 이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빠른 시일 내에 통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분석 기관 ‘캐피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중국의 조치는 상당히 온건한 편이다. 적어도 미국의 조치와 비교할 때 그렇다”면서 “미국에 어떤 신호를 전달하면서도 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한 투자은행 임원인 스티븐 렁도 “중국 측 조치는 협상 테이블로 향하는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입을 모았다. 한 외교 당국자는 “사태의 전개는 미국 측의 다음 단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이번에 내놓은 온건한 조치를 트럼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대화의 기초를 만들 수 있느냐, 아니면 충돌이 더 심화될 것이냐는 여기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중국 측 대응 발표 직후 국제 3대 원유 중 하나인 브렌트유 가격은 0.7% 하락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유 가격은 1.8%, 천연가스 가격도 2.3% 떨어졌다. 올해 들어 치솟던 홍콩 증시의 상승폭이 축소됐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무역 전쟁의 장기화 위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다.
성보은행 수석 투자 전략가 차루는 중국과 미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 합의를 하더라도 앞으로 관세가 반복적인 공격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향후 국제 무역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차루는 “시장이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다. 양국의 협상 성공 여부를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너무 부각시키면 시장은 점점 더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중국은 공식적으론 단호한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물밑에선 협상 테이블을 만들며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 등에선 강경한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외신들이 중국의 절제된 대응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두고는 ‘미국의 언론 플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에서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왕홍(중국 인플루언서)은 “모두들 중국이 자제하고 있고, 협상을 위한 길을 닦고 있다고 한다. 마치 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위축됐다는 것처럼 뉘앙스를 흘리면서 말이다”라면서 “이는 미국의 교묘한 프레임에 불과하다. 서방 언론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고 했다.
SNS에서도 이런 취지의 글들이 큰 화제를 모으며 ‘반미 정서’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한 블로거는 구글의 반독점 조사 시작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수출입 품목에 대해 서로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불리하다. 왜냐하면 중국이 수출하는 품목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이 상품을 넘어 서비스 부문으로까지 조치를 넓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서비스 무역에서 3000억 달러(433조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은 매년 900억 달러(130조 원) 정도를 로열티 및 기술 서비스 비용으로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학교수도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조치는 전혀 가벼운 게 아니다. 구글 반독점 조사, 신뢰할 수 없는 기업 선정 등은 미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